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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찔러줘야 나라가 돌아간다

타지키스탄·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3월 16일 목요일 제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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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의 루다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제그마 씨(22)는 “라흐몬 대통령을 너무 좋아한다. 그는 타지키스탄 경제를 살린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타지키스탄의 경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루다키 거리는 가장 번화한 곳이지만 그 흔한 외국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교사의 한 달 평균임금이 100달러 정도이다. 국립병원 의사의 월급도 100달러가량이다. 월급은 적은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그러다 보니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비와는 별도로 웃돈을 받는다. 한 환자는 “만약 의사에게 따로 돈을 챙겨주지 않으면 다음 진료 때 말을 한마디도 해주지 않고 약도 처방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관공서나 학교나 어디에서든 돈을 찔러주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김영미 제공
인구 800만명의 타지키스탄은 올해 초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200달러(약 136만원)로 세계 204위의 빈국이다. 그동안 타지키스탄의 경제는 러시아로 이주한 노동자의 송금이 이끌어왔다. 이들이 타지키스탄 경제의 40%가량을 담당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송금액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러시아 경제 위기의 여파가 타지키스탄에도 미친 것이다. 여기에 환율 위기가 닥치자 지난해 타지키스탄 정부는 자국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국내 사설 환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 지금은 사설 환전소를 다시 열었지만 라흐몬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언제든 이렇게 극단적이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연설 때만 타지키스탄 경제를 살리는 ‘경제 전문가’임을 자처하지만 막상 실전에선 먹혀드는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

라흐몬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35% 정도의 실업률이다. 이는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이 없으니 러시아로 품을 팔러 가고 러시아 경제가 감기를 앓으면 타지키스탄은 몸살을 앓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1990년대 일어난 내전으로 길거리에 나앉았던 전쟁고아 2000여 명이 벌써 20대 젊은이가 되었다. 이들은 직업을 얻지 못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의 방치되어 있다. IS 같은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세력의 조직원이 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십상인 상황이다. 현재 타지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에 5억 달러 정도의 구제금융을 줄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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