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지음, 박병철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누군가 신을 믿기 좋은 직업 리스트를 만든다면, 거기에 물리학자가 들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인슈타인은 “신의 생각을 읽는 것이 물리학자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신의 자리에 물리법칙을 가져다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물리학의 세계에서, 힉스 보손을 부르는 ‘신의 입자’라는 별명은 그래서 퍽 역설적이다.이 책은 그 인상적인 별명을 대중에 각인시킨 고전이다. 〈신의 입자〉는 2600년의 입자물리학 역사를 일주하면서, 왜 힉스가 입자물리학의 성배가 되는지 비전문가인 독자도 따라올 수 있게 풀어낸다. 1993년 이 책이 보여준 대담한 가설은 2012년 힉스의 존재가 실험으로 입증되며 결실을 맺었다. 실험물리학자 레더먼의 입담은 덤이다.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정승일 지음, 책담 펴냄경제민주화의 목표가 봉건적 재벌 체제 및 전근대적 관치경제 타파를 통한 ‘시장주도 경제 확립’으로 그릇 설정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저자는 경제민주화론이 “최상위 0.001%의 억만장자 재벌 총수 일가의 황제적 경제 권력을 1%인 백만장자 주식 투자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자는 ‘재산권자 민주주의’에 불과하다”라고 혹독하게 비판한다.여러 통계를 바탕으로 이러한 흐름이 ‘헬조선’을 만든 불평등의 근원이라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를 제안한다.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칙을 기업 내에서는 ‘노사 공동 결정제’로, 회사 밖에서는 강력한 산업별 노동조합과 복지국가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나는 걷는다 끝.베르나르 올리비에·베네딕트 플라테 지음, 이재형 옮김, 효형출판 펴냄 제목부터 설렌다. 나는 걷는다, 라니. 그런데 벌써 아쉽다. ‘끝’이라는 단어와 함께 마침표가 단호하게 박혀 있다. 제목 하나로 사람 마음을 달뜨게 했다 애달프게 만드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신작이 돌아왔다. 기자 출신인 그는 예순두 살에 실크로드 1만2000㎞를 혼자 걸어 다녔다. 그런 다음 〈나는 걷는다〉 3부작을 펴냈다.이번에는 연인과 함께였다. 일흔다섯 살에 프랑스 리옹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3000㎞를 걷고 쓴 책이다. 책상 앞에서 책을 읽기만 하는 이에게는 묘한 질투심까지 준다. 길 위에서 본 세상, 곁의 길동무, 그리고 걷기 그 자체가 다 부럽다. 중간에 책장을 덮고 몇 차례 서성이게 된다. ‘나도 걷겠다!’ 속으로 외치며.

사드의 모든 것정욱식 지음, 유리창 펴냄사드 배치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간에도 찬반 의견이 나뉜다. 오랫동안 평화활동가로, 또 군사안보 연구자로 활약해온 저자는 사드 배치가 몰고 올 파장과 그 대안을 다각도로 조망한다.그가 보기에 한국 정부와 상당수 언론은 미국 국방부나 군수산업체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에 급급하다. 때론 사드의 성능을 미국보다 더 과장하기도 한다. 중국의 경제 보복도 옳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북핵 동결과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이다. 이렇게만 되면 악화 일로를 걷는 한반도 문제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의 대전제는 사드 배치 재검토에 있다.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왕첸 지음, 홍성화 옮김, 글항아리 펴냄문화혁명 당시 중국에서는 외국 철학이나 사상에 대한 연구가 단절되었다. 광기의 시대가 지나고 1979년 서평지 〈독서(讀書)〉가 창간되었다. 창간호에는 리훙린의 ‘독서에는 금기가 없다’라는 에세이가 실렸다. 반문화 시대가 끝나고 문예부흥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후 〈독서〉는 거의 모든 중국 사상계의 동향과 관계를 맺으며 중국 지성계를 주도했다.저자는 이 〈독서〉를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중국 사상계의 흐름을 짚는다. 문화혁명의 트라우마로 인해 휴머니즘에 목말랐던 중국 철학자들은 처음 사르트르에 주목했다. 이후 프랑크푸르트학파 등 마르크스주의를 재해석한 사상을 비롯해 다양한 서구의 철학 사조를 탐구했다.

마이 버자이너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펴냄
아담과 이브가 나뭇잎으로 가려버린 ‘그곳’. 그중에서도 이브의 나뭇잎 아래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성차별적이다. 가장 확실한 근거는 ‘정보 격차’다. 남성의 음경과 고환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여성의 대음순과 소음순은 구별하는 사람이 드물다. 아직도 자기 성기의 자세한 구조나 기능을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 정신치료사, 의사, 성과학자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나뭇잎을 떼어내고 자신의 성기를 똑바로 볼 수 있는 가이드북.‘보지’(여성의 성기는 지칭어조차 논란거리다)에 대한 정보만큼 풍성한 여담도 읽을거리다. 세상의 모든 ‘보지’가 감당했던 오랜 숭배와 모욕, 오해와 신화, 할례와 간성(intersexual), 자위, 임신, 출산까지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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