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적색경보 베이징, 맑은 공기를 팝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해 12월 스모그 최고 등급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일본과 캐나다에서 수입한 공기를 페트병에 밀봉해 파는 상인들까지 생겨났다. 정부는 환경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화했지만 무용지물이다.

베이징·정해인 (베이징 대학 정부관리학원 박사과정)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17일 화요일 제487호
댓글 0
스모그와의 전쟁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수도 베이징과 북부 지역은 회색 도시다. 새해 첫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시거리 확보가 안 돼 베이징과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항공기가 취소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12월21일까지 베이징, 톈진 등 35개 도시에 스모그 최고 등급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12월29일에는 다시 62개 도시에 황색경보 이상을 발령했다. 중국은 스모그 수준에 따라 경보를 네 가지 등급(적색·오렌지색·황색·청색)으로 나눈다.

시민들은 이번 겨울 내내 스모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외출을 최소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실내 활동과 관련된 여러 산업이 호황 중이다. <베이징 완바오(北京晚報)>에 따르면, 적색경보가 발령되었던 지난해 12월16일 음식 배달 사이트인 얼러머(餓了麽·ele.me)의 경우, 대기 상태가 좋았던 12월14일 대비 매출이 27% 증가했다. 마스크 판매는 600% 이상 늘었다. <화상바오(華商報)>는 12월 한 달 공기청정기 판매량 역시 전달 대비 300%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에는 일본과 캐나다에서 수입한 공기를 페트병에 밀봉해 파는 판매상이 나타났다.

ⓒAFP
지난해 12월21일 중국 베이징에 스모그 적색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오염 산업 규제에 소극적이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용을 시민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두 건 제기되었다. 지난해 12월 말 변호사 5명은 지방정부가 스모그 정책에 실패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정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앞서 허난성 정저우시 시민 쑨훙빈 씨는 2015년 11월 정부에 마스크 구매 비용 32위안(약 5500원)을 청구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민이 정부에 적극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물론 중국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스모그 문제가 공론화한 2013년부터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대기 질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오염 배출원으로 중공업, 자동차 배기가스, 난방 등을 꼽는다. 스모그가 심해질 때마다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 인쇄, 자동차 부품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들에 대해 가동 중지나 감축 조치를 취했다. 이번 스모그로 인해 베이징시에서만 700개 기업이 생산 금지 명령을, 500개 기업이 생산 감축 명령을 받았다. 또 폭죽 금지령, 야외 숯불 사용금지, 차량 운행 홀짝제 등이 병행되고 있다. 스모그가 심하면 휴교령도 내린다.

오염물질 배출의 일시적 규제와는 별개로,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과 에너지 구조의 변화를 통해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2015년부터 실행된 신환경보호법은 오염 기업 처벌을 강화하고 지방정부 관할 지역의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또한 국무원은 ‘2013~2017년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공표하고 2017년까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 및 주장(珠江) 삼각주 등에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각각 25%, 20%, 15%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까지 석탄이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6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일차에너지를 20%까지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이에 상응하는 투자를 늘렸다. 장기적으로는 환경오염 산업을 퇴출하고,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는데도 스모그가 매년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중앙정부는 엄격한 법규를 발표하지만 경제성장의 유혹 탓에 지방정부 단위에서는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환경보호부의 감찰부서가 1월1일 대대적으로 점검에 나선 결과, 다수 기업이 생산 금지 명령을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산둥성 더저우(德州)시의 한 자동차 생산업체는 정부가 생산 금지를 위해 공장 입구에 부착한 봉인 딱지를 떼고 도색 작업 중이었다. 작업장의 오염물질 역시 정화 과정 없이 배출했다. 또 탕산(唐山)의 여러 제철소도 정부의 규정치만큼 생산을 줄이지 않았다.

노동집약형 산업구조를 바꿔야


중국은 생산업체 감찰 강화로 환경오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친환경 생산 방식의 도입과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공장 가동 중지가 잦아져 실직 노동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산업구조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산업이 도태되고, 노동집약형 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오염 방지 설비를 하거나 기존 설비를 교체해 친환경 공정 시스템을 갖추려면 비용이 든다. 각 개별 기업이 환경적 비용을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적재적소에 합리적 지원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환경보조금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지급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중앙환경보호 감찰팀은 지난해 11월17일 장시(江西)성 러핑(樂平)시 정부가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대신, 36개 기업을 대신해 1000만여 위안이 넘는 오염 배출 비용을 대납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또 12월12일 재정부는 9곳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게서 받은 환경 관련 지원금 239억4000만 위안의 활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예산을 유용하거나 지원금을 과다 신청하기도 했다.

스모그 문제는 대기 질을 개선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중국에게 대기 질 개선은 풀기 어려운 과제다. 정부의 산업 정책뿐 아니라 노동·복지 정책까지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