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선실에 물이 차오르고 젖은 핸드폰이 꺼졌을 때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살고 싶었으랴. 죄 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세월호 희생자 안주현군의 넋이 지난 3월에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 안재수씨(오른쪽)가 따르는 술 한 잔을 받고 있다.

두 어른의 옆모습은 어둠에 잠겨 있고, 환한 사진틀 속에서 주현이는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5·19 大淚) ‘국가 개조’를 다짐했으나, 세상은 더 깊은 악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작은 희망과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 배반당한 이 황잡한 세상을 주현이의 두 눈이 바라보고 있다. 저 시선에 무슨 답을 하랴. 빛은 사진틀 속, 주현이의 얼굴에 모여 있다.
 

ⓒ박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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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철

 

 

 

기자명 김훈(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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