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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말처럼 중국은 환율조작국일까?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의 공세와 달리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느라 고심해왔다. 오히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가치는 더욱 하락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7년 02월 03일 금요일 제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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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은 선거운동 때부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중국 경제에 당장 큰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가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라는 명분으로 대통령 재량권을 발동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유세 당시 45%를 공약)을 대폭 올릴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월18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라며, 대통령 취임 직전의 트럼프를 공격했다. 사회주의 국가로 서방 선진국들에 비해 규제 정도가 훨씬 강한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자유무역주의의 조타수를 자처하게 되었다.

사건의 인과관계가 엉망으로 설정된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중국 정부에 대해 ‘수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자국 통화(위안화) 가치를 낮췄다(절하)’라는 혐의를 씌웠다. 그 덕분에 중국 상품들이 글로벌 시장에 싼값으로 나오면서 미국 기업들과 노동자들의 형편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위안화 가치를 올리도록 강제하거나 관세율 대폭 인상으로 중국인들을 혼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에 씌운 혐의가 사실이긴 한 것일까?

ⓒAP Photo
2016년 11월9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될 당시 중국 베이징의 증권사 객장 풍경.
‘통화가치 절하’는 수출을 늘리기 위한 비교적 쉽고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다. 역사적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왔다. 방법이 간단하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찍어내서 달러 등 다른 나라 통화를 매입하면 된다. 중국의 경우라면, 위안화를 팔아서 달러를 산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달러화 수요가 치솟게 된다. 결국 달러 가치는 오르고 위안화 가치는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중국 정부의 환율 조작 혐의가 짙어진다. 2014년 초 이후 지금까지 위안화가 거의 일관되게 절하되어왔기 때문이다. 1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지난 3년 동안(2014년 1월~2016년 12월), 6위안에서 7위안으로 16% 정도 떨어졌다(6위안만 주면 살 수 있었던 1달러에 7위안을 내게 됐으니,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절하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위안화가 올해 안에 1달러당 7.5위안까지 갈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용의자가 단지 범죄 현장 주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혐의를 확정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의 환율 조작 혐의를 입증하는 데도 위안화 가치 절하 이외에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그것이다. 인민은행(런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절하를 위해 외환을 계속 사들여왔다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늘어났어야 한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자료에 따르면(오른쪽 그림 참조),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긴 것은 2006년이다. 이후 급속히 증가해서 3년 뒤인 2009년에 2조 달러를 초과했다. 2011년에는 3조 달러를 넘겼다. 중국의 수출 실적이 급격히 상승하던 시기였다. 인민은행이 외환 매입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측면 지원했다는 간접증거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말 4조 달러 가까이 치솟은(3조8430억 달러) 뒤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지난해 말에는 3조105억 달러로 줄었다. 겨우 2년 동안 중국 외환보유고의 21.7%가 날아간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국 재무부 채권(미국 국채)이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진, 부동의 1위였다. 최근 그 자리를 일본에 빼앗겼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미국 재무부 채권 해외 보유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일본 1조1391억 달러, 중국 1조1157억 달러).

미국, 1990년대부터 중국 ‘위안화 절하’ 시비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데는 대충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중국 내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의 위안화 자금을 달러화로 바꾼 뒤 해외에 유출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인민은행이 외환보유고를 털어 위안화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보유 달러로 위안화를 매입하면(달러화 팔고 위안화 사자),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위안화 가치는 상승한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절하는커녕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선동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국가·국제 신용등급 글로벌 최고 담당자’인 제임스 매코멕은 <니혼게이자이 신문> 기고문(1월12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환율 조작으로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중국 외환보유고의 지속적 하락은 중국 정부의 환율정책이 트럼프의 주장과 완전히 어긋난다는 것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다.”

중국 인민은행의 외로운 투쟁은 2010~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주도인 중국 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0%로 고정됐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2014년부터 인상 조짐을 보였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위안화 절하’로 중국에 시비를 걸었다. 사실 중국 인민은행은 2005년부터 위안화를 매년 3% 정도씩 절상해왔다. 같은 기간 중국처럼 일관되게 자국 통화가치를 올린 경우는 드물다. 기준금리도 3~4%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0%인 미국과 유럽에서 돈을 빌려 중국의 은행에 저축해두기만 해도 연간 6~7%(위안화 절상률 3%+중국 기준금리 3~4%) 정도의 수익률을 향유할 수 있었다. 한동안 외국 자본이 무더기로 중국에 투자되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14년부터 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내의 위안화 자금이 달러로 모습을 바꿔 대량 유출되기 시작했다. ‘위안화 팔자, 달러화 사자’의 흐름이니, 위안화 가치는 내리고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연준은 2015년 말에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도 2~3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르고 위안화 가치는 더 내리게 된다는 것으로, 인민은행이 좌시할 수 없는 사태다. 위안화가 절하될 거라는 예측만으로 자금 유출이 더욱 격화되고, 그 같은 자금 유출은 위안화 가치를 실제로 떨어뜨린다. 해외 자금이 받쳐주었던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도 무너질 수 있다. 인민은행으로서는 외환보유고라도 털어 위안화를 매입하면서 그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이 또한 일종의 환율 조작이다.

만약 트럼프가 요구하는 대로 중국이 환율 조작을 중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트럼프의 희망과 반대로 위안화 가치는 거침없이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가치를 받쳐온 인민은행의 개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트럼프는 다시 중국의 환율 조작을 비난하며, 관세율 45% 공약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중국도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그 결과는 글로벌 양대 경제대국 사이의 무역전쟁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미국 역시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달러 강세(=위안화 약세)를 일정 수준에서 차단할 수 있는 미국·중국 간 협상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트럼프의 도발이 양자 간 협상 테이블에 중국을 끌어내는 정도로 봉합될 수 있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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