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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 개그우먼, 웃긴데 자꾸 눈물이 나네

육아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위해 세 개그우먼이 뭉쳤다. 정경미·김경아 두 ‘엄마’ 개그우먼이 아이디어를 내고 대본을 썼다. 후배 조승희는 매니저와 사회자를 자청했다. 코미디 육아 토크쇼 <투맘쇼>는 그렇게 출발했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7년 03월 17일 금요일 제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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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라고 원피스 입고 힐 신고 클러치백 들고 고상한 공연 한 편 보고 싶지 않을 리 없다. 애 엄마라고 좋아서 뽀로로·번개맨·터닝메카드 공연장에 앉아 주제가 따라 부르는 거 아니다.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화생활을 포기했지만 몸이 근질거리는 엄마들이 많을 거라고, 멍석만 깔아주면 이들은 분명 튀어나올 것이라고, 세 개그우먼은 예상했다. 준이 엄마 정경미씨(37·사진 가운데)와 선율·지율 엄마 김경아씨(36·사진 왼쪽)가 아이디어를 내고 대본을 썼다. 후배 조승희씨(34·사진 맨 오른쪽)가 사회자와 매니저를 자청했다.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코미디 육아 토크쇼 <투맘쇼>는 그렇게 출발했다.

ⓒ시사IN 윤무영
정경미(가운데)·김경아씨(왼쪽)도 워킹맘이다. 이들도 보통 엄마들과 비슷한 육아 고민을 안고 있다.


예상이 적중했다. 비록 원피스 대신 목 늘어난 수유 티셔츠를 입고 클러치백 대신 기저귀 가방을 들긴 했지만, 마음만은 ‘처녀 적 기분으로’ 달려온 엄마들이 매회 공연장을 꽉 채웠다. 별달리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동네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이나 지역 맘카페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기띠 군단’과 ‘유모차 대열’에 세 개그우먼도 놀랄 정도였다. 지난해 7월 처음 막을 올린 공연 <투맘쇼>는 서울을 중심으로 부산, 세종 등 전국에서 50여 회 무대에 올랐다. 6개월 동안 한 회당 최소 150명, 총 7500명에 이르는 애 엄마들을 웃기고 온 <투맘쇼> 개그우먼들을 3월1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연을 통해 많은 엄마들을 만나니 어떻던가?

김경아(이하 김):분명 처음 본 엄마들인데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오더라. “여기 앉아~” “어머~ 힘들었겠다” 하면서. 관객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단순히 배우가 아닌 또래 엄마로 친근하게 대해주니 마치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처럼 즐겁고 신이 났다.

정경미(이하 정):사람들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 낳고 내가 제일 힘들구나 했는데 다른 이들 이야기 듣다 보니 서로들 하는 고민이 비슷했다.

조승희(이하 조):여러 관객들 앞에 서봤지만 <투맘쇼> 관객처럼 잘 웃고 또 잘 우는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 공연은 엄마들을 무대 위로 올려서 함께 이야기하는데 세 번째 공연에선가, 같이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한 엄마가 우는 거다. 결혼·출산·육아를 아직 겪어보지 않은 나는 ‘아, 이게 무슨 타이밍이지’ 하고 당황했는데 옆을 보니 두 선배도 울고 있는 거다. 관객들도 모두 울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게 조금 있다가는 다시 웃더라.

:가만히 보면 애가 다섯 살 정도 넘어간 엄마들은 잘 안 운다(웃음). 돌 전후의 아기 엄마들, 특히 남편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하다가 제일 많이 운다.

:친정엄마 이야기가 나와도 100% 운다. “아유, 엄마 허리도 안 좋으실 텐데” 톡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진다, 다들.

:워킹맘 이야기도 무조건 눈물샘 자극이다.


정경미·김경아씨도 워킹맘이다. KBS 공채 출신으로 <개그 콘서트>에서 이름을 알린 두 사람은 각각 동료 개그맨(윤형빈·권재관씨)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정씨는 다섯 살 아들, 김씨는 일곱 살·세 살배기 남매를 키우고 있다. 아이 아빠들은 한 번도 받지 않았을 질문을, 두 엄마에게는 던질 수밖에 없었다.  

ⓒ시사IN 윤무영
준이 엄마 정경미씨(37·사진 왼쪽)와 선율·지율 엄마 김경아씨(36·사진 오른쪽)


공연할 때 아이는 누가 봐주나?

:시부모님과 함께 산다. 지방 공연으로 외박을 해야 할 때는 친정과 시댁에 남매를 한 명씩 나눠 맡긴다. 한꺼번에 두 아이를 밤낮으로 오롯이 맡기기는 죄송스러워서.

