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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들이 꼽은 박영수 특검 명장면

박근혜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은 이화여대 입학 비리·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삼성 뇌물죄 등에서 수사를 크게 진척시켰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 많은 데 비해 수사 기간이 짧아 아쉬움도 컸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7년 02월 28일 화요일 제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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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의 1차 수사 기한은 2월28일까지다. 특검법에 따르면 한 차례에 한해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제9조 2항). 다만 대통령 승인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 등의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장을 거부하면 특검은 종료된다(2월24일 현재 황 권한대행은 특검을 연장할 뜻을 밝히지 않았다).

ⓒ시사IN 조남진, ⓒ연합뉴스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왼쪽부터)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구속을 신호탄으로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구속했다. 이화여대 입학 비리·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삼성 뇌물죄 혐의는 수사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검법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건만 14개다(14건을 수사하다 인지한 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다). 새롭게 밝혀진 미얀마 대사 인사 개입 등 외교 농단과 막 수사에 들어간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한 의료 농단, 그 밖의 재벌 뇌물 수사는 시간에 쫓기는 모양새다.

지난 2월22일 박근혜 게이트를 쫓은 <시사IN> TF팀 기자들이 다시 모였다. 지난해 9월부터 박근혜 게이트를 취재한 기자들이다. 이들이 특검의 활약상과 아쉬웠던 점을 꼽아보았다. 솔직한 취재 후기를 담기 위해 익명으로 방담을 진행했다.


염병하네(염):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특검은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수사 기간 때문에 재청구하기가 쉽지 않다. 검찰이 넘겨받아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아직도 건재하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청구 영장 발부가 특검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모릅니다(모):특검 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영장도 굉장히 잘 썼다고 자평한다. 자기들 말로는 ‘아름다운 구속영장’이라고 하더라(웃음).

대포폰사랑(대):실제로 영장 재청구 끝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당일 라디오 신청곡으로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 폭주했다는 정보지(지라시)가 돌았다(웃음).

:조의연 부장판사가 첫 번째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특검이 당황했다. 이 정도 수사를 해서 넘기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해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거기서 막히니까 바로 삼성 다음으로 넘어가려던 SK와 롯데 수사까지 멈춰버렸다.

당뇨가있다(당):<시사IN>도 보도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거래 의혹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기록되어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 회장 사면 하루 전날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빼도 박도 못하는 물증이다. “하늘 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하겠습니다. 최태원과 모든 SK 식구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다시 봐도 황당하다. 왕조 시대인 줄 알았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이 가운데 12권을 <시사IN>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에 이어 업무수첩이 39권까지 추가로 발견되면서, 안 전 수석은 ‘헬조선의 마지막 사관’ ‘근혜왕조실록의 사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웃음). 우리도 업무수첩을 입수해서 보았듯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정말 꼼꼼하게 기록했다. 진짜 이건 사료다(웃음). 박근혜 정부의 국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물론 그들의 비위 사실도.

ⓒ시사IN 신선영
우병우 전 민정수석(가운데)에 대한 수사에 파견 검사들이 소극적이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특검이 그렇게 삼성을 보강 수사하는 데만 3주를 썼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에서 새롭게 나온 정황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압수수색에서 찾은 증거까지 보탰다. 79년 삼성 역사상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까지 이끌어냈지만, 거기에 상당 부분 전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른 재벌 그룹 수사는 시간에 쫓겨 못했다.

:특검의 집중 수사 타깃이 처음부터 삼성은 아니었다. 오히려 좀 더 명확한 증거가 있는 SK나 롯데를 수사하면서 삼성까지 가겠다는 계획이었다. ‘관리의 삼성’이 가진 힘을 알기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

:윤석열 수사팀장은 이미 삼성과 인연이 있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본부장이던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본부의 수사 검사였다. 그때도 삼성을 헤집고 들어가 압수수색하고 비자금을 찾는 최고의 칼잡이였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 이후 시작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다음에 조준웅 특검 그리고 법원까지 간 사건이 결과적으로 삼성만 좋은 일을 시켜주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 등을 합법적으로 찾아주는 꼴이 되었다. 비자금은 한 푼도 찾지 못했고 선대 유산을 받아 차명 관리했다는 삼성의 해명을 조준웅 특검이 받아주었다. 조준웅 특검은 에버랜드와 삼성SDS에 대한 배임과 조세 포탈 등 혐의만 적용해 이건희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활동을 마쳤다. 대법원도 불법 승계 의혹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버렸다.

:또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는 ‘이건희 원 포인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때 특별사면의 주무 담당자가 당시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최 의원은 국정 농단 국회 청문회 때 여당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삼성이 특검 수사를 만만하게 여겼던 것 같다. 과거 수준으로 수사하겠지 생각하다가 허점이 나왔고, 박영수 특검팀이 대마를 낚아챘다.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장충기 삼성그룹 사장 쪽에서 구멍이 생겼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휴대전화에서 결정적 증거가 쏟아졌다.

:삼성 관계자발로 ‘홍라희 여사 심정이 찢어진다’ ‘삼성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경제적 손해가 어마어마하다’ 따위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사카린 밀수·에버랜드 전환사채·비자금 사건까지 삼성의 정경유착 역사는 길다. 그때 단죄하고 끊었어야 할 고리가 오히려 더 정교하고 대담해지며 생긴 불행이라 자성해야 하지 않나.

