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한번 친구면 영원한 친구, 한번 적이면 영원한 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미국인들의 실용주의적 태도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중국 사업 경험이 있는 인사들은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도 한번 돌아서면 찬바람이 쌩쌩 부는 중국 파트너 때문에 애먹은 경험을 토로한다.

사드 배치로 인해 ‘영원한 친구’ 같기만 하던 한·중 관계에 찬바람이 휑하게 불고 있다. 중국 속성을 아는 이들은 한류에 대한 규제나 심지어 관광 중단 조처도 맛보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면 해상경계선, 영토분쟁 등 군사 안보적 위협까지 모든 카드가 다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놀라운 것은 정부 부처 태도다. 이 나라에 정부가 존재하기는 하나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일은 본인들이 저질러놓고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오불관언이다. 베이징에서 시작해 중국 전역으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중단 방침이 퍼지자 그제야 고위 당정회의를 여느니 마느니 하지만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차피 정권 교체를 앞두었으니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일까?

중국이 최근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알박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담당자들이 미국 측 파트너와 연계해 새 정부 출범 전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드가 북한 미사일 방어는커녕 국난의 도화선이 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의사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일이다. 최근 한·미 간에 오가는 논의만 보더라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허수아비일 뿐 김관진 안보실장이 실질적으로 주도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미 행정협정에 따른 부지 공여와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된 제반 법 규정을 준수하고도 4~5월 배치가 가능한지 그 진행 과정 역시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몇몇 대기업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피해 당사자가 될 터인데, 누구 때문에 이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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