:아이 낳는 날 집 근처로 친정 부모님이 이사 오셨다. 친정엄마는 올해 예순넷인데 본인 집, 우리 집 살림에 애까지 봐주신다. 아이 낳고 나서도 이것저것 몰입해서 하고 싶은데 마음속으로 늘 갈등한다. 엄마에게 미안하고 아이한테도 집중해주지 못하나 싶어 미안하고….

아이 키우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

:무엇보다 외출을 못하는 것. 남편이 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눈을 흘기며) 너는 아메리카노 사 마셨겠지, 맥도날드 가서 콜라 먹고 왔겠지 하고 배신감이 드는 거다. 사실 남편이 무슨 죄인가. 한번은 남편이 봄에 벚꽃 가지 하나를 꺾어왔다. 집에서 애 보느라 못 나간 나 보라고 따온 건데 “너는 윤중로를 걸으면서 벚꽃 수만 그루를 보고 이 몇 송이를 집에 가져와?” 이랬다(웃음). 산후 우울증이었던 거지.

:어느 인터뷰에선가, 아이 낳고 나서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기에 “두 시간 정도 카페에 그냥 앉아만 있고 싶다”라고 대답했더니, 그걸 보고 남편이 충격을 받았다더라.


이들이 그랬듯 아이 낳고 바깥나들이가 하고픈 엄마들을 위해 <투맘쇼>는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공연 시작 시각은 오전 11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부랴부랴 달려오면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맡길 데가 없으면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된다. 공연 도중 애가 운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무대 위에 간이 텐트도 설치했다. 수유실이다. 처음엔 무대 소품이었는데 웬걸, 진짜 이용하는 엄마도 있었다.


수유 텐트가 실제로 활용됐을 때 놀랐겠다.

:세종시에서 공연한 날이었다. 무대 위에 올라왔던 엄마가 손가락으로 텐트를 가리키는 거다. 들어가도 되냐고. 아유, 되죠 되고 말고요 해서 들어가셨는데 공연 끝날 때까지 안 나오셨다. 수유가 원래 오래 걸리니까. 무대 장비 치울 때도 혹시 아기 재우나 싶어서 조용조용 치우고(웃음). 괜히 마음이 찡했다.

:서울에서 공연할 때 수도권에서 오는 분들이 많으신데 오전 11시가 아이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오기에 빠듯한 시각이다. 그래서 많이 늦게 오는데 관객들 누구 하나도 짜증을 내지 않더라. 아이가 울어도 “아유, 엄마 힘들겠다~” 하면서 서로 안쓰럽게 봐주고. 신기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투맘쇼> 공연장처럼 아이 키우는 이들에게 ‘훈훈한’ 환경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점차 아이 낳기를 늦추고 포기하고 거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0만6300명. 사상 최저치다.

사람들이 왜 아이를 안 낳을까?

:당장 정경미씨가 둘째를 낳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라.

:친정엄마는 늙어가고,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싶고… 답이 없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돈인 것 같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돈이 오죽 많이 들어야지.

:내 친구 한 명이 워킹맘인데 매일 동동거리며 살다가 그 와중에 둘째를 가졌다. 눈치를 보면서 회사에 얘기했는데, 글쎄 팀장도 애 둘인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첫 반응이 한숨을 푹 쉬더란다. 일단은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하지 않나. 정규직도 이런데 누가 애를 낳겠나.


곧 대선이 치러진다. 누가 ‘보육 대통령’일까?

:얼마 전 SBS에서 ‘대선주자 국민면접’이라는 방송을 하기에 일부러 한 회도 빠트리지 않고 꼼꼼히 다 봤다.

:맞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통령 뽑아야 하니까.

:거기 나오는 대선 후보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 후보들도 다 대답을 하는데 육아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질문 안 하고 답도 없더라. 그게 너무 듣고 싶었는데.

:안보를 걱정하면 뭐하나 국민이 없는데!

:아이 낳고 키우는 문제야말로 우리 코앞에 닥친 문제 아닌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엄마들의 눈물을 봐줘야 한다.

:저는 김경아를 뽑겠습니다!(일동 웃음)


<투맘쇼>는 저출산이니 보육 문제니 하는 머리 아픈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매우 웃기고 재미있는 공연이다. 아이 엄마들이 90분 동안 한바탕 웃고 난 뒤의 세상은 이전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잠시 멈춘 <투맘쇼> 정기 공연이 3월8일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윤형빈소극장’에서 다시 시작된다. <투맘쇼>의 온라인 확장판 ‘투맘TV’도 유튜브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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