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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 맹비난하는 트럼프의 저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류 언론을 ‘미국 국민의 적’이라며 연일 공격한다. 비판 언론에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런 호전적인 언론관을 가진 트럼프에 맞서 주류 언론은 비판 보도를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3월 15일 수요일 제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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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미국 국민의 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열린 보수 집회에서 한 ‘작심 발언’이다. 지난해 대선 유세 내내 돌출 언행으로 언론의 비판과 공격을 받은 트럼프의 한 맺힌 절규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트위터 등을 통해 주류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 4월로 예정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불참하겠다는 뜻도 트위터로 일방 통보한 상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의 적대적 언론관을 가진 트럼프에 맞서 요즘 미국 주류 언론도 전면전을 각오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 구실을 하려는 주류 언론의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전쟁을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AP Photo
1월11일 기자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CNN 기자를 향해 “당신도 가짜다”라며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와 주류 언론들 간의 적대적 관계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자신의 막말과 기행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신문과 방송을 ‘조작 언론’이라고 불렀다. 비판 언론 소속 기자의 행사장 접근을 차단하는가 하면, 유세 참여 군중의 수를 낮게 잡아 보도했다며 NBC 기자 이름을 호명한 적도 있다. 해당 기자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문제는 그의 적대적 언론관이 대선 승리 후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일부 보수 매체들이 주류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fake news)’라며 공격해대자, 트럼프는 이 프레임을 차용했다. 지난 2월24일 보수적 로비 단체 ‘미국보수연맹’ 주최 연례회의에서 48분에 걸친 연설 중 10분 이상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CNN 등을 가리켜 ‘가짜 뉴스’라며 공격했다. “우리가 지금 가짜 뉴스와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아야 한다. 가짜 뉴스는 ‘국민의 적’이다. 그들은 보도 출처까지 조작해낸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마저 “자유 언론을 억누르기 위해 독재자들이 사용하던 언어를 연상하게 한다”라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연설로 끝난 게 아니었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 뒤 백악관에선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개글(gaggle)’로 불리는 백악관의 비공개 브리핑은 주로 금요일에 열린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백악관 출입기자단과 비공개 브리핑을 하면서 <뉴욕 타임스>·CNN은 물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폴리티코> <허핑턴 포스트>, BBC 등 주류 언론 기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지난해 대선 유세 때 트럼프에게 줄곧 우호적이던 우파 언론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포함해 <폭스 뉴스> <워싱턴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보수 언론 기자들은 평소처럼 ‘개글’에 참석했다. AP 통신과 <타임>은 참석이 허용됐지만 백악관 조치에 항의하는 표시로 불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출입 기자를 ‘개글’에 보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수 언론은 ‘가짜 언론’에 넣지 않는다. 트위터를 통해 “내가 반대하는 건 모든 언론이 아니다. 나는 오직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에 반대할 뿐이다”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와 CNN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커다란 위협”이라며 모종의 보복조치까지 암시했다.

독재국가의 언론 자유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보호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들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업무가 아니다. 미국은 언론 자유 및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언론 자유 지표를 보면 전 세계 180개 국가 가운데 미국은 41위였다.

언론 공격 배후는 극우 성향인 스티브 배넌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적 태도 배후에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있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배넌은 극우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 사장 출신으로 트럼프의 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언론 선전포고를 두고 “배넌이 각본을 쓰고 트럼프가 집행했다”라고까지 표현했다. 실제로 배넌은 ‘보수행동 정치행위’라는 행사에 나가 “주류 언론이 이기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들에 반기를 들고 있다”라며 선동한 바 있다. 그는 주류 언론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지난 1월26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배넌은 “민주당이 아니라 주류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의 야당이다. 주류 언론은 도대체 이 나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왜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지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브레이트바트 뉴스> 대변인을 지낸 커트 바델라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류 언론에 보이는 저돌적이고 전투적 언어가 배넌이 짠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AP Photo
2월12일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고 있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운데).

트럼프가 최근 들어 주류 언론을 ‘미국 국민의 적’으로까지 부르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 등 ‘러시아 게이트’를 주류 언론이 집중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NN과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의 심기를 거슬렀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측 인사들이 대선 1년여 전부터 러시아 정보기관 고위 관리들과 빈번하게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측은 연방수사국(FBI)에 이 보도를 반박하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CNN이 ‘FBI에 대한 백악관의 요청’ 사실을 다시 폭로해버린 것이다. 지난 2월 초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전·현직 행정부 관리 9명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당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고 경제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잇단 언론 보도로 정치적 파문이 일자, 트럼프는 플린을 해임했다. 대신 러시아 게이트를 물고 늘어지는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이 극도로 치달았다. 트럼프는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CNN 등 주류 언론이 익명의 행정부 현직 관리를 취재원으로 거론하자 FBI에 취재원 색출을 명령하기도 했다.

“언론 본분 수행이 트럼프에 맞서는 길”


주류 언론도 이런 호전적 언론관을 가진 트럼프와 맞대결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일부 언론은 반격에 돌입했다. <뉴욕 타임스>는 2월26일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30초짜리 광고를 내보냈다. 또한 딘 배킷 주필의 지휘 아래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폭로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정도 비슷하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항의 표시로 올해 연례만찬을 아예 취소할 가능성도 나온다.

CBS 앵커 출신 댄 래더는 페이스북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어떤 대책이 따로 있겠는가? 결국 거짓은 거짓이라고 보도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썼다. <뉴욕 타임스> 주필을 지낸 빌 켈러 역시 “트럼프에게 맞서는 가장 중요한 대응은 언론의 본분을 더욱 격렬하고 공정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진실을 싫어하는 트럼프에게 맞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팩트’를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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