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1·2 조지 R.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은행나무 펴냄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이 문장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들이라면 이 책 또한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판타지 소설 〈왕좌의 게임〉. 2011년부터 HBO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이다. 시즌 6을 끝낸 뒤 시즌 7을 향한 기나긴 기다림에 지친 〈왕좌의 게임〉 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왕좌의 게임〉은 분명 영웅 소설이고 판타지 소설이건만, 관통하는 사조는 리얼리즘에 가깝다. 서로 사랑하고 배신하고 권력 다툼하는 수십명 주인공급 인물들의 앞날에 권선징악의 미덕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아, 이 사람이 주인공이구나. 앞으로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겠군’ 하고 방심하는 순간, 그 인물이 매우 가차 없이 죽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출생의 비밀, 선정적인 장면, 느닷없는 죽음, 판세를 바꾸는 마법과 반전과 같은 막장 드라마 요소가 모두 등장하지만 〈왕좌의 게임〉이 그래도 고급스러운 스토리인 이유는 이 요소들이 매우 귀하게 쓰인다는 점이다. 남용되지 않고, 정교하고, 개연성 있게 자극적인 장치들이 배치됐다.

〈왕좌의 게임〉 한국어판은 원래 2000년에 나왔지만 드라마 방영 후 대거 유입된 새 독자들이 번역 품질 등을 따지는 통에 출판사는 지난해 7월 개정판을 출간했다. 여전히 번역에 흡족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지만 〈왕좌의 게임〉 시리즈가 방영되지 않는 이 암흑기를 견디는 데에 이만한 텍스트가 없다. 원작 못지않게 방대한 ‘왕좌의 게임’ 나무위키(이용자 참여 백과사전)도 다 읽고 가계도와 지도까지 달달 외우고 나서 더 이상 할 게 없을 때 등장한 이 반가운 개정판을, 지난해 가을부터 매일 조금씩 아껴 읽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매 시즌은 항상 봄부터 시작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시즌 7은 오는 여름에야 방영된다. 겨울이 너무 길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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