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웹소설이라는 명칭이 보편적으로 쓰인 건 2013년 1월 네이버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네이버 웹소설의 월간 사용자는 680만명, 누적 조회 수는 130억 건을 넘어섰다.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동인지’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격을 줄였다. 그러나 동인지가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면, 웹소설은 창작과 유통이 좀 더 수월하다.
이른바 ‘순수문학’에는 명백한 허들이 존재한다. 소설가로 등단하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출판까지 이어지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웹소설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 혹은 삭제한다. 웹소설 중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적으로 각인된 작품의 다수는 호흡이 짧다. 서술과 묘사는 기존 문학에 비해 적고, 대사가 많은 편이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소설보다 영상화에 용이하지만, 동시에 소설의 문법을 모두 파괴한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받아왔다. 웹소설을 향유하는 생산자나 소비자에 대한 평가절하는 다양한 문학적 생산성을 가로막는 구실을 해왔다.
중국은 웹소설을 ‘인터넷 문학’으로 명명하며 정책적으로 꾸준히 밀고 있다. 한국이 웹소설 중에서도 유독 로맨스에 초점을 맞춰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로맨스·추리·SF·판타지·무협·스릴러·호러 등 모든 장르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웹소설 이용자 다수가 젊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세대 차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전문 작가들의 온라인 연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2006년 캐나다 토론토에 설립된 스토리텔링 커뮤니티인 왓패드는 웹이라는 미디어가 지닌 장점을 활용해 아마추어 작가들의 창작 스토리를 독자와 공유하고, 미처 발굴되지 못한 다양한 작가를 출판사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장르 측면에서 로맨스·SF·호러뿐만 아니라 순수문학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글까지 포용해 다양성을 추구한다.
국내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출범
국내에서도 왓패드와 같은 시도가 없지는 않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황금가지가 2월1일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출범시켰다. 아직은 베타 버전이지만, 한국 웹소설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문학의 경계를 뒤흔들 수 있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웹소설은 누구나 쉽게 쓰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다. 기존 장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전형성을 깬 ‘새로운 문학’이 될 가능성도 있다. 침체된 한국 문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까지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글들이 온라인에서 독자를 모으고, 독자들로 인하여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하는 인간’이다.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한 글이 우리에겐 너무 많이 남아 있다.
-
소비자-공장 잇는 ‘단골공장 프로젝트’
소비자-공장 잇는 ‘단골공장 프로젝트’
장일호 기자
삶은 서류 위에 있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위한 소재 트레이딩이 두 사람의 일이었다. 국내 최고 대기업 ‘상사맨’이라는 약발도 오래가지 못했다. 의미와 재미는 점점 월...
-
장강명이 쫓은 공모전의 뿌리
장강명이 쫓은 공모전의 뿌리
임지영 기자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이 사람들로 붐볐다. 1·2호선에서 쏟아진 사람들이 각각의 출구를 찾아 직진했다. 장대비를 피해 사진 찍을 곳을 찾는 동안 장강명 작가(43)가 스스로를 이곳과...
-
낮엔 회사원 밤엔 작가, 계급장 떼고 쓰는 웹소설의 세계
낮엔 회사원 밤엔 작가, 계급장 떼고 쓰는 웹소설의 세계
임지영 기자
이낙준 작가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날 써야 할 분량은 연재작 세 편이다. 〈A.I. 닥터〉 〈포스트 팬데믹〉 〈검은 머리 영국 의사〉 각 1화씩. 목표 분량을 화면에 띄워놓고 ...
-
10년 전 ‘문학의 수치’였던 웹소설, 파죽지세 확장하기까지
10년 전 ‘문학의 수치’였던 웹소설, 파죽지세 확장하기까지
임지영 기자
차소희 작가는 요즘 하루 2만 자를 쓴다. 웹소설 4회 정도 분량이다. 2014년 네이버웹소설 공모전에서 〈단향〉으로 데뷔한 뒤 〈황녀님이 사악하셔〉 〈악역에게 정체를 들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