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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379개 파일’에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거래

삼성이 최순실의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에 지원하는 과정은 상호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뤄졌다.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취임한 후 코어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돈을 송금했다.

특별취재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09일 월요일 제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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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내부 문건, 카카오톡, 이메일 등 파일 1379건. <시사IN>이 입수한 ‘삼성-최순실 커넥션’을 뒷받침할 이른바 ‘최순실 파일’이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독대, 최순실씨의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 설립, 코어스포츠에 삼성전자 37억원 입금.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던 이런 움직임은 최순실 파일을 대입하면 서로 연결되어 큰 그림이 그려진다. 


2015년 여름과 가을, 삼성과 최순실씨의 ‘직거래’ 흔적이 고스란히 문건·카카오톡·이메일·사진 등에 담겼다. <시사IN>은 최순실 파일을 단독 입수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최순실 파일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입수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이 파일들은 삼성과 최순실씨,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줄 증거 가운데 하나다.

ⓒ연합뉴스
2015년 5월7일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시사IN>이 입수한 최순실 파일을 보면, 2015년 3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된 이후 삼성과 최순실씨 측은 2015년 8월26일 컨설팅 계약을 맺기까지 은밀하고도 긴급하게 일을 처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언제 알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2016년 2월 언저리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독대한 2015년 7월 이후 그룹 차원에서 최순실 지원을 서두른 증거가 <시사IN>이 입수한 ‘최순실 파일’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사IN 자료
2015년 8월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코어스포츠 측과 계약하는 삼성전자 측 대표단. 왼쪽부터 정 아무개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수석변호사,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위 오른쪽은 정유라씨가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하는 모습.

2015년 4월 최순실 측, 대한승마협회 통해 정유라 지원 요청(그림 1)


‘2015년 국가대표훈련 촌외(국외)훈련 승인 요청서’ 문건의 작성일은 2015년 4월15일(마지막 수정은 7월6일)이다. 이 문건의 작성자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 추정된다. 2016년 리우올림픽 마장마술 국가자격대회 참가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적으로 정유연(개명 후 정유라) 선수가 독일에서 훈련할 계획이니 협회가 지원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는 삼성과 최순실씨의 연결고리 구실을 했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당시 이른바 ‘대한승마협회 살생부’를 작성해 문체부에 건네면서 대한승마협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 그가 최순실 측근으로 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순실씨를 20여 년간 알고 지낸 한 인사는 <시사IN>과 만나 “박원오가 유연이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전부터 도왔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2014년 11월25일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가 되면서 대한승마협회 복귀를 시작한다. 다음 날 삼성은 화학·방산 부문을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발표했다. 2015년 2월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가 임기 2년을 남기고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사임한 뒤, 2015년 3월25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의 복귀 직후부터 최순실 측은 대한승마협회에 정유라의 독일 훈련 지원을 요청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요청이 그대로 실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훈련 기간을 2015년 5월1일부터 12월30일로 적고 있는데, 정유라는 5월 제주에서 출산하고 6월 독일로 출국했다. 훈련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문건이 언급한 ‘협회의 특별한 계획과 지원’은 실제로 착수된다. 바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이다.



2015년 6월 대한승마협회·한국마사회, 올림픽 승마선수 지원 계획 추진(그림 2)

