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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는 중국, 생각 복잡한 한국

중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예전처럼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폐기하라는 것도,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격상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제 한국의 선택만 남았다.

주장환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10일 화요일 제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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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표한 이후 한·중 관계가 심상찮다. 중국이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특히 양국 학자 등 전문가들 간의 학술회의나 토론회에서 냉랭함을 넘어 고성이 오갈 지경까지 분위기가 격앙되어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중국은 왜 이렇게 반응할까? 그리고 원하는 바가 무엇일까? 향후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까?

중국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 등으로 한국 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동안 닫아두었던 양국 간 학술 토론의 장을 다시 열었다. 한국 내 상황이 변함에 따라 정보 수집과 의견 전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이 2016년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보복’으로 의심될 만한 각종 조치들을 진행해왔다. 2011년부터 연례적으로 열리던 차관급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중국 측의 미온적 태도로 무산되었다. 이미 여러 건의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교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8월에는 한국인에 대한 중국 비자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조정했다. 10월 이후에는 한류 콘텐츠 확산을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이 취소되었다. 동시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구두 통지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에는 중국 내에 150여 개 점포를 둔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 및 안전 점검을 벌였다. 중국의 대응 방향은 민간 교류를 축소하고 경제 분야로 그 여파를 확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중국 수출의 약 5%를 차지하는 소비재와 관광, 유통, 한류 콘텐츠 등 비교적 민감하지만 그 비중이 높지 않은 것들이었다. 복수의 중국 측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본다. 한국 측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점차 자동차, 전기와 전자 등 핵심 산업 분야로 ‘보복 대상’을 옮아갈 것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8월4일 주한 중국 대사관 영사부 앞에서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조정했다.
대중 수출의 70%가량이 반도체, LCD, LED, 자동차 강판, 고급 석유화학 소재 등 중간재여서 중국이 자국 경제의 타격을 우려해 제재에 신중하리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중국 쪽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복 규모와 강도가 상당히 셀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면 2008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을 때 일어났던 프랑스산 에어버스 수입 취소와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의 확산, 2010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 시 중국 어선 나포에 대응한 대일본 희토류 수출 중단과 2012년의 대대적인 반일 시위 조장, 2016년 초 남중국해 영토 분쟁으로 인한 필리핀산 바나나의 통관 지연과 이로 인한 35t 분량 폐기 처분 등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았다. 이런 경제적인 보복 조치에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서해상에서 북·중 합동 군사훈련,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 비협조 등 군사적인 대응도 할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한국이 탈냉전기에 유지했던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의 균형추 역할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최소한이나마 균형추 구실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의 MD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이해한다.

ⓒ연합뉴스
2016년 9월4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 국제전시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악수한 뒤 자리로 가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현지 학술회의 석상에서 한 중국 학자는 “(한국에) 한·미 동맹을 폐기하라고 요구하지도, (중국과의) 현재의 동반자 관계의 격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탈냉전기 정도 수준의 균형추로서 모습을 유지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자는 중국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 “중국이 만약 쿠바에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면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보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동북아 안보 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적 차원의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제19차 전국대표회의 전에 사드 철회 원해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2017년 말로 예정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들었다. 이 19차 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차기 권력 구도가 확정된다. 집권층의 처지에서 현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이 일정한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미·중 간 갈등이 격해지고 이와 연동되어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진 것은 결코 시진핑 현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와 그 세력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그가 집권 초기에 내세웠던 강대국 간 외교에서의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신형대국관계’론과 자국 봉쇄망 약화를 목표로 하는 주변국과의 선린우호 정책이 과연 적절했느냐가 공산당 내부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의 관계야 중국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의 태도 변화는 주변국 외교의 최대 실책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격렬하고도 단호한 반응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지난해 10월19일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한·중 양국 관계를 부부 사이에 비유했다. 그는 “유리잔을 던지고 접시를 깰 정도로 심하게 싸울지라도 결국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지에서 개최된 한 학술회의에서 중국 학자는 이 말을 전하면서, “백번 양보해서 중국이 그동안 한국에 대한 배려가 약했고, 이에 대해 한국이 섭섭해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실제로 이혼을 한다면 중국은 크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이후는 그나마 싸우고 지내는 부부보다 더 나쁜 관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의 선택이 남았다. 싸웠다고 무작정 헤어질지, 아니면 더 잘해줄 것을 약속받아서 앞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필자가 만난 중국 전문가들의 진단을 보면, 마치 무뚝뚝하고 기교 없이 떠나가려는 연인(한국)을 향해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모습(중국)일 수도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렇게 애원하는데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 연인을 어떻게 대할지, 또 속내가 복잡한 한국을 어떻게 되돌리게 할 것인지도 고민한다. 19차 당 대회가 임박할수록 중국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직접적이 되리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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