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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민주주의가 내 공약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대선 주자 2위 그룹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 지사는 자신을 민주주의자라며 민주주의가 대한민국 핵심 문제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천관율·김동인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2월 13일 월요일 제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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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대선 주자가 조용히 상승세를 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더불어민주당)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원톱’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안 지사의 뚜렷한 상승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기 탈락한 대선 레이스에서 흥미로운 변수다.

안 지사의 메시지는 추상적이다. 현실의 해법을 물어도 “민주주의가 해법이다”라고 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안 지사는 ‘서생의 문제의식만 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상도 준다. 후발 주자는 도발적인 의제를 던져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상식으로 보면, 민주주의라는 심심한 의제를 되풀이하는 안희정의 상승세는 미스터리다.

ⓒ시사IN 신선영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치란 한 국가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을 정비하는 일이다. OS가 잘 정비되어 있으면 퍼포먼스는 국민이 한다. 민주주의라는 OS를 업그레이드해서 애플리케이션이 효과를 발휘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만났다. 구체적인 현안이나 공약에 관한 질문은 일부러 뺐다.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가 원론과 당위를 넘어 어떻게 현실의 해법이 되는지 듣고 싶었다. 서생의 문제의식은 익히 보여주었으니, 그게 상인의 현실감각과 닿아 있는지 궁금했다. 1월31일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100분 동안 마주앉았다.


‘나는 민주주의자다’라고 늘 강조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핵심 문제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못해서 생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부터가 그렇다. 민주주의를 잘한다면 어떻게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나? 민주주의를 잘한다면 어떻게 재벌과 대기업의 독과점 질서를 온존시키나? 시장의 독과점 방지도 민주주의 원칙에 들어간다. 대선 주자 중에서 너는 뭐가 다르냐고들 묻는다. 모든 사람들이 뭘 해주겠다고 총통 선거하듯 얘기하는데, 나는 민주주의 공화국의 대통령 후보로서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를 뽑아주면 다 해결해줄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시혜가 아니고, 이거저거 해주겠다는 건 민주주의 정치인의 어법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말 못한다.

왜 못하나?


내가 자신이 없다. 혹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건 내가 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충남지사 7년 동안 충남에 일자리가 얼마 들어오고 투자 얼마 들어오고 이런 성적표가 있다. 물론 나도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다 내 공인가? 아니다. 충남의 입지, 기존 기업들의 견인, 거기에 외국인 투자 촉진 대책 같은 국가정책이 다 모인 결과다. 그게 왜 도지사 업적이 되나?

민주주의가 해법이라는 주장은 적폐 청산을 원하는 유권자에게 미지근해 보인다.


타도의 대상이 있어서 그 사람, 그 세력만 깨면 해결될 것처럼 정치인이 얘기하는 건 문제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들, FTA에 따른 농업 문제, 중소기업 역량 문제, 노동시장 문제 등등, 다들 딱 한 방으로 풀리는 문제가 없다. 사회 각 영역이 얽혀 있기 때문에 모든 게 한꺼번에, 큰 틀에서 풀려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일자리 문제라면?

임금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목표를 생각해보자. 우선 노사 협상에서 힘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중소기업이 거의 한계상황이다. 산별노조를 강화해 노조 협상력을 올린들 대기업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 결국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의 단가 협상력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필요하고, 국가의 R&D 정책이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수 인력이 지방에 안 가는데 정부가 예산만 퍼붓는다고 지방 중소기업 R&D가 굴러가겠나. 그래서 ‘인(in)서울’이라는 특권 구조를 깨줘야 한다. 자, 임금 양극화 문제 하나만 다루려 해도 노사 협상력 문제, 대·중소기업 협상력 문제, 기술혁신 문제, R&D 정책 문제, ‘인서울’ 헤게모니 문제가 전부 얽혀 있다. 정부가 만나는 문제라는 게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일도양단식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

ⓒ연합뉴스
1월22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19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대선 출정식은 즉문즉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안희정식 대안이 민주주의다?


