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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종범 업무수첩에 담긴 박근혜-최태원 사면 거래

특별취재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16일 월요일 제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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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주진우·천관율·김은지·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SK그룹 최태원 회장 사면을 두고 ‘거래’를 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SK> 1. 정유 과잉공급. ↓중국, 자급자족 IT↑’ ‘2. 노인회장-생산적 노인. 132만명’이라고 적혀있다(7-24-15 VIP-①). 2015년 7월24일 박 대통령의 지시를 뜻하는 메모다. 이날 박 대통령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독대했다. 당시 최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년 7개월째 복역 중이었다.

ⓒ시사IN 자료
박근혜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독대한 2015년 7월24일 박 대통령 지시 메모.

독대 이틀 뒤인 7월26일 박 대통령은 ‘독거노인’ ‘단칸방’을 언급하며 ‘지자체별로 SK 협의’라고 SK를 콕 집어 지시한다(7-26-15 VIP-②). 최태원 회장은 독대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8월14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사면 닷새 뒤 SK그룹은 메모 내용과 유사한 사업에 거액을 기부한다. ‘저소득 노인용 주택·복지 혼합동 아파트 건설사업’ 재원 마련 1000억 원 기부 증서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한다.

ⓒ시사IN 자료
박근혜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독대 이틀 뒤인 2015년 7월26일 박 대통령 지시 메모.

SK의 기부 증서 전달식 당일 ‘선배 세대를 위한 재벌 총수의 통 큰 기부’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향후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민관협력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해 9월2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에 공공실버주택 도입이 포함됐다. 이 사업은 “정부재정과 민간 사회공헌기금을 공동 활용해 현재 추진 중인 주거복지혼합동의 시설 및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등에게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소개됐다. 여기서 ‘민간 사회공헌기금’은 SK그룹이 기부한 1000억 원(건설비 800억원, 운영비 2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민관 협력의 긍정 사례로 홍보했지만, 이 기부는 최 회장 사면 직후 이뤄졌다.

사면 전 청와대가 이런 ‘거래’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정황도 최순실씨 등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드러났다. 지난 1월13일 재판에서 검찰은 “2015년 7월25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은 (청와대) 국토비서관한테 ‘수석님 통화 가능하신지요. 사면 관련 진행 사항 보고 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저소득 노인 주거·복지 사업의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박근혜 정부가 재벌기업 총수 사면의 대가로 국가사업인 저소득 노인 주거·복지 사업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중대 경제범죄자 사면권 제한’은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특검은 김창근 의장이 독대를 앞두고 안 전 수석에게 최 회장의 사면을 부탁한 것으로 의심한다.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에는, 독대 다음날 안 전 수석과 SK가 따로 만나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7-25-15 <SK>)도 발견된다. ‘1.은퇴 과학자 Science Village 250억 원. 총 500억 2. 쪽방촌 3. 총 규모 2000억 1,000억 50개 대학 창업지원센터 교수 교육 1단계 10,000명 교육 Bravo Restart(SK텔레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략)’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사면의 명분이 될 만한 각종 투자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IN 자료
박근혜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독대 하루 뒤인 2015년 7월25일 메모.

특검팀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2015년 8월10일 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이 복역 중이던 최태원 회장을 만나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회장’은 박 대통령을, ‘귀국’은 사면을, ‘숙제’는 사면에 따라 SK가 치러야 할 대가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창근 의장은 최 회장 사면 하루 전인 2015년 8월13일 안 전 수석에게 “하늘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하겠습니다. 수석님 도와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최태원과 모든 SK 식구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사면을 미리 통보받았다는 뜻이다.

ⓒ시사IN 이명익

박 대통령은 또 독대 당일 SK와 관련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워커힐 100억 적자. 중국 매수 희망. 관광공사. 면세점. 고급(7-24-15 VIP-②)’을 언급한다. 독대 다음날 SK와 관련해 ‘2. 노인회장(이신(이심의 오기)) ○○조사’와 함께 ‘1. 워커힐 100억 적자 중국 매수 지양→면세점?(7-25-15 VIP)’을 지시했다고도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혀 있다.

SK그룹은 2015년 11월 미르재단에 68억원, 이듬해 2~4월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등 총 111억원이라는 거액을 출연했다. 2016년 2월 박 대통령과 최 회장이 독대했고 면세점 규제 완화가 추진됐다.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도 광복절 가석방으로 같은해 7월29일 출소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태원 회장은 재단에 대한 대가성 출연을 부인했다. 박영수 특검의 칼날이 삼성뿐 아니라 총수 사면·면세점 특혜 등 의혹이 제기된 SK 등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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