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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760억원짜리 국가사업 최순실이 검토했다

최순실씨는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활용하려 했다. 760억원 규모였다. 이 사업을 위해 직접 미얀마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최순실씨 금고지기’로 꼽히는 이상화씨도 동행했다.

김은지·주진우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2월 13일 월요일 제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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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미얀마 K타운 사업의 외피는 공적개발원조(ODA)였다. 실제 속내는 최순실씨의 사익 챙기기였다. 미얀마 K타운은 지난해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ODA 예산 760억원가량을 지원해 한류 등을 홍보하는 컨벤션센터를 미얀마에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최순실씨의 미얀마 사업 초기를 지켜본 고영태씨는 <시사IN>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최순실의 구상은 ODA 사업을 성공시키면 한국과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미얀마는 군부가 땅과 좋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 호텔·레지던스를 짓자고 했다. 미얀마는 아직 노다지 땅인데 큰 호텔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안 좋은) 땅이 강남처럼 비싸다고 했다.” 국가의 해외원조 사업에 개입한 최씨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얘기다. 최씨는 이를 위해 미얀마 대사를 갈아치우고, 박근혜 대통령 순방을 준비했다.

2016년 8월10일 오후 서울 조선호텔에서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 3명과 김인식 이사장을 비롯한 코이카 쪽 관계자 3명이 회의를 했다.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이었다. 당초 계획은 1단계부터 3단계로 나눠, 건설 공사부터 시작해 호텔·한류문화관·K타운을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10월 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얀마 정부의 사업요청서 제출, KOICA의 사업타당성 조사, 에이전트 선정’과 같은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맺었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한 한 장짜리 문건이 민간인 최순실씨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고영태씨는 “760억원짜리 국가사업이 달랑 한 장으로 결정돼 최씨 손에 쥐어졌고 최씨는 여기에 포스트잇을 붙여 ‘미얀마 방문일정 주요 안건회의 결과’라고 써놓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6년 7월4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딴 민 미얀마 상무장관(악수하는 사람)과 만났다.

이뿐만 아니라 최순실씨는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을 보며 K타운 사업을 ODA로 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영태씨가 최씨에게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해결 방안:통상협력국 국장 결의’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문건에도 최순실씨가 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민간기업 또는 전문가 전문기업에 위탁할 수도(관련업)’라고 기재되었다. 해당 포스트잇은 ODA에 동그라미 쳐진 부분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최순실씨는 산자부 통상협력국장의 다양한 역할 중에서 ODA라고 쓰인 부분을 콕 찍어 표시했다. 고영태씨는 ODA에 대한 최순실씨의 관심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왜 ODA였을까?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쓴 보고서가 힌트를 준다. 2015년 11월 쓰인 ‘2016 미얀마 진출 전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미얀마 사업 진출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민간기업은 신규 프로젝트 발굴이 어려워, 현재 한국 기업은 공적자금을 통한 프로젝트 발굴 및 진행으로 사업을 하는 편이 많다. 미얀마도 한국의 ODA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미얀마에서 수익사업을 하기에는 ODA가 좋다는 판단이다. 코트라의 ‘2017 미얀마 진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는 한국의 ODA 수원국 중 2위다(무상원조 3위, 유상원조 1위). 그만큼 ODA 규모도 커서 사업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얀마 사업에 대한 최순실씨의 특별한 관심은 고영태씨 증언뿐만 아니라, 검찰 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검찰이 확보한 최순실씨 측근들의 대화 녹음을 보면, 류상영 더블루케이 부장은 지난해 6월 “미얀마나 관세청이나 이런 건 지금 회장님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고영태씨도 검찰에서 “최순실이 (미얀마) 커피 사업에 대해 알아보라고 해서 인호섭을 소개해줬다. 인호섭이 미얀마 세관하고 한국 세관 사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미얀마 K타운 사업 등에 걸림돌이 되니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최순실이 알아봤다”라고 진술했다.

“최씨 일가가 차명으로 미얀마에 땅 샀다”

최순실씨는 지난해 직접 미얀마를 방문했다. 당시 인호섭 MITS 코리아 대표, 고영태씨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동행했다. 이 본부장은 ‘최순실씨 금고지기’라고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23쪽 기사 참조). 인호섭 대표의 회사 지분 15%가량은 최순실씨가 차명으로 가지고 있다. 미얀마 사업이 최순실씨 돈 문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사IN 자료
최순실씨(위)의 미얀마 K타운 사업과 관련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메모(왼쪽).

박근혜 대통령 또한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대한 최순실씨의 관심이 부쩍 높았던 지난해,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미얀마’가 자주 등장한다. 하나같이 VIP 지시를 기록한 부분이다. 3월27일 VIP 지시라며 ‘미얀마:지적재산권 달러, -삼성 아그레망’ 등이 적혀 있다(21쪽 맨 아래 메모 사진). 아그레망은 신임 대사를 임명할 때 상대 국가의 동의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특검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삼성 출신 임원을 미얀마 대사로 보내라는 지시를 적었다”라고 진술했다. 최순실씨가 직접 면접까지 본 뒤 추천한 유재경 삼성전기 출신이 신임 미얀마 대사로 임명되었다.

4월14일에는 ‘미얀마 한류→주한 대사, 드라마 한국 고기+쌈+김치 찢어, 한국 스타일 음식 선호, 버스 40대 기증’이라고 쓰여 있다(21쪽 가운데 메모 사진).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미얀마가 한국 드라마 시청률이 높고, 고기쌈 맛보기 수요가 높다. 한류 전망이 밝으니 서비스 시장 진출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7월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딴 민 미얀마 상무장관을 접견했다. 7월10일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구체적인 회사 이름까지 등장한다. ‘7-10-16 VIP 2. 미얀마, KOTRA, LH 배제, MITS KOICA(21쪽 맨 위 메모 사진).’ MITS는 최순실씨가 차명 지분을 가지고 있고, 미얀마를 함께 방문한 인호섭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다.

하지만 코이카 또한 이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보고서를 냈다. 청와대는 재조사를 지시했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최순실씨의 미얀마 사업 구상이 어그러진 것이다.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는 증언도 있다. 최순실씨의 재산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최씨 일가가 차명으로 베트남과 미얀마 등에 땅을 많이 샀고, 계속해서 그쪽으로 진출하려 했다. K타운 프로젝트도 그 일부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K타운 이권 개입에 관해서 알선수재 혐의로 최순실씨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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