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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방지하는 ‘척추 위생 8계명’

어떤 경우라도 허리를 꼿꼿이 유지하자. 앉을 때는 허리를 펴고 앉자. 컴퓨터 모니터는 무조건 높이자. 스마트폰을 볼 때는 눈높이보다 높여서 보자. 이런 ‘척추 위생법’을 지켜야 목과 허리 통증을 피할 수 있다.

정선근 (서울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20일 금요일 제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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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마감하며 필자가 겪었던 목 디스크 탈출증 경험을 공개한다. 먼저 당부드릴 게 있다. 의사들 중에 자신이 병을 앓고 치료했던 과정을 대중 앞에 내보이는 경우가 있다.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 겪은 내용이라 많은 공감을 산다. 그런데 필자는 그런 ‘의사들의 투병기’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당신은 그렇게 좋아졌겠지만 그것이 다른 환자에게도 적용될 거라는 보장이 있나?’ 똑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증상, 자연경과, 치료 과정이 다른 법인데 의사 자신이 겪은 상황을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척추와 관절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백년 허리>를 썼지만, 서문에 필자 자신이 겪었던 허리 통증을 소개하자는 출판사의 권유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방송에서 ‘백년 허리’ 특강을 할 때 담당 PD도 같은 주문을 했다. 물론 내키지 않았다.

<백년 허리>가 출판되고 나서 독자들 반응을 보기 위해 인터넷을 들여다봤다. 한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도 엉터리인가 보네. 진짜로 허리 아파본 의사가 제대로 쓴 허리 책은 없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정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저자의 주관적 질병 경험이 더 공감을 끌어내기도 하는가? 아마도 독자들이 그동안 접했던 전문가들의 주장이 실제 상황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누구보다 심한 허리 통증을 앓았던 터다. 바로 다음 댓글이 이랬다. “이 책 쓴 아저씨도 허리 많이 아팠다는 거 같던데?”

ⓒ시사IN 조남진
정선근 교수는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목 디스크 통증에 시달렸다.

서두를 장황하게 시작하는 이유는 필자의 디스크 탈출증 경험이 모든 목 디스크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오해를 막기 위함이다. 사람은 누구나 유전적 특성이 다르다. 디스크 퇴행과 손상의 40%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노화에 의한 영향이 10%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다. 생활 습관, 평소의 자세 등도 다르기 때문에 필자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말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시라.

필자는 마흔이 넘어서까지 과도한 무게로 스(웨이트 트레이닝의 한 종류) 운동을 지속하면서 좌골신경통과 극심한 디스크성 요통을 겪었다. 4~5년 동안 허리를 고치기 위해 여러 가지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운동을 했지만 통증은 점점 더 깊어졌다.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이 살다가 2010년부터 잘못된 허리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완전히 중단했다.


2011년은 요추 전만과 자연 복대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허리 통증이 줄어들고 있을 때였다. 작은 노트북 하나 들고 시간만 나면 어디서라도 쭈그리고 앉아 온갖 잡일을 처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연구계획서 마감과 강의를 앞둔 날이면 13인치 노트북 컴퓨터에 코를 박고 밤을 꼬박 새우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견갑골 부위와 견갑골과 척추뼈 사이의 공간(능형근 부위)이 심각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피부 쪽이 아니라 근육 속 깊은 부위가 쿡쿡 쑤시면서 마치 근육이 곪아서 썩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목부터 시작해 오른쪽 뒤통수도 당겼다. 기침을 해도 아프고, 숨만 크게 들이마셔도 입이 딱 벌어지는 통증이었다. 진통소염제를 먹고, 베개를 바꾸고, 목에 좋다는 신전 동작을 했다. 괴로움이 조금 경감되는 느낌이었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심한 일자 목에 5-6번 경추 사이 공간이 확 줄었다(그림 1). 5-6번 목 디스크가 심하게 찌그러진 것이 분명했다. MRI를 찍었다. 세 개의 목 디스크 탈출이 관찰되고 5-6번 목 디스크는 오른쪽으로 크게 튀어나와 척수를 누르고 있었다(그림 2). 내가 진료실에서 본 목 디스크 탈출 중에 손꼽을 정도로 컸다. 아뿔싸!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팔다리 힘이 빠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소염제를 복용하고 신전 동작을 꾸준히 하자 서서히 통증이 사라졌다. 가까스로 한 고비를 넘겼다.

