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단독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인천승마장을 꼼꼼히 챙긴 정황이 드러난다. 2016년 1월12일 대통령 지시 사항을 뜻하는 1-12-16 VIP-①(아래 〈사진 1〉)을 보면 ‘승마협회+마사회’라는 메모 아래에 1번부터 5번까지 세부 내용이 나열된다. ‘5)인천시 승마장 -승마협회 인천시지부 -환경단체 반대 -삼성이 혹은 중앙이 맡을 것’이라 쓰여 있고, 마지막으로 ‘박상진’이라는 이름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었다. 박 전 사장은 최순실씨 회사인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삼성의 정유라 지원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두 달 뒤에도 인천승마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2016년 3월4일 대통령 지시를 뜻하는 ‘3-4-16 VIP’ 메모(아래 〈사진 2〉)에는 ‘2. 인천승마장 공유 매립지, 골프장 39억 임대료, 승마장-베이비 승마⇒수익모형 스포츠 시설⇒7:3 인천:삼성’이라고 쓰여 있다. 인천승마장은 수도권 매립지 땅에 건설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매립지공사)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드림파크CC라는 골프장이 딸려 있다.
인천승마장 사업은 처음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내용대로 흘러갔다. 1월12일 VIP 지시 내용처럼, 인천승마협회 임원이 1월28일 열린 ‘인천승마장 운영사업자 선정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다. 마사회 역시 VIP 지시대로 인천승마장 매입 검토에 착수한다. 〈시사IN〉이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6년 2월20일 작성된 ‘인천승마장 부지 매입을 통한 전략적 사업장 운영 방안 검토(안)’라는 마사회 내부 문건을 보면, 마사회는 600억원을 들여 인천승마장을 인수하고 서울 등지에 있는 승마 시설을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이 내부 기획안은 현명관 당시 마사회 회장에게까지 보고된다. 현명관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도 몸담았던 인물이다. 마사회는 인천승마장 관련 협의를 위해 2월25일 인천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2016년 인천승마장 소유권을 이전받을 예정인 인천시가 협조하지 않아 마사회가 추진하던 매입 계획은 무산되었다.
“인천승마장이 그렇게 좋다는데 왜 썩히나”
마사회는 인천승마장과 관련한 청와대의 지시 이행 여부를 부인했다. 인천승마장 인수를 담당했던 마사회 관계자는 〈시사IN〉과 한 전화통화에서 “2016년 초 마사회 부천지사와 과천경마장의 삼포마사를 이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 자체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도 〈시사IN〉 전화통화에서 “인천승마장 매입은 마사회가 추진했지 승마협회는 관계없다. 지방 승마협회는 대한승마협회의 하위 기구가 아니고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인천승마협회가 설명회에 참석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통령의 지시 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말을 바꾸며 “2015년 말에서 2016년 초쯤에 인천승마장을 가보기는 했다. 사용 논의를 위해 매립지공사와 접촉했는데 1년 운영권이 30억원이라고 해서 접었다. 2015년쯤에 박상진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 ‘인천승마장이 그렇게 좋다는데 왜 썩히고 있느냐’라는 취지의 말씀은 하신 적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천승마장 매입 추진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항이다. 박상진 사장이 사임해 확인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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