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이 ‘굿바이’이다. 헤어질 때 하는 인사가 아니다. ‘잘 산 물건’(good buy)이다. ㈜굿바이의 정경섭 대표(46)는 휴대전화 구매와 기부를 잇는다.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피플모바일(www.people-mobile.co.kr)’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추가 부담 없이 자신이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를 할 수 있다. 휴대전화 한 대를 개통하면 대리점은 이동통신사로부터 개통 수수료를 받는데, 굿바이는 이렇게 받는 개통 수수료의 70%를 휴대전화 가입자가 지정한 시민단체에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운동 단체에 기부한 액수가 3500여만 원을 넘는다. 이런 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굿바이는 170여 개 사회운동 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정 대표의 지역 활동 경험 때문이다. 그는 서울 마포구에서 오랫동안 진보 정당과 사회단체 활동가로 일했다. 망원동 홈플러스 입점 반대 운동, 두리반 싸움 등을 함께한 지역운동의 너른발이었다. 그가 본 지역의 사회운동 단체는 대체로 재정 상태가 열악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 재정을 꾸려나가는 수준이었다. 어쩔 때는 회원 사업보다 프로젝트 영수증을 챙기고 맞추는 작업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구조였다.

ⓒ시사IN 조남진 ㈜굿바이의 정경섭 대표(46)

사회운동 단체의 재정 자립과 연대를 궁리하던 그의 눈에 영국의 ‘공동체 이익회사’가 들어왔다. 영국에서는 2004년 공동체이익회사법이 제정되어 8000여 개 회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동체 이익회사는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윤을 지역 공동체를 위해 쓰는 ‘사회적 기업’을 뜻한다. 이에 자극받은 정 대표가 2015년 5월에 공동체 이익회사를 표방한 ‘굿바이’를 만들었고, 처음 시작한 사업이 ‘피플모바일’이었다.

정경섭 대표는 ‘능동적 소비’와 ‘생성의 경제’를 강조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이윤이 얼마 발생하는지를 알고 그 이윤의 배분에 직접 참여하고(능동적 소비), 소비를 통해 개인과 단체의 관계를 형성시키자는 것이다(생성의 경제).” 가령 피플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개통 수수료가 얼마이고 어느 정도 기부를 할 수 있는지 소비자가 바로 확인 가능하다. 소비자가 자신이 속한 단체에 기부하게 되면 그만큼 관계가 진전된다는 것이다.

굿바이가 하는 또 다른 일은 반려동물 간식 사업이다. 정경섭 대표는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 동물병원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반려동물 간식 사업은 굿바이와 ‘우리동생’을 연계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을 만들어 10개월 동안 1억8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아이쿱생협·두레생협·에코생협 등 300여 개 매장에서 구할 수 있다. 판매 금액의 4%가 ‘우리동생’에 지원된다.

정경섭 대표는 ‘소비를 통한 연대’를 꿈꾼다. 지난 2년 동안 이를 가능케 할 ‘사회적 경제망’을 조직하는 데 주력했다. 2017년 상반기에는 사회적 경제의 실험을 다루는 토론회를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조직해보려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10년은 ‘사회적 경제’를 키워드로 지역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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