정선근 교수의 목 디스크 엑스레이(그림 1)와 MRI(그림 2, 그림 3).
(그림 1) 심한 일자 목이다. (그림 2) 5-6번 목 디스크가 척추를 누르고 있다. (그림 3) 6번 목뼈 위쪽 종판도 손상되었다.

MRI 촬영 한 달 후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의 학회에서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늘 그러하듯이 강의 준비는 밤샘 당일치기였다. 그런데 새벽 2시가 되니 어깻죽지가 무거워지면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어서서 좀 걷다가 다시 앉아 작업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대충 마무리했다. 강의 완성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40대 후반이 되어 몸이 업무 강도를 당해내지 못함을 느낀 첫 번째 사례였다. 이후 노트북에 대형 모니터를 연결해 목 부담을 줄였다.

2012년 초반 미국 재활의학학회로부터 근골격계 재활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종설(綜說·Reviews)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광스러운 일이다.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글을 썼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어려운데 남의 나라 말로 글을 쓰려니 스트레스가 말도 못했다. 깐깐한 편집장의 주문에 글을 고쳐서 다시 보내기를 수차례 하여 완성하고 나니 오른쪽 앞이마에 띵한 통증이 가시지를 않았다.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편두통이려니 하면서 며칠간 약을 먹었다.

아픈가? 나도 아팠다…문제는 잘못된 자세다

2012년 11월 말 부산에서 학회가 열렸다. 차를 운전해서 갔는데 정체가 워낙 심해 8시간이 걸렸다. 다음 날 아침, 오른쪽 편두통이 다시 심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목 디스크 탈출 때문에 두통이 온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목 디스크 탈출로 인한 방사통이나 연관통이 머리로 가서 두통을 일으키려면 상당히 높은 레벨, 즉 경추 2-3번이나 3-4번 디스크 혹은 후방 관절에 문제가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디스크 탈출이 가장 흔히 생기는 경추 5-6번이나 6-7번 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환자 중에서 편두통을 호소하거나 눈이 침침하거나 턱관절 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았다.

문헌을 다시 뒤졌다. 신경뿌리에서 유래되는 방사통이나 후방 관절의 연관통에 대한 연구에서는 5-6번, 6-7번 디스크에서 두통이 온다는 보고가 없었다. 그러나 디스크 자체의 손상에서 유발되는 연관통, 즉 ‘디스크성 통증’의 경우 경추 5-6번이나 6-7번 디스크에서도 두통이 생길 수 있음이 두 편의 논문에 보고되어 있었다(<시사IN> 제474호 ‘목 디스크 손상되니 귓구멍도 아프구나’ 기사 참조). MRI 사진을 자세히 보니 6번 목뼈의 위쪽 종판이 손상된 것이 보였다(그림 3). 경추성 두통을 일으키는 디스크성 통증의 원인으로 강력히 의심했다.

일련의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1년 10월께 5-6번 디스크 탈출로 인해 신경뿌리의 염증으로 심한 방사통을 앓았다가 서서히 염증이 호전된다. 방사통은 없어졌지만 찢어진 디스크는 다 아물지 않았던 것이고, 2012년 장시간의 컴퓨터 작업과 운전으로 디스크가 찢어진 부위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목 디스크성 통증을 머리에서 느꼈던 것이다.

노트북은 디스크 손상의 주범이다. 노트북 모니터는 최대한 높여서 보는 것이 ‘척추 위생’에 좋다.