:특검은 네 팀으로 나뉘어 수사했다. 이 중 3·4팀이 삼성에 집중했다. 1팀이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 수사를 한 다음 ‘세월호 7시간’ 관련 의료 농단을 맡았고, 2팀이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고 우병우 전 수석 의혹 수사로 넘어갔다. 그만큼 화력이 삼성에 집중돼, 70일 동안 한 것도 많지만 못한 것도 많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아쉽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윤갑근 특별수사팀에서 제대로 넘어온 자료가 없어 수사에 차질이 컸다고 하더라. 그리고 우 전 수석이 세월호 검찰 수사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외압을 받았다는 검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특검에서 수사 주력인 파견 검사들이 친정인 검찰에 칼날을 무디게 들이댄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실제로 검찰 간부가 특검팀 파견 검사에게 따로 연락해서 협박했다는 후문도 있다. 자기들이 한 사건을 특검이 하니 신경이 쓰이는 거다. ‘다시 돌아올 곳이 어딘지 잘 생각해서 똑바로 하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왼쪽)은 계속 소환을 거부하다 체포영장이 발부된다고 하자 특검에 출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의 대포폰 사용 여부는 장시호씨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 때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같은 내부고발자가 없었다. 블랙리스트 수사도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 없었으면 거기까지 못 갔다. 유진룡 전 장관이 정확하게 누가 문제였다고 지목했기에 수사가 진척됐다. 원래는 유진룡 전 장관도 수사에 거기까지 협조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는데, 윤석열 수사팀장이 주변인을 통해 간곡히 설득했다고 한다.

:블랙리스트 수사도 쉽지 않았던 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법조인 출신이라 만만찮다. 시간이 지나며 대응 논리도 탄탄해지고 입도 맞추고 증거도 없앴다. 지금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에서 다퉈보겠다는 태도다. 법정에서 이제 겨우 신동철 청와대 전 비서관의 첫 자백이 나왔을 정도로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과거 특검과 비교해보면 이번 특검의 특징이 잘 보인다. 이명박 내곡동 사저 특검과 디도스 특검 등은 다 한 가지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 게이트 특검은 수사 범위가 넓다. 끝도 없이 의혹이 나오다 보니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이 손 안 댄 게 뭔가 싶을 정도다. 특검팀이 70일 동안 한 수사라고 하기에는 정말 많은 걸 했다.

:특검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도 탄핵된 상황이었다. 박영수 특검도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했다. 팀도 잘 꾸렸다. 박영수 특검 옆에서 보좌하는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이 있고, 윤석열 수사팀장 밑으로 적재적소에 검사들을 잘 배치했다. 출발 땐 쉽지 않았다. 특검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검사가 더 많았는데, 법무부가 안 도와줘서 많이 싸웠다고 한다. 일부 언론이 장시호씨나 안종범 전 수석이 수사에 잘 협조했다고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그들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진술하는데, 나머지는 여전히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특검이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아직 많다. 이영선 행정관도 계속 소환을 거부하다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선다고 하니까 겨우 나왔다. 안봉근 전 비서관도 막판에야 특검에 나왔다. 이재만 전 비서관은 부르지도 못했다.

:관련된 많은 이들이 아직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영선·윤전추 행정관과 유재경 미얀마 대사 등 이번 게이트에 연루된 이들이 아직 현직이다. 청와대 보안손님이라던 독일 말 중개업자부터 김영재·김상만·백선생 등 별의별 민간인들이 청와대를 들락거렸다. 이들의 출입을 제지하지 못한 경호실 관계자들도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도 자리를 잃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연합뉴스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과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

:최순실 일당은 이름이 여러 개다. 그래서 추적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최순실씨만 하더라도 최서원으로 개명하고, 김영재의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는 최보정이란 가명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도 길라임으로 차병원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았다. 안 나온 이름이 더 있을 수 있다.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도 이름이 7개였다. 최순실씨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름을 바꾸라고 했다. 서울 반포의 한 작명소를 추천했다. 최씨는 한 측근에게 ‘어두운 과거를 씻기 위해서 개명해야 한다. 이름의 기운이 맑아야 한다’고 권했다고 한다. 그런 권유를 받아야 최순실 측근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장시호·정유라씨도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한 재벌 회장도 한글 이름은 그대로 두고 한자 한 글자만 바꿨다가 이번 사건이 터지고 다시 ‘원상 복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또 다른 뇌물죄 혐의를 받는 옷값 대납 등도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최순실씨가 대통령에게 보석도 사줬다고 폭로했는데 그 부분은 아예 수사가 안 되었다. 보석은 옷보다 훨씬 비싸다. 뇌물죄가 적용되어야 최순실 등의 형량도 세진다. 아직도 최씨가 몇 년 살고 나와서 다시 떵떵거리며 살까 봐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최씨가 석방되고 나와서 이번에 증언한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라며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도 의혹투성이인데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특검이 이 부분은 훑어만 봤다. 1970~1980년대 최순실 일가의 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독일에서는 자금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련성은 없는지 등을 살폈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특검 막바지에야 장석칠(최순득씨의 남편)씨를 불렀다. 최순실 일가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경위와 자금의 뿌리, 흐름을 찾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검이 관련 단서 한두 개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를 주목해야 한다. 2월23일 국회 자유발언에서 노 의원은 1970년대 미국 하원이 펴낸 ‘프레이저 보고서’를 인용해, 박정희 대통령이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비자금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에 따르면, 10·26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해 해당 계좌 예금주를 바꿨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을 1990년대 최순실씨가 독일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과 연관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사IN>이 2012년 보도했던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도 이번 국면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특검도 이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결국 시간 부족으로 손도 못 댔다. 국면이 빠르게 돌아가자 관련자들의 진술이 처음과 달라지는 부분이 계속 나오는 점을 <시사IN> 취재진도 따로 확인하고 있다. 특검이 다루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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