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2월 01일 수요일 제489호
댓글 0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동아시아 펴냄

태초에 정보가 있었다. 생명이 정보를 생산하기 훨씬 전에, 정보가 생명을 생산했다. DNA는 네 개의 기호로 이루어진 정보 테이프다. 우리는 정보가 자신을 복제해 전달하는 셔틀이며, 우리의 신체는 정보처리 기계다.
정보란 종이와 인터넷에 기록된 그 무엇 이상이다. 정보란 차라리 조직과 질서의 보편적 구동 원칙이다. 이를테면 경제학은 돈이라는 정보를 다루는 정보공학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우주마저도 하나의 컴퓨터, 즉 정보처리 기계라고 본다. 이 책은 ‘어떤 정보’가 아니라 ‘정보 그 자체’를 다루는 프로젝트다. 주제의 방대함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과학교양서의 전설 <카오스>의 저자인 제임스 글릭이 다시 굉장한 사고를 쳤다.





메갈리아의 반란
유민석 지음, 봄알람 펴냄

2015년 여름, 한 인터넷 커뮤니티로부터 출발한 ‘메갈리아’의 언어는 수많은 사람들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만연했던 여성혐오 발언을 남성을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미러링(거울에 반사하듯이 패러디)했다.
이 책은 분석철학과 화용론이라는 언어철학 이론으로 메갈리아에 대해 흔히 던져지는 질문에 답한다. ‘메갈리아는 누구인가?’ ‘메갈리아는 일베와 똑같은 혐오 집단인가?’ ‘메갈리아로 인해 혐오가 더욱 심해지지는 않을까?’ ‘메갈리아는 소수자 혐오 집단인가?’ 등이다. 페미니즘 언어철학자, 분석철학자, 인종혐오 연구가, 문화이론가, 법학자의 연구 사례를 인용했다. 메갈리아를 둘러싼 열광과 분노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이광수 지음, 푸른역사 펴냄

허왕후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인도에서 한반도 남부의 고대왕국 가야까지 파사석탑(경남 김해시에 현존)을 싣고 항해해온 끝에 김수로의 왕비가 되었다. 허왕후의 오빠가 불교를 도입했다거나, 그녀의 딸도 바다를 건너가 일본국을 세웠다는 설화 등이 있다.
저자는 ‘허왕후’를 지난 1000여 년에 걸쳐 끊임없이 증식·확장되어온 신화로 규정한다. 한반도의 어떤 시대에 어떤 세력의 어떤 필요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덧붙여졌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가장 최근에는 1970년대 말에 나온 소설이 학계와 언론을 통해 확장되면서, 허왕후 신화를 사실로 만들어버렸다. 신화가 역사적 사실로 왜곡되면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독재란 이런 거예요
플란텔 팀 지음, 미켈 카살 그림, 김정하 옮김, 풀빛 펴냄

돌 때부터 아이가 잠들기 전 항상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초등학생인 지금도 자기 전 책을 읽어준다. 고백하면 아이보다 아빠인 내가 동화책을 더 즐겨 읽는다. 정말 재밌다.
4권짜리 동화책인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 역시 어른이 읽어도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독재란 이런 거예요> <사회 계급이 뭐예요?>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룰까요?>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는 40년 전 스페인에서 출간된 동화책으로 2015년 재출간되었다.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았다. 특히 <독재란 이런 거예요>를 읽다 보면 자꾸 대한민국의 어떤 대통령이 떠오른다. 아이와 함께 촛불시위를 다녀온 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생긴 대로 살아야지
부산 연제고등학교 학생 지음, 구자행 편저, 보리 펴냄

‘강한 감정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것.’ 영국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는 시를 이렇게 정의했다. 나뭇잎만 굴러가도 웃음이 터지는 나이에는 시 쓸 거리가 참 많다. ‘넘쳐흐르는’ 감정을 담은 학생들의 시를 교사가 묶었다.
시가 다루는 ‘사건’들만 요약해서는 이 책의 참맛을 전할 수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어린 시인들의 ‘태도’다. 자꾸 “왜?”라고 묻는다. 왜 친구는 재미없는 개그를 자꾸 하는지. 왜 선생님은 종이 쳐도 ‘1분만 더’라고 하는지. 왜 우리 집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지. 나는 왜 부모님에게 큰 소리로 그 이유를 묻고선, 울고 난 뒤에 후회하는지. 흐뭇하게 읽은 시집 뒷맛은 쌉쌀하다. 질문이 줄어든 게 언제부터인지 생각하게 된다.





핸드 투 마우스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클 펴냄

유독 피곤했던 어느 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돌아보던 온라인 게시판에서 만난 한 줄의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는 걸까요.’ 두 가지 파트타임을 뛰며 학교에 다니고 어린 두 딸을 키우는 ‘가난뱅이’인 저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가난에 대한 긴 답글을 남긴다. 한두 명이나 볼까 싶었던 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로 화답했다.
저자는 아무도 변기를 닦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변기를 청소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면 어떻겠느냐고 되묻는다. 자신의 가난을 변호하는 데에 자본주의 자체를 비판하는 것으로 에둘러가지 않는다. 경험 위에 단단히 발 디딘 주장은 그 자체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