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5시30분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이병철)부터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이건희)까지, 1938년 창립 이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총수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큰 산을 넘은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1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박영수 특검팀은 영장 재청구를 철저히 준비했다. 특히 삼성이 최순실에게 건넨 430억원대 뇌물의 대가성 입증에 주력했다.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 당시 특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쪽 수사에 주로 집중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특검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은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은 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청와대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도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데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구실을 했다.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과정에서 특혜 의혹도 특검은 살펴보았다.

특검은 영장을 재청구하며 이미 적용한 뇌물공여죄, 횡령, 위증 혐의 외에도 두 가지 혐의를 추가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2월17일 브리핑에서 “독일에 지급된 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를 발견해 재산 해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추가했다”라고 밝혔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도 횡령으로 분류해 횡령액은 94억원에서 29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시사IN 이명익2월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검은 영장실질심사 당일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번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던 양재식 특검보 외에 윤석열 수사팀장과 한동훈 부장검사가 나섰다. 윤석열 검사와 한동훈 검사는 특수통으로 특검이 검찰에서 빼낸 ‘잘 드는 칼’로 통한다. 삼성도 총력 방어에 나섰다. 한 차례 구속영장 기각을 끌어냈던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이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도 대거 투입되었다. 이번에는 특검이 판정승을 거뒀다.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특검 앞에 놓인 ‘대통령 대면 조사’라는 벽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법원이 뇌물공여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도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특검 앞에 놓인 벽은 여전히 두껍다. 첫 번째 넘어야 할 벽은 대통령 대면 조사다. 두 번째는 얼마 남지 않은 수사 기간이다. 1차 수사 기간 종료일은 2월28일이다. 특검법상 추가로 수사 기한 30일 연장이 가능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승인해야 한다. 특검은 2월16일 황 권한대행에게 수사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 대상이 상당히 많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 2월28일에 모든 수사를 완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2월10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특검이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건, 남은 20일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수사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법 개정안(특검 활동 기간으로 120일 보장)을 발의했지만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만일 황 권한대행이 추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하면 특검은 2월28일 종료된다.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하지 못한 채 특검이 끝나면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는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