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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헛발질 인프라 혁신으로 극복해야

디지털 경제의 길이 놓이는 큰 판은 인프라·플랫폼·솔루션 세 가지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걸었지만 지난 4년 동안 한국은 IT 분야에서 정체되고 뒤처졌다. 이 판을 활성화시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2월 16일 목요일 제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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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이후 창조경제에 길이 있을까? 한국 경제를 지탱할 신성장동력이 사라져간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주변국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질주, 일본의 귀환, 유럽의 각성,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슈퍼아시아의 대두 등 암울한 이야기뿐이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바이오산업, 빅데이터, 드론, 신소재 등 어느 신산업에서도 한국 경제를 지탱할 것이라고 자신할 만한 분야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고도의 기술혁신이 반복되는 때다. 길은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 다시 생긴다. 웹과 모바일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에서 길이 놓이는 큰 판은 세 가지다. 모든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그리고 그 인프라 위에 만들어지는 플랫폼, 마지막으로 플랫폼에서 파생되어 재화나 용역을 전달하는 솔루션이다.

ⓒ연합뉴스
2016년 12월13일 5G 버스에서 동계 스포츠 콘텐츠를 5G로 수신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인프라는 제품이 개발될 수 있게 하는 기본 기술이자 환경이 된다. 주로 ADSL, 3G, 4G LTE 등 물리적 세계에 기반을 둔다. 여기에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등의 기반 기술 혹은 이를 깊이 이해하거나 경험을 갖춘 고도의 인적자원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인프라는 가장 눈에 안 띄고 덜 빛난다. 하지만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으면 디지털 경제는 존재할 수 없다.

플랫폼은 페이스북·구글·네이버·애플 iOS·안드로이드·카카오톡 등 사람이나 재화·정보·콘텐츠가 두루 연결될 수 있는 마당을 말한다. 플랫폼은 주로 판매자 영역과 구매자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에 공히 가치를 제공하고 불편을 제거해준다. 최대한 많은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넓게 개방되고, 최대한 많은 재화와 콘텐츠가 공유될수록 가치가 커지는 것이 플랫폼의 특징이다. 인프라는 플랫폼에 선행한다. 인프라가 없으면 플랫폼은 작동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솔루션이 있다. 솔루션은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콘텐츠를 판매한다. 플랫폼과 다른 점은 구매와 판매의 흐름이 일방향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유사 솔루션들과 서로 대체재 관계라는 점이다. 솔루션은 대체로 플랫폼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은 경쟁 혹은 대체 관계에 있는 솔루션들을 많이 품을수록 영향력이 커진다. 자연스럽게 솔루션이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은 인프라에 따라 달라진다.

이전 시대의 인프라·플랫폼·솔루션은 다음 시대 인프라·플랫폼·솔루션과의 경쟁에서 대체로 패배한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전 시대의 것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치와 제도, 사회적 인식밖에 없다. 제도와 인식을 포괄하는 사회적 역량이 한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도로와 주유소 및 충전소라는 물리적 인프라, 그리고 3G 혹은 4G라는 무선인터넷 인프라, 최적 경로를 추천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적 혹은 인적 인프라 위에 놓여 있다. 우버가 채택한 것은 iOS 및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생태계 플랫폼이다. 우버는 그 플랫폼 위에서 운전자와 탑승자를 매개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만약 스마트폰 앱 생태계라는 플랫폼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버는 존재할 수 없다. 운전자와 탑승자를 실시간 위치 기반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우버의 핵심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망이라는 인프라 덕분에 구현 가능했다. 무선 인터넷망이 3G 이전 세대였다면 우버 서비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이다 보니 데스크톱에서 활용하기는 매우 번거로웠을 것이다. 결국 인프라와 플랫폼 조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오늘의 우버가 존재한다.

우버는 한국의 제도와 기존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한국 내 확장이 저지되었다. 그사이 카카오택시나 카풀 앱 ‘풀러스’ 등의 서비스가 제도적 허점을 공략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법제 및 사회적 인식이 우버에게는 제약 조건으로, 후발 주자들에게는 기회로 발현된 경우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도 언제 제도에 발목을 잡힐지 알 수 없는 노릇인 건 매한가지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정부 때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통신망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구축했다.

사진 기반의 인스타그램이 10년 전에 과연 가능했을까? 위피(WIPI:스마트폰 도입 전까지 한국 무선인터넷 표준) 기반의, 메가바이트 단위로 요금 폭탄이 쏟아지던 시대에, 이미지 기반의 SNS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10년 전 2G 핸드폰으로 간신히 접속할 수 있었던 ‘모바일 싸이월드’도 데이터 통화요금 부담 때문에 이미지를 상당히 덜어낸 채로 서비스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에서 새로운 기회의 길을 여는 시작점은 인프라 구축에 있다. ‘다음 인프라 구축 시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테스트를 거치는 5G는 2020년부터 본격 상용화된다. 5G는 웬만한 HD급 화질의 영화 한 편쯤은 1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는, 다시 말해 1초에 2.5기가바이트 정도의 용량을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이다. 중계기당 대역폭이 최대 1000배, 연결 가능한 장비 수는 최대 100배로 늘어난다. 지금보다 엄청나게 뛰어난 물리적 인프라다. 몇 초 만에 한 달치 가용 데이터를 소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제 개편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평창올림픽에서 테스트하는 5G가 새로운 기회

인프라가 바뀌면 그 위에 얹힐 플랫폼도 재빠르게 진화한다. 페이스북이 준비 중인 홀로그램을 연상시키는 가상현실(VR) 통신, 그리고 <포켓몬 고> 게임으로 가능성을 증명한 증강현실(AR), 스냅챗이나 스노우, 아자르 등 스티커나 필터를 겹쳐주면서 현실과 가상을 오버레이하는 동영상 기반의 채팅 서비스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모바일에 별세상처럼 펼쳐져 있던 디지털 세계가 현실과 더 밀접하게 붙어버리는, 진정한 의미의 ‘온·오프 믹스’ 시대가 열린다. 더 빨라진 인프라 위에서 정신없이 흘러갈 사람들의 ‘일상’을 누가 잡고 있느냐에 따라 그다음 플랫폼의 승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기존 플랫폼 강자가 2020년 이후에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스냅챗과 스노우를 사려다가 실패한 페이스북은 유사 서비스를 재빠르게 만들어냈다. 플랫폼이었던 구글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구축에 연달아 실패하다가, 최근에는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을 단 솔루션형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애플은 자율주행차로, 텐센트는 실시간 방송은 물론이고 새로운 형태의 앱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두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초조함의 발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로 방향성 없이 표류했던 몇 년이 아쉽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2000년대 초반, 인프라·플랫폼·솔루션 혁신을 경험한 바 있다. 초고속 인터넷통신망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구축하고, 그 위에 검색 포털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솔루션이 도입됐으며, 부분 유료화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한 온라인 게임 산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한 경험이 있다. 기가바이트 단위의 고용량 동영상을 몇 초 이내에 다운받을 수 있는 통신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면, 인프라 위에서 사람들을 엮어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플랫폼 위에 얹힐 새로운 서비스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더 많은 고용과 부를 창출할 것이다. 조금 뒤처졌다고 낙담할 일이 아니다. 곧 새로운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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