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단독]‘해결사 박근혜’가 그들 뒤에 있었다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는 2016년 1월 설립된 신생 회사다. 그런 회사에 일감이 몰렸다. K스포츠재단과 장시호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누슬리를 앞세워 이권에 개입했다.

특별취재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19일 목요일 제487호
댓글 0

특별취재팀 (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최순실씨가 관여한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지원한 기록이 나왔다.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의 특정 사업 시점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 업무 지원을 안 전 수석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이권 사업의 시행사로 의심받던 스위스 건축회사 누슬리(Nussli)와 관계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이 쓴 ‘1-23-16 VIP’ 메모(그림 1)를 보자. 2016년 1월23일 안 전 수석이 썼다는 의미로, ‘2. 스포츠클럽, 김종 차관, 문체부, K-sport 인재 양성, 사무총장→김종, 거점기업 스포츠클럽 종목별 인재 양성”이라고 쓰여 있다. 이 메모는 K스포츠재단이 추진한 ‘종합형 스포츠클럽 사업’을 말한다. <시사IN>이 확보한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전국 20개 스포츠클럽을 선정해 지원하는 이 사업은 총 60억원에 달하는 예산 전체를 문체부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었다.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2016년 3월이다. 그렇다면 K스포츠재단 내에서 이 사업이 공식화되기도 전에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서 이미 논의했다는 얘기다.

안종범 전 수석이 메모한 K스포츠재단·더블루케이 사업 지원 내역(왼쪽)과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 관련 내용(오른쪽).


이 메모 바로 아래에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 COPS 스포츠단, Mkting(마케팅) 회사 Blue-K(더블루케이), 조성민 대표 010-8×××-××××)’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GKL 스포츠단의 마케팅 업무를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에 맡기라는 의미로 보인다. 휴대전화 번호까지 기록된 조성민은 더블루케이 대표였다. 더블루케이는 그해 1월12일에 설립된 신생 법인에 불과했다. 그런 법인에 마케팅을 맡기라고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다. 최순실씨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 지시다.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에 관한 내용도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등장한다(그림 2). 누슬리는 최순실씨가 소유한 더블루케이와 2016년 3월 업무 양해각서(MOU)를 맺은 회사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 사업에도 입찰과 부분 참여를 시도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누슬리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때는 2016년 3월6일이다. ‘3-6-16 VIP’ 다음에 ‘뉴스리 스위스, 5개 거점, 60억→30억 평창’ ‘Nussli Sport Facility 건축회사, 하남 1600평, 인천, 대전, 대구, 부산. 평창 모듈라’라고 쓰여 있다.

이는 K스포츠재단이 2016년 3월에 추진한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기획안과 일치한다(<시사IN> 제479호 ‘스위스 건설사 앞세운 동계올림픽 접수 작전’ 기사 참조). <시사IN>이 확보한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사업기획안)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은 경기도 하남시를 비롯해 인천·부산·경북(대구)·대전에 엘리트 스포츠 양성소를 세우려 했다. 당시 1차 목표는 대한체육회가 보유한 하남 땅 약 1626평(약 5370㎡)에 신규 시설을 짓는 것이었는데, 세세한 사업계획 하나하나가 모두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과 일치한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릴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언론사 브리핑 모습.


누슬리 역시 당시 K스포츠재단 기획안에 등장한 이름이다. 가변 시설 전문 시공업체인 누슬리를 활용하면 건축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게 당시 기획안의 골자였다. K스포츠재단 기획안 시행사까지 2016년 3월6일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논의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 사안에 대해 3월14일에도 한 차례 추가 논의를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그림 3).

누슬리라는 이름은 2016년 3월20일에도 등장한다. ‘3-20-16 VIP’ 메모(그림 4)에 ‘동계올림픽 개폐회식→대림?→관람 좌석 누슬리’라고 쓰여 있다. 이 내용 역시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과 비교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2016년 3월28일 K스포츠재단에서 작성한 ‘더블루케이 기획·제안별 진행 상황’ 문건에 따르면, 3월24일 누슬리는 대림산업에 ‘개/폐회식장 가변석 가설 부문’에 대해 공문을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을 짓고 있는 대림산업에게서 관중석(가변석·오버레이) 설치 부문 사업권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작성 시점을 보면, 누슬리가 대림산업에 공문을 보내기도 전에 대통령과 안종범 수석이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다. 최순실씨는 누슬리의 한국법인까지 준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그런 누슬리에 특혜를 주려 했다고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대통령이 스위스 누슬리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을 기록한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왼쪽). 개·폐회식장 관중석을 누슬리에 맡기라는 내용의 메모(가운데)와 장시호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메모(오른쪽).


스위스 누슬리 앞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


당시 실무를 맡았던 K스포츠재단 내부 인사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2016년 3월5일쯤 K스포츠재단 실무진이 최순실씨에게 누슬리를 추천하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다. 누슬리 관계자를 3월8일에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는데, 가보니 예정에 없던 안종범 수석과 김종 차관도 나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누슬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분야 건축사인 반면, K스포츠재단은 이제 막 생긴 신생 재단에 불과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적이 전혀 없는 K스포츠재단이 누슬리와 접촉하는 단계 자체를 청와대에서 도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누슬리와 K스포츠재단의 끝은 좋지 않았다. K스포츠재단 내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누슬리 관계자와 최순실씨가 만났는데, 최씨가 합작 법인(누슬리 코리아) 수익의 50%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되었다. 최씨가 누슬리 쪽에 합작 법인의 투자금을 모두 내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동계영재센터)와 관련된 기록도 나온다. ‘2-28-16 티타임’ 메모(그림 5)를 보자. 2016년 2월28일 ‘티타임’ 때 논의된 사항을 기록한 메모인데, ‘동계영재센터-박재혁 회장, 이규혁 상무, 24~26 춘천 피규어(피겨) 꿈나무, 캠프 이후, 계약서 송부 9.7억’이라고 쓰여 있다. ‘24~26’은 당시 동계영재센터가 개최한 ‘제2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빙상캠프’를 의미한다. 이 캠프는 2016년 2월24일부터 사흘간 춘천에서 열렸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삼성, EBS가 후원을 맡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5년 7월14일 설립된 동계영재센터가 대규모 후원을 끌어온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후원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메모도 기록되어 있다. 동계영재센터가 설립되고 열흘 뒤인 2015년 7월24일에 안 전 수석이 쓴 ‘7-24-15 VIP’ 메모를 보자. ‘제일기획 스포츠 담당 김재열 사장, 빙상협회 후원 필요, 메달리스트 지원, 황성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뜻하는 내용이다. 장씨호씨가 설립한 동계영재센터는 삼성전자한테 16억원을 지원받았다. 김재열 사장은 이 지원과 관련해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았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