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박홍규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로만 이해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군주론〉의 유명한 문장 ‘군주는 사랑받지 못할 바에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낫다’ 등에서 기인한 이미지다. 정치와 도덕을 분리해낸 텍스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지만,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에 대한 인식은 남아 있다.저자는 마키아벨리 사상의 핵심은 〈군주론〉이 아닌 〈리비우스 강연〉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로마사 전반을 다룬 마키아벨리의 강연을 해설하면서, 마키아벨리가 혁명적 민주공화국을 외쳤다고 주장한다. 이를 우리 현실과 비교하며 풀어낸다. 촛불집회 내내 터져 나온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마키아벨리가 어떻게 맞닿는지 살펴볼 수 있다.

사물 인터넷이 바꾸는 세상새뮤얼 그린가드 지음, 최은창 옮김, 한울 펴냄요즘 가장 ‘핫’한 시사용어인 ‘4차 산업혁명’.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 역시 관련 도서를 읽는 중이라지만 유감스럽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는 결코 아니다. 사물 인터넷을 통해 그 복잡다단한 개념에 접근해보면 어떨까?사물 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총체적 사회변혁’을 떠받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현재 1조5000억 개로 추정되는 세상의 모든 ‘사물(컴퓨터는 물론 책, 컵, 신발, 자동차 등)’을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하려 한다. ‘지구의 물리법칙을 고쳐 쓰는’ 정도의 파급력이 예상된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기초 지식에서 복잡한 개념으로 사물 인터넷의 개요를 200쪽 약간 넘는 분량에 밀도 있게 담고 있다.

CIA의 비밀전쟁마크 마제티 지음, 이승환 옮김,삼인 펴냄9·11 테러 이후 10여 년 동안 CIA는 첩보·정보기관에서 군사조직으로 변모했다. 외국 정부를 전복하거나 정치가를 암살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그때는 제어장치가 있었다. 9·11 테러 이후에는 미국 정책 결정권자들이 CIA의 비밀작전에 열광했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드론으로 조용히 적을 지워버리면 됐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임기 내내 강력한 옹호자였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잘 드러난다.미국의 군사·정보 복합체가 추구하는 전쟁의 특징은 바로 ‘아웃소싱’이다. 그 결과는 기업의 사적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분석된다. 오사마 빈라덴 추적 과정에서 CIA와 파키스탄 정보부 간의 밀고 당기기는 이 책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김경민 지음, 이마 펴냄식민지 경성의 최고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정세권은 1920년대 익선동·가회동·삼청동 일대 북촌 마을 한옥 대단지 개발을 주도했다. 우리가 전통가옥으로 알고 보존하는 한옥은 대부분 조선 시대 한옥이 아니라 정세권이 지은 도시 한옥(개량 한옥)이다. 그는 서민을 위해 주택금융을 직접 제공하고 주택임대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정세권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이런 한옥 대단지로 일본식 가옥(히라쓰 가옥)의 대중화를 막았다는 점이다. 그는 민족자본가로서 조선물산장려운동을 주도하고 조선어학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때문에 박해당했다. 일제는 그를 고문하고 그의 재산 대부분을 강탈했다.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테리 이글턴 지음, 조은경 옮김, 알마 펴냄무신론(Atheism)이라는 단어가 유럽 언어에 등장한 16세기 이래, 수많은 서구 지식인들이 종교에 맞서왔다. 하지만 종교는 약화될지언정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냉전이 끝나고 ‘역사의 죽음’이란 서사가 유포되면서, 신 또한 불필요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비행기 두 대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했고, 종교는 또다시 거대한 화두가 됐다.〈신을 옹호하다〉를 쓴 테리 이글턴은 서구사회 무신론의 실패를 되짚는다. 이를 통해 ‘세속적 서구’와 ‘종교적 동양’, ‘온건한 기독교’와 ‘위험한 이슬람’이라는 현실 인식을 비판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읽는 흥미로운 참고서다. 덤으로 근현대 철학사까지 익힐 수 있다.

확장도시 인천김윤환 외 지음, 박해천 기획, 마티 엮음사람, 공간, 시간, 이야기. 도시의 네 가지 구성 요소를 꼽으라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사람과 공간이 만나 시간을 이야기로 채워가며 존재하는 것이 도시다.〈확장도시 인천〉은 한 도시를 묘사하는 가장 정성스러운 방식을 보여준다. 도시학자, 디자인 연구자, 사진작가, 철도 동호인, 기자, 건축가, 음악가 등이 모여 각자의 특기를 살렸다. 철도 동호인 전현우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인선의 역사를 통해 인천의 특징을 짚어냈다. 도시학자 김윤환과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은 방대한 인구 데이터를 깔끔하게 시각화해서 제공하며 인천의 인구학적 변화를 해설했다. 이 밖에도 풍부한 사진, 너무나 평범해서 대표성을 갖는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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