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대통령 대리인단에서 ‘진짜 사나이’ 하나가 두각을 드러냈다. 김평우 변호사다. 2월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제16차 변론에서 김 변호사는 유독 ‘여자’를 강조했다. 변론 도중 “여자 대통령한테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을) 10분 단위로 보고해?’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탄핵 심판에서) 약한 사람은 누구겠나. 여자 하나 아니야, 여자 하나”라며,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비난했다. 여자는 왕자가 필요하지 않지만 여자 대통령에게는 ‘공주 편’인 재판부라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연합뉴스

장외에서도 ‘여자 운운’은 계속됐다. 2월18일 탄핵 반대 집회에 나타난 김 변호사는 “가족도 없는 여자 대통령 하나 못 지키는 대한민국 남자들은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을 청와대에 가두어놓고 사람들을 못 만나게 한다”라고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포털 사이트에 “가둔 게 아니라 나오라는데 안 나오잖아요”라고 응수했다. “국정원 직원 ‘셀프 감금’이 떠오른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남초·여초 불문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 변호사를 조롱했으나 ‘노초 사이트’는 달랐다. 박사모 회원들은 ‘천하의 명연설’이라고 추어올렸다. 노익장들은 “탄핵 심판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 집회·태극기 집회 정면충돌해서 서울 아스팔트가 피와 눈물로 덮인다”라는 부분에 열광했다.

박사모 회원이 게시한 김 변호사의 변론 전문에는 “(탄핵 인용 시) 피바다의 잔인한 역사를 만들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각론도 있다. “썩은 국회를 해산하고 계엄령은 필수다. 반항하는 자는 체포하고 북으로 진군한다.” 대한민국 형법 각칙 첫 장에 쓰인 죄가 내란죄다. 예비·음모만으로 금고형, 수괴는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살벌한 목소리가 오가는 가운데서도 중고 상품 매매 사이트 ‘중고나라’는 평화로웠다. 2월21일 중고나라에는 ‘황교안 시계’가 매물로 올라왔다(사진). 청와대에서 기념품으로 제작한 시계로, 뒷면에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라고 적혀 있다. “18원에 줄서봅니다” “제 통장으로 20만원 입금하시면 받아드립니다” 등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한 콧대 높은 소비자는 “저것보다는 황교안 대선 출마 뒤 나올 ‘유일호 권한대행 권한대행’ 시계를 사겠다”라고 썼다. 반인반신의 딸을 외경할 일이다. “지하경제 활성화”라는 복음을, 탄핵당함으로써, 그것도 ‘감금’된 채 이루시나니.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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