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트럼프의 진짜 공격 대상은 CNN 평기자들이 아니라 제프 저커 CNN 사장이다. 트럼프가 지난 2월 중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저커 사장을 지목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CNN에 대해서는 “분노와 증오의 뉴스 기관”이라 불렀다. 일국의 대통령이 특정 언론과 그 사장을 일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트럼프가 CNN과 저커를 그토록 미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저커에 대한 배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트럼프와 저커는 2000년대 초부터 인연을 맺어온 절친한 사이였다. 2000년 당시 NBC 방송에 인기리에 방송된 리얼리티 쇼 〈견습생(The Apprentice)〉 사회자로 트럼프를 발탁한 당사자가 바로 저커(당시 NBC 연예부문 사장)다. 트럼프는 수년간 이 쇼에 출연하면서 2억1400만 달러를 벌어들일 만큼 승승장구했다. 2012년에는 트럼프가 테드 터너 CNN 회장에게 저커를 차기 사장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후 “내 추천으로 저커가 CNN 사장 자리에 앉은 거야”라며 떠들고 다녔다. 내막은 다르다. 트럼프가 저커를 추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터너 회장은 트럼프가 추천하기 몇 달 전부터 저커를 사장 후보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자신에 대한 공격과 비판적 보도를 계속해온 CNN의 행태를 저커 사장이 격려하자 오랜 우정을 파기하고 적대관계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이후 저커와 대화를 중단하고 인연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NN의 모기업 타임워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금 추진 중인 AT&T에 대한 인수합병을 성사하려면 연방 법무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커 사장은 이런 회사 사정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다. 오히려 그는 지난해 트럼프 선거본부 초대 본부장을 지내다 해고된 코리 르완도스키를 최근 CNN 해설가로 영입해 트럼프 측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저커 사장은 최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 기자들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 그들이 받는 모욕은 영광의 배지다. CNN 기자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CNN은 요즘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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