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남북 장관급회담의 합의문을 조율하는 과정을 최일선에서 지켜보았다. 밀고 당기는 신경전으로 밤을 새우던 2005년 9월 평양에서의 어느 새벽, 문득 협상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책 뒤에는 참고한 서지 사항이 빼곡하다. 남북 협상에 어떤 힌트를 얻기 위해 그 문서들을 읽어나가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책에 실린 사례들은 남북 협상 못지않다. ‘저렇게 꼬이고 꼬인 갈등을 어떻게 풀었을까’ 싶다. 협상의 역사적 배경을 잘 전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유럽 석탄철강공동체조약을 이끈 장 모네를 다룬 6장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는 문제를 대할 때 이론보다는 실용적 접근을 선호했으며, 모두가 현실의 장애를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는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숭고한 이상을 밀어붙였다.’ 배우고 싶은 균형감각이다. 적대적 세력 사이에서 퇴장한 이들을 설득해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조정자의 인내도 인상적이다. 비단 국가나 민족 간에서만 그렇겠는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혹은 풀기 힘든 일 앞에서 그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이 책에서 마주했던 몇몇 사람들이 기억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익히게 하는 좋은 실용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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