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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위안부 합의’ 한·일 갈등만 키웠다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2월 03일 금요일 제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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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 외무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하자는 합의를 했다고 발표한 다음 날, 거의 모든 일본 언론은 환영 일색 보도를 내보냈다. ‘위안부 문제 합의, 역사를 넘어서 한·일의 전진을(<아사히 신문>).’ ‘위안부 문제 한·일 합의를 환영한다(<마이니치 신문>).’ “종군위안부 문제에서 합의 ‘타결’의 무게를 배웠다”라며 일본 정치가들은 역사 인식을 둘러싼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도쿄 신문>도 있었다. 반대로 ‘위안부 한·일 합의, 정말 이것으로 최종 해결인가. 한국의 약속 이행을 주시한다(<산케이 신문>)’ ‘위안부 문제 합의, 한국은 ‘불가역적 해결’을 지키라(<요미우리 신문>)’며 한국 측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논평도 있었다. 여하튼 일본 언론 속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는 분위기였다.

1년여 뒤인 2016년 12월30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와 총영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 1월6일에서 19일까지 일련의 사태를 논평한 신문사 26개(전국지 5개, 지방지 21개)의 사설을 중심으로 일본의 평가를 살펴봤다.

ⓒ시사IN 조남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1월18일 건립기금을 낸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소녀상을 보고 있다.
먼저 부산 평화의 소녀상 설치와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평가다. 민간단체의 행동에 일본 정부가 성급하게 강경 조치를 취하면 한국인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신문은 <류큐 신보>와 <아사히 신문> <구마모토니치니치 신문>이다. <이와테 일보> <산요 신문> <후쿠이 신문> <아사히 신문>은 소녀상 설치가 합의 정신을 위배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을 요구했다.

<요미우리 신문> <마이니치 신문> <산케이 신문>과 지방지 6개의 사설은 ‘소녀상 설치는 합의 정신에 반하므로 그것을 방치한 한국 정부에 잘못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설에서 두 차례나 다룬 <산케이 신문>의 논조가 가장 강경했다. 1월7일자 사설 ‘부산의 위안부상, 반일로는 한국이 무덤을 파게 될 듯’에서 <산케이 신문>은 “다시 위안부상을 반일 행동의 상징으로 삼는 것은 소녀를 납치하여 성노예로 삼았다 등의 거짓말을 퍼뜨리고 역사를 왜곡하여 일본을 멸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한국을 비난했다. 1월14일자 사설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반일 여론에 영합해 말을 바꾸었다고 비난했다.

<산케이 신문>처럼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18개 신문은 한국 정부가 ‘합의’ 이행을 못하는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스캔들을 꼽았다. 혼란에 빠진 한국 정치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 신문>과 지방지 4개는 응답자의 58%가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고 답한 한국의 여론조사를 소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반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요미우리 신문> <도쿄 신문> <고베 신문>을 비롯한 18개 신문이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냈고 2015년 12월 합의 당시 피해 생존자 46명 중 2016년 12월 말까지 34명이 지원금을 받기로 했으니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다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젠 한국 정부가 성실하게 합의를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사죄와 책임 문제, 역사 인식은 뒷전으로 하고 일본의 가해 책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돈’으로 끝내려는 일본 정부의 외교 전략을 옹호하는 논조로 볼 수 있다.

‘합의’ 이후 아베 총리는 ‘위안부’ 징용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며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고 하는 등 ‘합의’ 정신에 위반되는 행동을 이어왔지만(<시사IN> 제486호 ‘기만하고 떠넘기는 참 이상한 합의’ 기사 참조), 26개 신문 중 지방지 4개를 제외하고는 전혀 지적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일본 중부 지역을 포괄하는 <주고쿠 신문>은 합의의 성실한 이행에 반하는 소녀상 설치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항의는 무리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베 총리가 왜 사죄 편지를 거부했는지 두고두고 생각해도 아쉽다고 평했다. <홋카이도 신문>은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방치해둬서는 안 된다면서도 “문제의 근본에는 한·일 합의에 대한 반발이 뿌리 깊은 한국의 국민감정이 있다. 그것을 풀지 않는 한 해결은 안 된다. (중략)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거출함으로써 앞으로 합의의 이행은 전부 한국 측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편지는 논외라며 털끝만치도 없다고 전면 부정했다. 한국 국민에게 냉담한 인상을 준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히메 신문>은 소녀상 설치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된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일본 정부도 재단에 자금을 낸 것으로 끝낼 참이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며 돈을 거부하는 위안부 피해자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합의 실행을 위해 노력하고 정중히 설명해야 한다”라고 논평했다. 오키나와 지역의 <류쿠 신보>는 아직 잊을 수 없는 기억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를 구해야 할 일본이 한국에 “지난 일은 없었던 걸로 하자”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평했다.

<에히메 신문>과 <홋카이도 신문>은 이나다 도모미 방위성 장관이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을 비판하면서 ‘합의’에서 아베 총리가 표명한 ‘마음으로부터의 사과와 반성’의 진의를 의심했다. 이들 4개 신문은 지방지이기 때문에 독자가 많지 않다.

12개 신문 사설에서 두드러진 공통점 중 하나는 한·일 ‘합의’를 동아시아 평화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신문이 서로의 국민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냉정해지길 요구하지만, 이 또한 최근 일본 정부의 외교 방위 전략과 축을 같이한다. 역사 인식의 문제이자 여성의 인권 문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외교적 ‘합의’로 모호하게 졸속 처리한 탓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일본인 대다수 “일본 정부의 대응은 타당했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뒤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민영방송 TBS 계열 매체인 JNN의 조사에서 67%(1월16일),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는 54%(1월14~15일 실시)였다. 2013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이번 지지율 상승의 이유는 단순하다. 두 조사 모두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타당했나?”라고 물었고, 응답자의 3분의 2(JNN은 76%, 아사히 75%)가 “타당하다”라고 답했다. 일본인 대다수는 부산 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더구나 <아사히 신문> 응답자 65%는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어 정치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 합의가 지켜질지 걱정이다”라고 답할 정도로 많은 일본인들은 한·일 ‘합의’ 이행에 대한 향후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언론과 여론 간에 차이가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 언론이 여론이고 여론이 곧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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