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소원을 들어준다는 요정이 내 앞에 나타나 ‘너를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축복일까요? 지금 이 땅에서?”

‘〈시사IN〉 나눔IN’ 선정위원단 중 한 사람인 김희정씨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눔IN은 〈시사IN〉 기자, 독자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을 매년 운영합니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올해의 나눔IN은 어떻게 운영할지, 모인 기금은 어떻게 배분할지 등등을 논의하는 것이지요.

김희정씨는 외부 전문가 몫의 선정위원입니다. 지난 연말까지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공익활동지원팀장으로 일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아름다운재단-한국인권재단을 두루 거친 모금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나눔IN 선정위원단에 합류하면서 특히 강조한 것이 ‘청년과 함께하는 매체나눔’이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녀의 20대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잘못된 제도와 사람을 명쾌한 언어로 지적하곤 했죠.


그러나 지금은 ‘내 집’은커녕 ‘내 방’ 마련조차 사치라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시대, 이들에게 “어디서 일해요?”라고 묻는 것은 더더욱 언감생심인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누구도 더 이상 청년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런 사회에 과연 미래가 있긴 한 걸까요? 그래서 그녀는 제안합니다. 청년 세대가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작동 원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끔 우리 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고요(선정위원이 남긴 글 전문은 아래 참조). 그녀가 특히 주목하는 대상이 공무원 시험이나 ‘언론고시’를 준비 중인 청년들입니다. 나눔IN을 통해 이들에게 〈시사IN〉을 선물하면 당장 시험 준비에 필요한 시사 상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장차 사회에 나가 균형 잡힌 안목을 갖는 데도 도움을 줄 것 같아서입니다.

김희정씨의 바람대로 더 많은 청년들에게 〈시사IN〉이 전달될 수 있게끔 독자들이 도와주십시오. 〈시사IN〉도 총 모금액의 30%를 매칭하는 한편,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등과 함께 매체나눔이 필요한 청년들을 널리 찾아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 2017 ‘나눔IN’ 캠페인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나눔IN에 동참할 분은 나눔IN 캠페인 홈페이지(http://nanum.sisain.co.kr)에 접속해 ‘희망나눔’(1만~10만원)이나 ‘통큰나눔’(18만원 이상) 중 하나를 선택해주시면 됩니다. 캠페인 진행 상황도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희망나눔(소액나눔)
●1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다양한 액수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신용카드/무통장 입금/휴대전화 결제).
●희망나눔의 경우 참가자 여럿을 한 조로 묶어 펀드를 만든 뒤 선정자에게 기증합니다.

  통큰나눔(고액나눔)
●18만원(〈시사IN〉 1년 정기구독권 1개) 이상을 후원하는 방식입니다.
   통큰나눔 참여자는 자신의 모교, 동네 도서관 등 본인이 기증하고 싶은 곳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통큰나눔의 경우 후원자의 이름을 딴 펀드를 만들어 선정자에게 기증합니다. 예) 김제동 펀드, 심재명 펀드 등
●통큰나눔 참여자에게는 〈시사IN〉을 보관할 수 있는 책꽂이를 따로 보내드립니다(위 사진).

▒ 2017 나눔IN 캠페인은 청년단체와 함께합니다.
▒ 2017 나눔IN 캠페인은 2017년 1월2일부터 2월28일까지 진행됩니다.



2월10일 현재 모금액: 10,686,416원
캠페인을 시작한 지 40일째인 2월10일 현재 45명이 동참해주셨습니다.
총 모금액은 13,892,341원입니다(〈시사IN〉 매칭액 3,205,925원 포함).

❶ 통큰나눔 : 총 19명 / 방명일, 이창희, 김○아, 최수근, 권민택, 권혜화, 김○수, 최현미, 한은아, 김애희, 최○정, 이종기, 전민호, 정영주, 구희경, claire, 김○빈, 노정원, 주○진
❷ 희망나눔 : 총 27명 /
백승영, 구용주, 권영관, 이정우, 안형준, 김은호, 조금연, 강진옥, 오상경, 김경화, 최○현, 앙혜성, 이윤서, 홍준호, 고○용, 박현진, 신하늘, 이주희, 변성철, 이난효, 조영민·영채, 김상권, 이지혜, 이은수, 이나래, 김희순

〈2017 나눔IN 선정위원이 남긴 글〉


"청년세대에 대한 부채감을 넘어" 

 김희정(전 서울시NPO지원센터 공익활동지원팀장)

이십대 내 언어는 명쾌했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과 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덧 지금 이 사회가 왜 이 모양인지 대답해야 하거나, 그때 뭐했냐고 질문을 받는 세대가 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당최 이 사회는 나를 품위있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쎄 빠지게’ 일하고 세금 냈더니 방학 중에 애들 밥도 못 먹이는 어른이 되게 하거나,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세대가 되게 한다.

일자리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세대, 그래서 노사문제까지 가기도 어렵다는 청년들에게 ‘어디서 일해요?’라는 인사를 건네기 불편한 사회다. 내집 마련은 차치하고 내방을 갖고 싶다는 청년세대를 보며,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으로부터 “너를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게 해줄게. 단, 한국에서”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이는 상이 아니라 벌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 이상 ‘청년이 부럽지 않은 시대’는 사회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징표를 넘어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움직였던 룰이 바뀌지 않고 작동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질문하게 만든다. 부모세대가 전수해 준 ‘열심히, 잘사는 비법’을 계속 써먹었다간 몇십년 후 내 삶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경고와 함께.

나는 생각한다. 청년세대에 대한 부채감, 미안함을 넘어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작동원리를 만들 때가 됐다고. 나눔IN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내 머릿속에 맨 먼저 떠오른 것도 청년이었다. 나눔IN은 매년 이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2017 나눔IN으로 청년을 함께 기억하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그간 만난 청년들도 떠올랐다. 그중에는 공무원 고시나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매우 많다. 이 청년들이 틈틈이 시사잡지를 접할 수 있다면 당장 시험 준비에 필요한 시사상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장차 사회에 나아가 균형잡힌 안목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눔IN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연대와 책임을 실천하려는 시민들과 청년의 만남이 더 많이 성사되길 바래본다.

 

 
"저는 대한민국의 20대 청년입니다"
김우영 (출판편집자)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저에게는 두 가지 목표(또는 바람)가 있습니다. 

하나는 적당히 오래 사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은 쉽지만, 어떤 것은 어렵습니다. 수많은 선택지를 검토하고 (많이 배웠으니까)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어떤 선택에서 이미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것이 현실이 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선택의 결과를 확인하는 데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건 마치 수확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밭을 끊임없이 갈아엎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그걸 반복할 겁니다. 그러니까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오래 살아야 합니다.

아주 작은 성취를 하나씩 쌓아 형태가 있는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 이에게는 매우 지치는 일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끈질기게 기필코 오래 살아도 곤란할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하던 일을 또 다른 사람이, 주로는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기도 합니다. 내가 이것을 경험해보았고, 누군가가 해야 할 몫을 남겨두고, 그들이 이것을 경험해보기를 바라면서요. 그러니까 적당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목표는 시대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되지 못해도,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인 것 같습니다. 절망에 대해서 말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게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하고 싶습니다. 이 사회가 어디에서 어디로 변해왔는지 증언하고 싶거든요. 언젠가는 우리가 겪는 여러 일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바뀌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것이 이루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목표들은 이루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수행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루함보다 외로움에, 보상이 없는 것보다 무력함에 고통스러울 테지만, 살아남아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의 희망이 이런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