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최순실 TF팀’에 뒤늦게 합류했다. 내 그릇에 넘치는 역할을 부여받는 바람에 고생하는 중이다. 어떻게든 민폐만 안 끼치려고 아등바등한다. 마감을 마친 매주 토요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쓰러져 잤다. 거의 악몽을 꿨다.

지난달 어느 토요일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학교 기숙사에 있어야 할 사촌오빠가 우리 집에 있었다. 부스스한 몰골로 물었다. “오빠, 언제 왔어? 어젯밤에 수업 끝나고 왔어?” 사촌은 황당해했다. “뭔 소리야. 나 방학이잖아. 월요일부터 와 있었는데.” 매일 밤늦게 퇴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니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주말에도 바빴다. 사적인 일 때문이다. 결혼이 다음 달이다. 본격적인 결혼 준비가 시작될 때쯤 최순실 TF팀에 합류했다. 주중에는 이틀에 한 개꼴로 기사를 쓰고, 주말에는 모임을 2탕씩 뛰며 청첩장을 돌린다. 가진 건 체력밖에 없는 게 꽤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시사IN 양한모

박근혜 게이트 취재는 공적 영역에서 일어난 과거의 사건을 추적한다. 반면 결혼 준비는 사적 영역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전자나 후자나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주변에 결혼 소식을 전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아이는 낳을 거야?”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 방향을 묻고, 결혼 날짜 잡으면 출산 계획을 묻는다.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아득할 뿐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한 ‘워킹맘’이 일요일 출근 중에 숨지자,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아이를 돌보는 건 오롯이 일찍 퇴근한 엄마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워킹맘은 육아에서 언제 퇴근할 수 있을까? ‘워킹파파’가 육아할 시간은 누가 보장해줄까? 육아도 노동이라는 사실과, 육아 노동을 여성이 전담한다는 현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가 실감났다. 이런 사회에서 인구 절벽은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현 정권의 비리를 청산하는 것만큼 다음 정권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야말로 정책이 없는 후보는 배제하고, 정책이 부족한 후보는 비판하고, 정책이 훌륭한 후보에게 투표하자. 절실하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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