그렇다. 정치라는 직업의 본질이 그거다. 정치란 한 국가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운영체제)을 정비하는 일이다. OS가 잘 정비되어 있으면 퍼포먼스는 국민이 한다. 민주주의라는 OS를 업그레이드해서, 거기 깔린 애플리케이션이 일제히 바뀌는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몇 개 개발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보겠다? 그렇게 접근하면 나머지 애플리케이션도 어떤 혜택도 못 받고 변화도 없다. 정부 일이란 게 애플리케이션 몇 개 손보는 것이 아니다. 좋은 OS를 제공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 참여와 자치의 원리, 공정과 투명성의 원리가 들어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 이 세 가지 원리가 부족하다. 검찰·언론·재벌 문제를 따져보면 다 여기서 막혀 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검찰 문제의 해법이 되나?

민주주의 원리가 더 잘 적용되는 제도 설계를 해줘야 한다. 검찰의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기소독점주의는 민주주의 제도 원리로 보면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검찰의 팔을 비트는 게 아니라 이런 제도 설계 문제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언론은?


언론사 내에서 언론 사주의 발언권과 언론인의 자유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언론이 건강한데, 지금 그게 안 된다. 문제가 민주주의의 부족이므로 해법도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 편집권을 위한 언론인 스스로의 투쟁이 있어야 한다. 행정부는 그 과정에서 YTN처럼 해고당하는 언론인이 없도록, 언론인이 직업적 소명의식을 발휘한 걸로 불이익 받지 않도록 막아줘야 한다. 누구를 때려잡는 게 정의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지켜주는 게 정의다.

재벌은?


이미 있는 견제·균형 제도부터 잘 써야 한다. 공정거래법도 있고, 공정위나 금융위원회도 그런 방향으로 운영할 수 있다. 대신 우리 사회가 조심해야 할 게, 종양 중에도 너무 커서 무턱대고 떼어내면 환자 목숨이 위험한 경우가 있다. 한국 재벌이 그렇다. 너무 커져서 대책 없이 떼어냈다가는 한국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독점적 불공정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총론은 분명하지만, 이걸 타도 대상으로 삼아 그저 진격한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대선은 “내가 모든 걸 해주겠다”라는 태도가 더 돋보이는 게임이다.


그걸 안 하면서 이 관문을 통과하려니 엄청나게 힘이 든다. 예를 들어 산업 구조조정 같은 문제라면, 실업급여나 복지제도와 같이 사회안전망을 뒷받침하는 건 정치의 영역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으로 들어가면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정치가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한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민주주의 리더십으로 훈련받지 못했다는 거고, 정치가 시대에 맞는 준비를 못했다는 거다. 정부든 시장이든 각자의 영역이 제자리로 가게끔 해주는 게 민주주의 리더십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신뢰하는 것 같다.


시장의 자원 배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시장이 가장 잘하는 영역을 인정한다고 민주주의와 정치가 죽나? 그렇지 않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원칙과 상식을 고수했듯 민주주의라는 소신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위는 2007년 6월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노무현 대통령(맨 오른쪽)과 악수하는 모습.

다음 대통령이 5년 동안 민주주의를 잘한다고 해서, 그게 또 후퇴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예부터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가 바깥바람 쐬기 시작하면 실내에 못 가둬둔다고 했다. 한번 자유와 인권을 맛본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거다. 후퇴시키려는 사람은 반드시 시민에게 밟힌다.

“결국 답은 민주주의”라는 말로 대선을 끝까지 치를 수 있을까?


난 그 얘기를 끝까지 할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원칙과 상식을 얘기하니까 기존 정치인들이 “아, 그거 말고 다른 비전 좀 내놔봐” 그랬다. 결국 노무현의 말 중에 지금 기억나는 것은 원칙과 상식 아닌가? 정부를 이끌고자 하는 지도자가 맞서야 하는 주제란 누구한테 얼마를 어떻게 나눠주고 이런 게 아니다. 한국 사회 어딘가에서 막혀 있고 꼬여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 풀어주는 일이 대통령의 임무이고,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민주주의라는 OS를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다. 그 위에서 국민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는 게 대선 주자 안희정의 차별점인가?


