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 광화문의 지하 통로는 ‘화려하게 황폐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차갑고 푸르스름한 광휘. 천장의 LED등을 반사하는 대리석 바닥이 마치 호수의 수면처럼 잔잔하게 출렁인다. GDP 세계 10위권 국가 대한민국의 공공시설은 초라한 주민들을 압도할 정도의 격을 갖추었다.
화려한 통로는 외롭다. 떠들썩하게 정담을 나누고 혹은 시시껄렁한 말다툼이나 하면서도 공간에 활기를 보태던 취객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공간’의 미래를 위한 보증서이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 장식품이랄 수 있는 광고판들도 핏기 없이 하얗게 늘어서 있을 뿐이다.
세상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그 화려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한쪽에서는 풍요가 증가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풍요에 차마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다. 화려한 황폐함은 시장경제의 대표적인 ‘동맥경화 징후’다. 그 막힌 핏줄 속을 구매력 없는 젊은이들이 터벅터벅 쓸쓸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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