<시사IN>은 2015년 6월이라고 적힌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마지막 수정일은 2015년 7월24일)이라는 제목의 대한승마협회 문건을 입수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권 내 진입을 목표로 정유라 종목인 마장마술을 포함해 3개 종목별 선수 3명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독일 출국 시점은 2015년 8월로 되어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공식 운영 대행사 선정(독일/국내)”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을 종합하면 이 ‘공식 운영 대행사’는 이후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꾸는 최순실씨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다. 실제로 대한승마협회 로드맵은 최순실씨 측에게 초기부터 건네진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코어스포츠에서 부장으로 일한 노승일씨는 2015년 7월31일 한국에서 합류 제안을 받을 때부터 회사가 삼성과 계약한다는 이야기를 최순실 측으로부터 들었고, 8월5일에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문건도 최순실 측으로부터 받았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들을 종합하면,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에 정유라씨가 지원 대상으로 처음 명시되는 시점은 2015년 7월26일(수정일 기준)이다. 마장마술과 장애물 두 종목에 각 3명씩 지원한다는 계획의 이 문건에는 마장마술 선수 3명(황 아무개·김 아무개·정유라)과 장애물 선수 1명(박재홍)만 명시돼 있다. 노승일씨가 출국 전 받아본 문건은 오타를 제외하면 이 문건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IN>은 또 2015년 6월로 명시된 한국마사회 문건도 입수했다. 한국마사회 산하 승마진흥원이 작성했다고 되어 있고 마지막 수정일이 2015년 7월19일인 이 문건의 제목은 ‘도쿄올림픽 출전 준비를 위한 한국승마선수단 지원방안 검토’다. 문건 왼쪽 상단에 마사회 마크가 찍혀 있고 우측 상단에 ‘회장’ 결재란이 있다. <시사IN>이 입수한 마사회 문건 중 마지막 수정일이 가장 빠른 문건인데, 국가대표급 선수 인력풀 중 한 명으로 정유연이 명시돼 있다. 3개 종목별로 4명씩 12명 선수의 독일 훈련을 위해 선수 한 명당 130억원을 지원한다. 5년간 총 소요 예산은 1560억에 이른다. 이후 작성 주체가 ‘대한승마협회 올림픽 참가 추진 기획팀’ ‘피엔케이 홀스(P&K Horse)’로 바뀐다. 노승일씨는 “피엔케이 홀스가 박원오 회사다. 내가 듣기로는 이 회사도 삼성하고 계약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박원오 전 전무가 마사회 계획에도 깊이 관여된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작성 초기부터 긴밀히 역할 분담을 논의했다. 2013년 12월 취임한 현명관 당시 마사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5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현 회장의 부인 전영해씨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 등과 함께 ‘최순실 3인방’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2015년 7월26일 박원오 전 전무, ‘삼성판 살생부’ 작성(그림 3)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2015년 7월25일) 다음 날인 7월26일이 작성일로 되어 있는 A4 3장짜리 문건 ‘삼성그룹 대한승마협회 지원사 현황’은 삼성의 정유라 지원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핵심 문건 중 하나다. 최순실씨 측근인 박원오 전 전무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은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부회장(이영국 상무), 총무이사(권오택 부장) 3명의 이름을 적시한 뒤 이영국 부회장, 권오택 총무이사의 문제점을 나열한다. 2013년 ‘대한승마협회 살생부’에 이어 2015년 ‘삼성 살생부’가 만들어진 셈이다. 중심에는 최순실씨를 앞세운 박원오 전 전무가 있었다. 권오택 총무이사가 실무 책임자인 김종찬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심도 있는 협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김 아무개 전 대한승마협회 임원을 부회장으로 발탁하려 했다고 문건은 지적한다. 김종찬 전무는 박 전 전무의 측근이고, 김 아무개 전 대한승마협회 임원은 박 전 전무와 껄끄러운 관계다.

‘삼성 살생부’의 내용은 현실이 되었다. 문건에 언급된 이영국 대한승마협회 부회장과 권오택 총무이사는 문건이 작성된 그달인 2015년 7월 경질되고 각각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김문수 삼성전자 부장이 부회장과 총무이사로 교체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승마계 관계자는 “이영국 상무는 과거 삼성전자 승마단 유럽 업무를 담당했다. 승마단 노하우가 뭔지, 장애물·마장마술이 뭔지 다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왜 잘리나? 박원오 마음대로 안 되니까 박상진 사장이 ‘너희들 하지 마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문건 내용대로 삼성전자가 대한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우선 최순실씨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정유라를 지원하게 된다. 삼성과 최순실씨가 ‘직거래’를 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후 2015년 10월까지 대한승마협회 내부적으로 추진되던 중장기 로드맵은 선수 선발 절차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진행되지 못했다. 삼성의 지원은 정유라씨 한 명만 받게 됐다.