요즘은 나쁜 자세를 최대한 피하려고 애를 쓴다. 미국에서는 이런 노력을 ‘척추 위생(spinal hygiene)’이라 부른다. 감기나 설사 같은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손을 자주 씻고 양치질하는 위생 활동처럼 척추 디스크도 일상생활에서 병이 생기므로 늘 위생 관념을 갖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필자의 척추 위생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어떤 경우라도 허리를 꼿꼿이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허리가 무너지면 목도 같이 무너진다(<시사IN> 제470호 ‘백년 허리 비결이 백년 목 비결이라네’ 기사 참조). 앉으나 서나, 어떤 일을 하건, 요추 전만과 경추 전만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특히 걸을 때 허리를 꼿꼿이 하고 가슴을 활짝 열고 고개를 치켜들고 걷는다. 남들에게 건방진 태도로 보일 우려가 있으나 그런 거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남 눈치 보면서 눈물 나는 목 디스크 통증을 감수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에 깊이 넣고 허리를 자연스럽게 펴서 등받이에 기대기만 해도 요추 전만이 유지되는 의자를 사용한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직업적 특성상 꼭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3. 컴퓨터 화면은 무조건 높인다. 연구실에서는 노트북 컴퓨터를 큰 모니터에 연결해 쓴다. 외부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오래 사용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외장 마우스와 키보드를 챙긴다. 어떤 물건이든 상관하지 않고 노트북 컴퓨터를 최대한 높은 곳에 올리고 작업한다(위 사진).

4. 신문 기사나 동영상으로 스마트폰을 오래 봐야 할 경우 반드시 눈높이보다 높여서 본다(<시사IN> 제472호 ‘목 디스크 손상의 세 가지 범인’ 기사 참조). 이때 다른 사람이 바로 앞이나 등 뒤에 있을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에 있는 사람의 경우 사진을 찍는 줄로 오해하여 화를 낼 수도 있다.

5. 잠자는 자세도 중요하다. 머리는 약간 뒤로 젖혀주고 목을 받쳐주는 푹신한 베개를 사용한다. 모로 눕거나 엎드려 자는 것은 피한다. 코골이를 줄이기 위해 모로 자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베개의 높이를 충분히 높여서 목이 옆으로 꺾이지 않도록 한다.

정선근 교수의 2011년(왼쪽) 2013년(가운데) 2014년(오른쪽) 목 디스크 MRI. 목 디스크가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

6. 가능하면 신전 동작을 자주 해준다(<시사IN> 제480호 ‘이 동작만 알면 목 수술 필요 없다’ 기사 참조). 컴퓨터 작업, 운전, 회의, 여행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날 때마다 허리를 꼿꼿이 하고 가슴을 활짝 연 다음 턱을 치켜들면서 머리를 뒤로 젖혀준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며 신전 동작을 하자

7. 오래 운전을 할 경우 쿠션 두 개를 사용한다. 하나는 허리 뒤에, 하나는 윗등 뒤에 넣는다. 필자는 헤드레스트 아래에 쿠션을 하나 매달고, 등받이 아래에 쿠션 한 개를 놓아둔 채 다닌다. 자동차 의자의 높이, 대시보드와의 거리를 조정해 요추 전만이 늘 유지되도록 한다. 빨간불에 자동차가 멈추면 바로 신전 동작을 한다. 스트레스 받아 찢어지려 하는 디스크에 활력을 공급한다.

8. 버스·기차·비행기 등 장거리 여행 때 고개를 숙이고 잠들지 않도록 노력한다. 탈출된 디스크가 조금이라도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찢어진 디스크가 아물 수 있도록 고개를 뒤로 젖혀 잠을 잔다. 한 가지 단점은 잘 때 입이 벌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목 디스크를 피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사소한 문제다.

나쁜 환경에 노출되어 병에 걸리는 것을 막는 것이 ‘위생’의 기본 개념인 것처럼, 나쁜 동작으로 척추 디스크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게 ‘척추 위생’의 기본이다. 이렇게 하면 절대로 아프지 않게 사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목 디스크 통증이 악화되는 에피소드는 생긴다. 최근 <시사IN> 연재 마감 때문에 밤을 새운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런지 2주 전부터 우측 어깻죽지 깊숙이 작은 못이 하나 박힌 듯한 통증이 있었다. 그런대로 견디다가 점점 더 심해지기에 소염제를 먹고 아주 정확한 신전 자세로 반듯이 누워 잠을 잤더니 어제부터는 좀 낫다. 못이 뽑힌 느낌이다. 2011년 이후 2회 더 찍은 필자의 목 MRI를 보여드리면서 ‘나의 목 디스크 탈출기’를 맺는다(그림 4). 10년 후 더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탈출기를 쓸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면서 작별을 고한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관심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호로 ‘정선근의 백년 목’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시사IN> 독자를 위한 정선근 교수의 신년 건강 강좌가 열립니다(오른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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