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는 승마뿐 아니라 펜싱 종목에서도 대기업의 후원을 끌어내려 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코어스포츠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5년 8월 코어스포츠 후원사로 ‘SK 펜싱’을 명시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당시 코어스포츠 부장 노승일씨는 “코어스포츠를 만들 때 최순실씨의 초기 구상이 ‘승마는 삼성, 펜싱은 SK 후원’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시사IN〉 제486호 이야기되었으니 SK에 가서 만나보라’ 기사 참조).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이 구상이 최순실씨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안 전 수석은 2016년 2월29일 업무수첩에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었다. ‘2-29-16 VIP’는 2016년 2월29일 박 대통령 지시라는 뜻이다. ‘SK 펜싱, tennis, 탁구→독일 전지훈련’ ‘가이드러너 학교·용역/10억’이라고 안 전 수석은 적었다(아래 왼쪽 사진). 그대로 풀이하면, 박 대통령이 ‘SK가 펜싱·테니스·탁구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하게 하고, 장애인 선수의 스포츠 활동을 보조하는 가이드러너 학교와 연구용역에 10억원을 지원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검찰·특검·사정 당국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구상의 ‘저작권자’는 최순실씨였다. 이에 앞서 2016년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이 SK에 요구한 내용과 일치한다. K스포츠재단의 한 관계자는 “재단이 출범한 1월부터 최순실씨가 기업 지원안을 짜보라면서 ‘SK는 펜싱·배드민턴·테니스’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내부에서 기획안이 만들어졌고 최순실씨에게 보고됐다”라고 말했다.

ⓒ시사IN SK에게 1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적은 안종범 전 수 석의 메모(왼쪽). 위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K 스포츠재단 내부 문건.


〈시사IN〉이 입수한 2016년 3월28일자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에 따르면, ‘대상 기관:SK/프로젝트명:가이드러너 육성 방안 연구용역, 가이드러너 학교 설립 기획, 체육 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이라고 쓰여 있다(왼쪽 사진).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2016년 2월29일 박 대통령의 지시와 일치한다. 코어스포츠를 만들 때부터 구상한 최순실씨 프로젝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되었고, 박 대통령이 다시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한 셈이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이 지시한 가이드러너 육성의 일환으로 2016년 6월 ‘국제가이드러너 콘퍼런스’ 행사를 열었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더스포츠엠(SPM)이 이 행사의 진행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최순실→박근혜→최순실 일가’로 이어지는 이권 흐름이 여기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80억 안 보내자 최순실, “그만두라고 해라”

박 대통령이 SK 관련 지시를 하기 10여 일 전인 2016년 2월16일 박 대통령은 최태원 회장과 독대했다. 두 사람의 독대 이후 최순실씨는 정현식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게 “이야기가 되었으니 SK에 가서 만나보라”는 전화를 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바로 그날 정현식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박영춘 SK 전무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최순실씨의 측근 장순호씨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사무총장 등은 SK에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 등으로 80억원을 요청했다. 다만 지원금을 K스포츠재단이 아닌 최순실씨 회사 비덱스포츠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이 만남을 잘 아는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SK 쪽에서 재단이 아닌 회사로 돈을 보낼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펜싱 관련해서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라 중복 지원이 어렵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SK는 대신 K스포츠재단에 30억원을 추가 출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최순실씨가 “그만두라고 해라”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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