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굴러간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서울메트로 외주업체에서 일하던 김씨가 올해 5월28일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스무 살 고인의 가방에는 컵라면 한 개와 정비도구, 숟가락이 뒹굴었다. 끼니 때울 시간도 없이 쫓기며 일하던 어느 청년 노동자는 ‘시간의 잔해’가 되었다.
끼임, 굶음, 젊음, 죽음. 이 부조리한 슬픔은 도시를 감염시켰다. 시민들은 구의역에서 건국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추모 행진에 나섰다. 시민을 맞이한 유가족은 오열했고, 다 같이 맞절을 올렸다. 깊은 속죄의 진혼의식은 마지막 생일잔치가 되었다. 사고 다음 날이 고인의 생일이었다. 현재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는 눈물 자국 같은 다짐이 아로새겨져 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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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결사의 자유를 되찾아오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되찾아오다
김은지 기자
걸어서 2분, 100m 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번번이 막혔던 길이다. 세월호 유가족, 촛불 시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은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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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순간 추억의 시간이 짓밟힌다
파괴의 순간 추억의 시간이 짓밟힌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사진이 보여주는 건 언제나 ‘순간’이지만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반드시 ‘시간’이다. 해가 지면 하나둘 불을 밝히던 백열전구의 시간, 그 불빛 아래 울고 웃으며 부딪던 소주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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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황폐하다
화려하게 황폐하다
이종태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 광화문의 지하 통로는 ‘화려하게 황폐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차갑고 푸르스름한 광휘. 천장의 LED등을 반사하는 대리석 바닥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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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불안한 안전
그들의 불안한 안전
김동인 기자
모하메드는 살아남기 위해 고향인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떠났다. 약 3800㎞. 그토록 꿈꾸던 독일에 도착했다. 독일 정부는 그에게 약간의 지원금과 살아갈 거주지, 그리고 그가 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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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고 때우고 견디는 청년 ‘흙밥’ 보고서
굶고 때우고 견디는 청년 ‘흙밥’ 보고서
변진경 기자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중에 정말 흙수저 같았던 음식은 뭐예요?” 지난 1월15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순식간에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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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의 봄 시집에 입장하다
속수무책의 봄 시집에 입장하다
은유 (작가)
하늘만 보면 그의 말이 떠오른다. 하늘 한 조각 보려고 비행기 타고 6시간을 왔다던 여행기의 첫 문장.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 못한 채 노트북에, 회의 탁자에 고개를 파묻는 노동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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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냥 엄마’는 없다
세상에 ‘그냥 엄마’는 없다
은유 (작가)
“한 사람과 한 단어의 진정한 만남에 기회가 필요할 때도 있다. (…)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생에서 수많은 단어를 만나지만, 어떤 단어들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데 비해 어떤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