구체적 약속을 할 때는 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한 계층과 지역에 특정한 이익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지지를 얻는 선거를 치르지는 않겠다. 그런 차원 말고, 어느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겠다는 원칙은 내가 가장 구체적이다. “민주주의 원칙하에 시장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하겠다.” “튼튼한 외교·안보가 중요하다. 미·중 사이에 꼼짝 못하게 끼지 않도록 하고, 대화 중심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원칙으로 하겠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해 대응하겠다.” “복지 재정은 노인,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이게 내 방식이다. 대통령이 원칙을 세워두면, 더 세부적인 정책은 전문성 있는 인재들이 맞춰서 만들면 된다. 그래서 대학교 강연에 가면 “얘들아 나 반값등록금 약속 못하겠다. 정말 미안한데 국가가 재정 형편이 안 된다”고 말한다. 내가 세운 복지정책 원칙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니까. 그러면 어떤 대학생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그런다.

유권자가 보기에 문재인과 안희정은 한 뿌리에서 나온 비슷한 상품이다. 둘의 차이가 뭔가?

몇 마디 말로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살아온 이력도 다르다. 나는 말하자면 ‘기업 공시’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이번에 유권자들은 충분히 찾아보고 비교해볼 것이다. 정권 교체 그 이상을 원하는 분들이 분명 내 얘기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본선으로 가면 어느 후보를 내도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세 유력 주자 중 가장 오른쪽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가진 좌우 잣대 자체가 낡았다. 내가 가장 새로운 진보를 제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하는 얘기는 어디 다른 데서 못 듣는 얘기다. 내가 살아왔던 정치 인생을 통틀어서, 내가 정말로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겪으면서, 감옥까지 가면서, 그리고 가장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지방정부를 이끌어오면서 30년간 쌓아온 내 이야기다.

‘안희정=우클릭’ 이미지가 여전히 남았다면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것 아닌가?

설 민심을 보자. 안희정이 가장 올바른 소리 하고 있다고 국민은 이야기한다. 여의도 정치인들만 나보고 우클릭했다고 말한다. 나는 한 번도 인간에 대한 공동체의 의무를 버리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그건 네가 해결할 문제야” 이렇게 개인 차원의 문제로 내쳐본 적 없다. 우리의 문제이고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한다는 생각, 이것이 인류사 내내 진보주의자의 핵심 가치였다. 나는 언제나 그 위에 서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을 다 뛰어넘겠다고 했다. 노무현을 뛰어넘겠다는 의미는 뭔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낡은 지역주의와 좌우 대립으로부터 발목 잡혔다. 노 전 대통령은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도 신자유주의에 물든 나쁜 정부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되묻고 싶다. 김대중·노무현이 정말 변절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가진 진보의 개념이 낡아서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 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뛰어넘겠다는 건 이 낡은 지역주의와 낡은 진보-보수 정치 지형에서는 대한민국이 좋은 리더십을 형성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고, 그 지형 자체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다. 그걸 위해 선거 기간에 내 소신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내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들 김대중·노무현 이상 할 자신이 없다. 대선 과정에서 내 신념에 대해 유권자의 동의를 받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에 가담하고, 그 진영의 표로만 대통령이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연합뉴스
2016년 11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이 된다면 새누리당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파트너인가, 그 원칙 밖의 세력인가?


국민이 볼 때 이게 말이 안 되는 사익 집단이니까, 그 당을 국민이 깨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이 선거를 통해 일정 의석을 준 세력이기도 하다. 국민은 새누리당을 깨버리기는 했지만 그 세력이 현재 헌정 질서의 일원이라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존중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국가 간의 약속이므로 함부로 뒤집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논리라면 한·일 ‘위안부’ 협상도 마찬가지인가?

다르다. 과거사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진실을 통한 화해다. 전쟁범죄와 인권유린의 역사에는 시효가 없다. 또 한편으로 현실과 미래를 위해서는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걸 투 트랙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경제와 외교 현안은 현안대로 가져가고, 과거사는 많은 일본인들을 포함한 아시아 시민과 함께 진실을 규명하고, 그 진실 위에 화해의 길에 이를 수 있는 국제사회 활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협상은 유효한가?

국제적으로 유효한 협상이 아니다. 비준을 받거나 한 게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왜 차차기 대통령이 아니라 이번인가?


지금이 내 최상의 컨디션이다.

재도전은 안 할 건가?


그건 알 수 없다. 내일 일도 모르는 사람이 5년 뒤를 말하는 건 허망한 얘기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지금이 최고의 상태이고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객관적인 조건으로 봐도, 나 같은 50대 정치인이 이번에 도전을 해줘야 다음번엔 후배 세대도 도전을 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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