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시는 미취업 청년 2831명에게 청년활동지원금(청년수당) 50만원을 지급했다. 최대 6개월간 지급되기로 했던 청년수당은 첫 달을 끝으로 더 이상 입금되지 못했다. 정부가 막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청년수당 지급 당일 서울시에 시정명령 조치를, 그다음 날엔 직권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는 소송을 제기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수당 전면 시행이 막힌 상태에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청년 20명에게 3개월간 50만원씩 지원금을 주며 관찰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 효과성 검증을 위한 패널 연구’를 진행했다. 청년수당 사업 참여자 패널 집단 심층 인터뷰(FGI)를 통해 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한 것이다. 심층 인터뷰에서 나타난 핵심 키워드(아래 그림)를 살펴보면 청년수당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빼앗긴 ‘취업’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식비’(보라색)이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아르스프락시아 김학준 팀장은 “취업과 청년수당에 관한 참여자들의 대화 속에서 식비가 예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식비는 여러 지출 목록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다. 일단 식비는 청년들에게 가장 귀중한 자원인 ‘시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제가 주로 먹는 게 삼겹살김치볶음밥인데요. 그게 가격 대비 포만감이 장난 아니거든요. (청년수당을 받으면서) 거기에 500원짜리 소시지 토핑을 얹으면 더 포만감이 좋거든요. 그래서 그 한 끼로 두 끼를 버틸 수 있고. 그렇게 먹으면서 시간 절약도 됐던 것 같고 그랬어요(공무원 시험 준비생 A씨).”

또한 식비는 ‘관계’와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었다. “제가 이것(청년수당 연구 패널)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족끼리 하는 외식이나 그런 것을 전혀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동생 생일이랑 어머니 생일이 각각 있었는데 그때 외식을 두 번 정도 하면서 가족관계에 도움이 됐죠(공무원 시험 준비생 B씨).” 그는 또 말했다. “원래 집에서 고기를 먹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소고기는 못 먹을지언정 돼지고기나 닭고기 같은 걸 주말에 먹을 수 있게 됐고 라면도 만날 제일 싼 것만 먹다가 좀 비싼 종류도 가끔씩 먹을 수 있게 됐고…. 먹는 문제가 아주 조금이라도 해결되니까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 같아요. 뭔가 삭막한 게 약간 줄어든다고 할까?”

청년수당 패널 연구 보고서는 청년수당의 ‘재도전의 경제적·심리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임파워먼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임파워먼트 효과의 중심에 바로 ‘밥’이 있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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