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김현진·김나리 지음
박하 펴냄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카카오톡(카톡) 소설이다. 두 여성이 카톡 문자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번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수미는 계속 카톡을 보낸다. 바뀐 번호의 새로운 주인인 민정은 그런 수미의 카톡 문자를 무시하지 못하고 답신을 보낸다. 그렇게 둘의 소통이 시작된다.

수미와 민정은, 통상적인 의미의 ‘정상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는 여성이다. 수미의 남자친구는 다른 여성과 연애를 하지 않는 ‘비시즌’에만 수미를 만난다. 그것도 섹스를 위해서만. 그녀와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을 이용해서 섹스를 한다. 그러다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기면 홀연히 떠나고 헤어지면 힘없이 돌아온다. 그런 남자친구를 수미는 불평도 없이, 모텔비까지 내면서 만난다.

수미의 무작정 매달리는 사랑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민정의 사랑 역시 다르지 않다. 그녀의 사랑도 소통이 아니라 섹스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지리멸렬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섹스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섹스다. 원하지 않지만 ‘하도 조르니까 귀찮아서 줘버린다’는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수미와 민정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미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한 딸에게 병원비를 축낸다며 욕을 하고 그녀와 동생을 무시로 폭행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민정의 아버지는 그녀에게서 마귀가 보인다며 딸을 때렸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수미와 민정이 아버지에게 당한 불행은 남자친구를 통해 재연된다.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남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소설 속 수미의 남자친구는 결국 자신의 행동에 적합한 최후를 맞게 된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남성들이 이 소설을 읽고 ‘왜 그랬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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