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애덤 스미스는 결혼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집안일을 돌봤고, 사촌이 돈을 관리했다. 그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교환을 통해 충족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애덤 스미스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이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어머니가 평생을 저녁 식사가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보살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경제학에서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은 늘 경제학의 문제”였음을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하여 현대 금융위기까지 전방위로 따져본다. 무엇보다 쉽고, 유쾌하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전 4권)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외 옮김, 황금가지 펴냄〈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가 국내 최초로 완간됐다. 과학소설가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클라크는 엄밀한 과학과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동시에 다룰 줄 알았던 거장이다. 집요한 묘사 탓에 진입 장벽이 있기도 하지만, 탄탄한 과학적 토대 위에서 전개되는 웅장한 서사는 차원이 다른 감동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저자는 탁월한 미래학자로도 명성이 높다.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면서, 지표면에서 보면 마치 한 점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정지궤도 위성’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되기 20년 전에 제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안녕에게 안녕합니다남해중학교 소년들 지음, 3people 펴냄제자들이 처음 시를 쓸 때를 기억하길 바라는 교사와 남해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 중인 돌창고 프로젝트 ‘3people’팀이 남해중학교 학생들과 뭉쳤다.소년들의 성장통 같은 시는 총 5부로 나뉜다. ‘아주 어리지도 않고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은 남자아이’를 시작으로 ‘친구와 학교’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자연’으로 시각을 확장하며 ‘시간’과 ‘사회’에 관한 장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2부 ‘안녕’이라는 시에 담긴 “진정 안녕은 안녕받지 못해 오늘은 안녕에게 안녕합니다”라는 섬세한 시구는 이 책 제목을 탄생시켰다. 소년들은 동시대의 아픔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5부 ‘세월, 그리고 아기 새’에 담긴 시구들은 유독 코끝을 찡하게 한다.

스노든 게이트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2014년에 나온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절판)를 영화 〈스노든〉 개봉에 맞춰 재출간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실체를 드러낸 에드워드 스노든과 이를 끈질기게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의 활약을 담았다. 제보를 받은 시점, 보도 과정, 보도 이후의 뒷이야기를 취재기자 본인이 직접 풀어내 더욱 흥미롭다. 미국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라는 양대 주류 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며 독립 저널리스트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노든의 폭로라는 희대의 사건 파일이자, 흥미로운 저널리즘 비판서다.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장신기 지음, 시대의창 펴냄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이 서양의 관점을 통해 스스로를 비하한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한국의 진보 역시 상대방인 보수 세력의 관점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서(진보 오리엔탈리즘) 분열하고 약해졌다고 주장한다. 보수 세력이 진보를 바라보는 관점인 ‘안보는 보수 세력의 영역’ ‘이념을 강조하면 민생정치 불가능’ 같은 사고방식을 진보 역시 은연중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저자는 진보 오리엔탈리즘 개념으로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현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특히 서로를 물어뜯으며 함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김대중 지지층과 노무현 지지층에게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한 통 큰 연대를 주문한다.

노년 예술 수업고영직·안태호 지음, 서해문집 펴냄‘이웃집 할망구가/ 가방 들고 학교 간다 놀린다/ 지는 이름을 못 쓰면서/ 나는 이름도 쓸 줄 알고/ 버스도 안 물어보고 탄다/ 이 기분 니는 모르제(〈내 기분〉 전문, 이태연).’ 시금치 씨, 배추 씨는 알지만 시는 몰랐다. 평균 연령 79세인 시골 할머니들이 생애 처음 글을 깨치고 쓰기 시작하자, 삶은 곧 시가 되었다. 현대 무용가 안은미는 2010년부터 전국을 돌면서 할머니들을 만날 때마다 춤을 권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주름진 몸은 그 어떤 말보다 구체적이었다. 할머니들의 ‘막춤’은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공연이 되고, 유럽을 강타했다. 이 밖에도 만화 동아리 ‘언니쓰’, 실버 중창단 ‘왕언니 클럽’ 등 문화 생산의 주체로서 노년을 책으로 묶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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