이 문건이 누구에게 보고됐는지, 이런 인사 교체가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는지는 특검이 삼성의 정유라 지원과 관련해 밝혀야 할 핵심 중 하나다. 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 8월11일 최순실 첨삭, 8월12일 박원오 회신(그림 4, 그림 5)


2015년 7월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이후로 모든 것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7월27일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사장이 독일로 출국했다. ‘한국 승마선수단 해외 전지훈련을 위한 준비’ 문건도 거듭 수정된다. 이 가운데 최순실씨와 박 전 전무가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 역시 입수했다.

8월11일 마지막으로 수정된 ‘승마 해외 전지훈련’ 문건에는 밑줄로 의견·추가·수정사항을 적은 대목이 등장한다. 코어스포츠 부장으로 일한 노승일씨는 “@@나 ~~ 등 기호, ‘우선 그 계약에 준하는 걸루 한다’와 같은 말투는 최순실씨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내용과 표현을 봤을 때 밑줄 친 부분은 최순실씨가 쓴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문건 수정 다음 날인 8월12일 마지막으로 수정된 문건을 보면, 이 의견사항에 대한 답을 하는 이가 상대를 ‘회장님’으로 부른다. ‘회장님’은 최순실씨를 부르는 호칭이다.

수정 과정인 문건을 보면, 계약 초안에 ‘@@’ 기호를 넣은 뒤 ‘독일 현지 법인 컨설팅 회사와의 계약 조건’이 추가되었다. 마지막에 단 ‘의견사항~~~’에서 최순실씨로 보이는 이는 “예산을 거기서도 원했듯이 1차 2차로 나눠서 하신 후 다시 2차 계약 시 실시하는 걸루 나눠서 해주시고 너무 대략치를 많이 잡으신 것을 협회장과 논의하셔서 합리적인 대안을 해야 할듯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노승일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여기서 ‘거기’는 삼성전자, ‘협회장’은 박상진 사장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박원오 전 전무에게 박상진 사장과의 논의를 지시하는 구조인 셈이다.


2015년 8월26일 계약 체결 전 급하게 회사 꼴 갖춤(그림 6, 그림 7)


‘삼성 살생부’로 대한승마협회 임원이 교체 된 뒤 최순실씨는 독일 현지 회사 설립에 속도를 냈다. 노승일씨가 2015년 8월 독일에 입국해 처음 해야 했던 업무가 최순실씨 회사 설립과 관련한 변호사를 알아보는 일과 회사 사무실을 구하는 일이었다. 없는 회사를 만들어야 했다는 얘기다. 노승일씨는 “독일은 법인 개설이 쉽지 않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심사도 까다롭다. 신규 기업은 매출, 자본금, 신용도 등을 따지는데 코어스포츠는 아무것도 없잖나. 삼성이랑 빨리 계약해야 하다 보니 페이퍼컴퍼니를 사게 된다. 그러면 기존 기업이 되니까 삼성 조건에 들어오는 거다. (삼성) 법무팀에서 온 사람이 ‘문제없다’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노승일씨가 말한 페이퍼컴퍼니는 ‘마인제959’라는 이름의 회사다. 엄밀히 말하면 ‘셸프 컴퍼니’(shelf company:법인 설립이나 인수·합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들이도록 만들어 놓은 회사)였다. 2015년 7월17일 설립된 마인제959가 바로 셸프 컴퍼니였다. 셸프 컴퍼니를 파는 회사 ‘FORIS AG’의 안드레아스 코글린은 <시사IN>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그 회사(마인제959)를 구매자에게 팔았고, 이 과정은 독일 로펌이 처리했다. 이것이 우리의 직업이다. 우리는 셸프 컴퍼니를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코어스포츠 내부 문건들을 보면, 이 과정을 처리한 독일 로펌은 ‘PARK&LEMKE’ 로펌이고 담당은 박승관 변호사다. 노승일씨가 현지 부동산을 통해 추천받은 뒤 최순실씨가 한국을 통해 박승관 변호사가 괜찮은지 검토했다고 한다. 문건들에 따르면 2015년 8월19일 박승관 변호사는 마인제959를 매입하고 코어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다.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 문건을 보면, ‘코어스포츠 인터내셔널 유한회사’라는 회사의 상업등기는 8월25일 이뤄졌다. 삼성과 계약 체결 하루 직전이다. 계약 직전에야 회사 모양을 겨우 갖추었다. 회사 로고가 확정된 것은 8월24일이다. 박원오 전 전무가 만들었다고 한다. 회사 홈페이지도, 명함 초안도 8월21~24일 급히 만든다. 이 홈페이지 구상에는 승마는 삼성, 펜싱은 SK 후원을 받는다고 썼다. 최순실씨 지시로 노승일씨가 적은 문구라고 한다. 회장님으로 통하던 최순실도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명함 초안이 만들어졌다. ‘managing director’라는 직책이 붙었다.


