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은 점점 종교가 되고 있다. 1월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에서 대통령 변호인단의 서석구 변호사(사진)는 “국회는 다수결로 통과된 것을 강조하는데, 소크라테스도 다수에 의해 사형당했다. 예수도 군중 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군중에 희생된 성인들에 비견한 셈이다. 서 변호사의 통찰처럼 대한민국의 ‘우중’들은 2000년 전 유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 대통령을) 바다에 던져 물 위를 걷는지 보자” “3일 만에 부활하나 보자” 따위 불경한 글이 올라왔다. 서 변호사는 “신이 헌재를 보호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며 변론을 마쳤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그 결정이 변호인단에게도 ‘복음’일지 모르겠다.

0
개혁보수신당으로의 엑소더스를 겪은 여당에서는 목사님과 집사님의 설전이 한창이다. 목사 출신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3일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해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국회의원 배지를 다나?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을 향해 “목사가 할복을 하라니.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다”라고 맹비난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할복하지 말라는 의미다. 한국말 잘 아는 사람과 얘기해야지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가) 어렵다”라고 비꼬았다. 원래 팬들은 아이돌을 닮곤 한다. ‘한국말’ 분야에는 ‘0개 국어 능력자’인 박 대통령이 일획을 그은 바 있다.

‘새누리교회’는 풍비박산 났어도 박사모 성도들은 꿋꿋하다. 1월7일 서울 강남역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전도를 위해서다. 박사모 홈페이지 운영자는 1월3일 “해산 후 강남역 근처에서 식사를 하십시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맛집이 많습니다. ‘태극기 집회가 너무 멋있다’ ‘탄핵 기각이 될 것 같다’ 등 우리 대화를 젊은이들이 듣게 합시다”라고 썼다. 박사모 반응은 뜨거웠다. “늘 창의적인 지략가의 모습입니다”라는 평이 눈길을 끌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사모 넷이서 밀크티 하나 놓고 고래고래 소리칠 것 같다”라는 댓글이 적혔다. “박사모가 매주 오면 강남에 안 가겠다” “주변 가게들 매상 떨어지겠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맛사모’가 된 박사모의 강남역 상륙작전은 강남 땅값의 심장을 쏠 수 있을까? 개봉 박두.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