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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야당의원 낙선운동 지시했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낙선운동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2016년 3월18일 ‘야당 법발목 의원 홍종학, 김기식’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특별취재팀형석·천관율·김은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08일 일요일 제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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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주진우·김은지·전혜원·신한슬 기자)


<시사IN>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단독 입수했다. 업무수첩은 모두 12권 400장 분량이다. 2015년 7월부터 검찰에 체포되기 닷새 전인 2016년 10월 28일까지 기록한 업무수첩이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낙선운동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직접 선거 개입을 지시하고 방법까지 특정한 중대한 사건이다.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3-18-16 VIP’ 메모를 보자. 4월13일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2016년 3월18일 대통령 지시를 뜻한다. ‘야당 법발목 의원 홍종학, 김기식. 의원별 발언, 활동 자료→낙선운동+의원 공격 자료→정무수석’(아래 사진)이라고 안 전 수석은 썼다. ‘법발목’이란 정부 관심 법안을 좌절시키는 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조남진
김기식(왼쪽)·홍종학(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19대 국회 내내 각각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당시 홍종학·김기식은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김 의원은 정무위원회에서 4년 내내 활동했다. 기재위와 정무위는 정부 재정과 금융 관련 법안을 담당한다. 행정부 처지에서 보면 핵심 중의 핵심 상임위원회다. 경제학자인 홍 의원과 참여연대 출신인 김 의원은 의정활동 우수 의원으로 여러 차례 선정됐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내용대로 대통령이 직접 낙선운동을 지시했다면, 대통령이 권한을 위헌적으로 사용한 사건이 된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는 공직선거법이 규정하지만, 본질상 헌법적 의무로 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헌법적 요청이다”라고 못 박았다. 공직선거법 제9조 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

선거 중립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건


이번 메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중립 위반 논란과도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은 정당에 소속된 선출직 정치인으로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는 등 소속 당 지지를 단순히 호소했던 반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을 동원하여 야당 국회의원을 특정해 낙선운동을 지시한 사건이다. 선거 중립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시가 실제로 집행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안 전 수석의 메모에서 낙선운동 대상으로 지목한 두 의원은 모두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김기식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메모가 작성된 나흘 후인 3월22일의 일이다. 홍종학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선언 일자는 2월29일로, 메모가 작성된 시점보다 한참 앞이다. 박 대통령이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몰랐거나, 알고도 ‘법발목 의원’의 대표 사례로 든 것일 수 있다.

메모로 보면 대통령이 이 내용을 정무수석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무수석이던 현기환씨는 현재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중이어서 관련 지시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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