회사 꼴을 갖추는 작업이 이뤄지는 동시에, 박원오 전 전무가 삼성과 최순실씨 사이에서 만들고 다듬은 초안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영문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다. 삼성은 이 계약서 초안 내용을 요약한 대외비 문건도 8월20일 만든다. 삼성 마크가 찍혀 있고, 작성자는 정 아무개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수석변호사다. 계약서에는 삼성의 동의 없이 계약 내용을 언론에 말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영문 계약서상 삼성전자의 이름은 ‘K’로 표시되기도 한다. 보안을 위해서다. 이 영문 초안을 코어스포츠가 일을 맡긴 박승관 변호사가 검토하고는 코어스포츠에 불리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써준다(8월21일). 8월23일 황성수 전무는 코어스포츠에 당신의 요청에 따라(upon your request) 수정했으니 검토해달라는 영문 메일을 보낸다. 그렇게 주고받은 끝에 계약서 최종본이 완성된다.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6명의 독일 훈련을 위해 컨설팅 비용을 포함해 22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계약이다.

2015년 8월26일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정 아무개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수석변호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터콘티넨탈 호텔 9540호를 찾았다. 코어스포츠 쪽에서는 당시 공동대표였던 박승관 변호사와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대표 로베르트 쿠이퍼스, 박원오 전 전무, 노승일 코어스포츠 부장이 나왔다. 양측은 마주앉아 계약을 했다.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승일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계약 체결 당시 최순실 회장이 1층에 있었다. 삼성 사람들이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다 이야기가 됐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컨설팅 계약 초안부터 다듬어온 최순실씨는 삼성과 코어스포츠가 계약한 당일 그 호텔을 찾았던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시사IN>에 독일 헤센 주 승마협회 대표 쿠이퍼스 씨가 코어스포츠 공동대표로 있었던 것이 코어스포츠와 계약을 체결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쿠이퍼스 씨는 계약 체결 직후 9월4일자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문건을 보면, 매입 당시 코어스포츠의 주소는 ‘Wilhelmstrasse 24, 35683 Dillenburg’인데, 이는 박원오 전 전무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승마 해외 전지훈련’ 문건에 언급된 ‘협조 단체’ 헤센 주 승마협회 주소와 똑같다. 코어스포츠 사무실 주소가 아닌 것이다. 노승일씨는 “(최순실씨 일을 오래 도와온) 윤영식씨(데이비드 윤)가 헤센 주 승마협회 이사여서 연결된 것으로 안다. 쿠이퍼스는 바지사장이었다. 계약 끝나고 비용도 정산해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15년 9월8일 코어스포츠는 81만 유로가 적힌 청구서를 보냈다. 엿새 뒤인 9월14일 삼성은 이 돈을 입금한다. 사흘 뒤인 9월17일 노승일씨는 최순실씨에게 카톡으로 “회장님 S에서 입금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꾼 코어스포츠에 삼성은 12월1일(71만6000유로), 2016년 3월24일(72만3000유로), 7월26일(58만 유로) 등 용역비 명목으로 총 282만9000유로(약 37억원)를 송금했다. 말 구입비 등 43억원을 합하면 약 80억원이 정유라 지원에 쓰였다. 계약서 내용은 선수 6명을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이 돈으로 훈련한 것은 정유라씨가 유일하다. 삼성은 원래 선수 6명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정유라 1명만 지원하게 돼 계약을 해지하고 말도 팔았다는 입장이지만, 왜 정유라 1명만 지원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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