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리(Surrey)에서 신학 연수 중인 황선관씨(40)는 죠이선교회라는 청년 선교단체 간사를 맡고 있다. 지난 1월13일 그는 기독교 웹진 〈청어람 매거진(http://ichungeoram.com)〉에 글을 한 편 기고했다. 제목은 ‘이랜드에서 받았던 후원금을 청년들에게 돌려주려 합니다’이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랜드는 기독교 정신을 표방하는 기업이다. 그룹 산하 비영리단체 ‘아시아미션’은 이랜드그룹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를 해외 선교사 등에게 후원해왔다. 황 간사도 지난 3년간 매월 20만원씩, 총 720만원의 후원금을 아시아미션에서 받아왔다.

지난해 말 황 간사는 한국에서 전해진 이랜드 관련 뉴스를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랜드그룹의 한 계열사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뉴스였다. 애슐리, 피자몰, 자연별곡, 로운샤브샤브 등 이랜드파크에서 운영하는 대형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많은 청년들이 연차수당,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해 임금을 줄이는 ‘꺾기’,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조퇴 처리’ 따위 수법으로 이랜드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가야 할 83억7200여만원을 가로챘다.

ⓒ황선관 제공

황 간사는 〈청어람 매거진〉에 이렇게 썼다. “이런 시대에 소위 ‘청년 사역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면서 청년들을 쥐어짜서 만들어진 돈을 제 지갑에 넣고 다닐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황씨는 ‘반납’을 결심했다. “내가 선교비 명목으로 후원받았던 돈은 본래 이랜드파크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착취당했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또래를 돕는 청년단체를 찾다가, 황 간사는 청년주거권 운동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을 ‘반납처’로 택했다. 이곳을 통해 앞으로 6년 동안 매월 10만원씩, 이랜드에서 받은 후원금을 청년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괜한 공명심은 아닐지, 후원을 받고 열심히 사역하는 다른 선교사들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지, 단순히 이랜드라는 기업 집단을 욕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한다고 오해하지는 않을지 오래 망설이고 깊이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간사는 끝내 ‘유난스러운 일’을 벌였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독교 기업이라면 세속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윤리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좀 유난스럽게 살고, 이랜드에게도 유난스럽게 요구해야 세상이 한 뼘 나아지지 않을까요?”

나아가 황 간사는 선교사를 포함한 이 땅의 모든 사역자에게 제안했다. 혹시라도 같은 마음이라면, 각자의 방식대로 동참해주기를 말이다. 학비가 없어서 괴로워하는 학생, 공공보육 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18세 청년 등 누구라도 좋단다. 외딴 곳에서 힘겹게 버티는 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주자고 황 간사는 호소했다. 그러다 보면 세상이 한 뼘 나아지리라 황씨는 믿고 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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