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살 청년, 딸 마틸다의 아빠, 영화 개봉을 앞둔 스타 배우가 어느 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08년 1월22일, 히스 레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내놓았다. 미셸 윌리엄스와의 이혼과 지나친 배역 몰입이 그를 자살로 이끌었다는 소문이 어느새 정설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히스 레저의 죽음은 여러 가지 처방약을 한꺼번에 복용해서 일어난 사고사이며, 그가 복용한 약물 중에 마약으로 의심할 만한 것은 없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무엇보다 쓸쓸히 세상을 등진 비운의 천재로 기억되기에는 그의 삶이 그렇게 외롭거나 어둡지 않았다.
히스 레저의 인생을 한 장면으로 표현한다면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파도를 타는 ‘서퍼’가 제격일 터다. 서핑을 즐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밝힌 바 있고, 서핑을 할 수 없는 촬영장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지니고 다닐 만큼 히스 레저는 훌륭한 서퍼였다. 다가오는 파도를 피하지 않고 유쾌하게 맞서는 서퍼의 자세는 곧 삶을 대하는 히스 레저의 태도와도 닮아 있었다. 고향 퍼스에서 시드니로, 시드니에서 다시 미국으로, 히스 레저는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서서히 자신을 담금질해 나갔다. 정식으로 연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현장이 곧 그의 학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