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이 책은 특별하다. 세계 경제학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 시립대학 교수의 역작이다. 저자는 불평등의 원인을 세계화나 신기술, 계급 간 세력관계 가운데 하나로 환원하지 않는다. 산업혁명 이전부터 현재까지 국가 내부 그리고 국가 사이의 불평등을 서술하면서 그 원인들을 복합적으로 추적한다. 특히 최근 20년(1988~2008) 동안 불평등 추세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세계화로 인해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중간층 및 세계 최상위 1%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반면 고소득 국가의 중하위층은 몰락했다. 불평등의 역사적 추세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궁리하는 진지한 독자라면 반드시 참조해야 하는 책이다.

대한민국 넷페미사손희정 외 지음, 나무연필 펴냄월드와이드웹이 열어준 사이버스페이스는 광범위한 이론과 실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을 만난 페니미즘은 새로운 논쟁과 행동을 전개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페미니즘이 변한다는 건 인간의 삶, 그중에서도 여성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니까.이 책의 부제는 ‘우리에게도 빛과 그늘의 역사가 있었다’이다. 말 그대로 인터넷을 만난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빛과 그늘의 역사를 에피소드와 커뮤니티 위주로 망라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저자들의 경험을 통해 20년의 세월이 대화한다. 그 대화를 통해 역사가 쓰인다. 동시에 여기서부터 이어질 페미니스트들의 기나긴 대화를 암시한다.

포스트 자본주의 새로운 시작폴 메이슨 지음, 안진이 옮김, 더퀘스트 펴냄1980년대 말 기존 사회주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가 역사의 종착점이라는 시각이 널리 공유되어왔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가 이미 ‘자본주의 너머(포스트 자본주의)’의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로 이행하고 있다는 대담한 결론을 내놓는다.저자가 ‘자본주의 너머’로 가는 동력으로 제시하는 것은 정보기술(IT)이다. 자본주의적 이윤 극대화의 수단으로 촉진된 정보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시장·임금·사유재산권 등 자본주의의 토대를 허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부터 ‘국가가 지원하는 기업 중심 자본주의’라는 체제와 180°도 어긋나는 삶의 방식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지형이 달라지면 새 길이 열린다.

페미니스트 모먼트권김현영 외 지음, 그린비 펴냄페미니스트로 사는 건 사실 꽤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차별의 세계를 알게 된 이상 되돌아갈 수도 없다. 아니,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궁금할 때가 있다. 나보다 먼저 페미니즘과 접속한 ‘언니들’은 어떤 상황에서 페미니즘과 만났는지, 또 어떻게 편견과 싸워왔는지 말이다.이 책은 그 궁금함을 풀어줄 훌륭한 계보이자 안내서이다. 선배 페미니스트 여섯 명이 ‘나의 페미니즘’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제는 40대가 된 한때의 ‘영페미니스트’들이 “누군가 20~30대의 우리에게 들려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페미니즘의 순간들”을 나누기 위해서 썼다. 페미니스트 선언 이후의 삶과 실천을 독려하는 따뜻한 초대장이다.

분배 정치의 시대제임스 퍼거슨 지음, 조문영 옮김, 여문책 펴냄중국 속담에서 나왔다고 추정되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물고기를 그냥 준다면 그를 하루만 배부르게 할 것이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면 평생을 배부르게 할 것이다.” 가까이는 한국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고,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빈곤을 해결하려는 각종 기관들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이 책의 부제는 “그냥 물고기를 줘라(Give a man a fish)”다. 저자는 글로벌 개발과 빈곤 해결 분야가 갖고 있는 ‘더 똑똑한 1세계의 외부인이 생산성에 관련한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분배 노동’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금·보조금 제도를 사례로 제시했다.

종이로타어 뮐러 지음, 박병화 옮김, 알마 펴냄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종이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저자는 제지술의 역사를 서사의 축으로 삼아 미디어 이론의 관점에서 ‘종이의 시대’를 재구성했다. 문학작품 속 다채로운 장면을 포착해 종이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이 책에 따르면 종이는 ‘하얀 마법’이다. 인간과 사회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종이는 그 시대 다른 매체들과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그 속에서 정치 및 사고방식, 그리고 사회제도의 양상까지 바꾸었다. 값싼 종이의 발명이 신문을 만들고, 이로 인해 문화를 바꾸는 식이다. 단순히 도서에 국한하지 않는다. 쪽지나 게임용 카드, 관청 서식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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