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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피해자 코스프레’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7년 02월 16일 목요일 제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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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대한승마협회 임원 2명 교체를 지시하는 등 승마 지원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대한승마협회 임원 2명은 회장사인 삼성전자 소속 임원들이다. 제대로 최순실 딸 정유라를 지원하고 있었다면 속된 말로 ‘조인트를 까였겠느냐’는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삼성그룹 차원에서 보면 삼성전자 상무·부장급 인사 교체가 갖는 진짜 무게는 얼마나 될까. 수백억원대 컨설팅 계약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삼성 주장에 따르면, 삼성은 2014년 9월 독대 때 박 대통령이 승마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자 이듬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됐다. 2015년 7월 독대 때 박 대통령이 승마 지원이 늦다고 질책하자 부랴부랴 그다음 달에 최순실씨 회사와 계약했다. 최순실씨 조카가 관여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도 후원했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지원했다. ‘조인트’가 본질이 아니다. 거기에 왜 반응하느냐가 본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삼성그룹 경영과 관련해 대통령 등 정부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그 나라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정부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기업 운영 방향이나 영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저희들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정부 부처 중 삼성그룹 경영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부처는 어디인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가장 영향력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삼성 주장대로 박 대통령이 화를 낸 게 사실이라 해도,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찬성이 최순실 회사와 계약하기 전이라도, 삼성이 돈을 준 것은 삼성의 기업 활동과 무관하기 어렵다. 삼성은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부회장도 진술했듯 삼성은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설령 국가정책상 합병이 가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정부는 정상적인 정책 수단으로 설득하고 타협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관계자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청와대와 삼성은 결국 주고받기를 했다. 삼성은 정말 ‘피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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