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위한 가게가 아닌 ‘나눔’을 위한 가게가 있다. 왠지 손이 가지 않아 새것이나 다름없는 옷들, 선물받고 몇 번 사용하지 않은 가방, 금방 커버린 아기 장난감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2002년 처음 문을 연 아름다운가게 이야기다.

이곳에서 1만 시간 넘게 자원봉사를 한 사람이 있다. 차명옥씨(61)는 2004년부터 13년째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보통 자원봉사자들은 4시간씩 교대하며 일하는데, 차씨는 처음 8시간씩 거의 주 5일간 활동했다. 그녀는 “처음엔 하도 신나고 재미있어서 그랬다. 그때 많은 시간이 쌓여서 1만 시간이 넘어간 게 아닐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차명옥씨는 이기적인 기도 속에서 이타적인 삶을 결심했다.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던 1998년, 차씨는 평소 다니던 절에서 간절히 기도하며 스스로와 약속했다. 아들이 합격한 이후에는 타인과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기도대로 그녀의 아들은 ‘99학번’ 신입생이 되었다.

ⓒ시사IN 윤무영

5년 후, 차씨는 집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아름다운가게 거리 판매 행사를 발견했다. ‘이거다’ 싶었다. 그녀는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보이지 않게 내 주변에 기여할 수 있는 나눔 방법이 좋았다. 자원을 함께 나눠 쓰면서 환경 파괴를 줄인다는 취지도 내 마음과 딱 맞았다”라고 말했다. 당장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차명옥씨의 자원봉사 활동은 매일 비슷하다. 오전 10시까지 가게로 나가 녹색 앞치마를 입고 10시30분 오픈에 맞춰 가게를 청소한다. 기부자가 오면 물품을 받아 정리한다. 그녀는 “자신이 쓰지 않아 기부하는 물건이라고 해서 버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기에게 소중한 물건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함께 즐기려고 가져온 사람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14K 금반지를 좋은 곳에 써달라는 손편지와 함께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구매자가 오면 질문에 대답하거나 응대한다. 하지만 일반 매장 점원과 달리 차씨는 오히려 섣부른 구매를 말린다. 차씨는 “알뜰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중독성’이 생겨서 단골이 되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꼭 필요한 것만 사라고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판매가 아니라 자원 순환과 환경보호가 목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심사숙고해 좋은 물건을 찾은 새 주인은 날아갈 것처럼 기분 좋아 한다. 요즘은 한 물건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녀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의욕이 앞서서 매일같이 봉사를 하던 시기, 자신의 ‘헌신’을 기준으로 다른 봉사자를 바라보다 갈등이 생겼다. 차씨는 “지금 생각하면 상대방에겐 그게 최선이었을 텐데,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고 말한다. 종종 벌어지는 구매자와의 승강이도 차씨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았다. 차씨에게 봉사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아닌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1만 시간이 지난 뒤, 봉사는 차명옥씨의 삶이 되었다. 스스로 ‘깐깐하고 예민한 성격에서 느긋한 성격이 됐다’고 느낀다. 2014년 12월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 10주년 축하를 해줬을 때 “인생에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차씨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돈으로 세상에 기여하듯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마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면 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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