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5일 열린 국정조사 4차 청문회는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월간중앙〉이 고영태씨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다. 4차 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 고씨는 “새누리당 의원과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입을 맞추고 위증을 할 것이다. 의원이 ‘최순실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냐’ 물으면 박 과장이 ‘고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오라고도 했다’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문회장에서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박 과장이 비슷한 취지의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연이어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문회 전에 이만희‧이완영‧최교일 새누리당 의원 3명을 만났다”라고 밝혀, 사전에 모의하고 청문회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일사분란하게 ‘박근혜 게이트’에 대응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시사IN 조남진박헌영 과장이 〈시사IN〉 단독 인터뷰를 했다.
‘위증범’으로 지목된 박헌영 과장은 억울해했다. 윗선이 어떤 계획을 짰을지 몰라도 자신은 새누리당 의원을 만난 적도 없고,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보고 겪은 것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하루아침에 범죄자처럼 몰린 상황이 당황스럽다며 오해를 풀기 위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오히려 위증은 고영태씨가 했다며 자신이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박 과장은 지난 1월 K스포츠재단에 입사했다. 최순실씨 소유 한국 더블루케이 업무도 고영태씨와 함께 했다. 그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며 “두 업무 모두 최순실씨가 고영태씨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고영태씨가 자신에게 시키는 구조였다”라고 증언했다. 12월22일 5차 청문회 출석을 이틀 앞 둔 그를 〈시사IN〉 편집국에서 만났다.

정동춘 이사장이 청문회 출석 전에 새누리당 의원 3명과 만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나.

정동춘 이사장이 이완영 의원과 만나기 전에, 만날 거라고 이야기했다. 정 이사장이 ‘원래 간사들이 청문회 전에 이런저런 걸 파악해야 해서 K스포츠재단에서는 내가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나에게도 갈수 있냐고 물었다. 거절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동춘 이사장한테서 전화가 두 번이나 왔다. 이완영 의원과 만나고 있는 중인데 이 의원도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며 좀 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차도 없고 집이 경기도라 주말에 어떻게 가냐고 했더니, 택시비 줄 테니 택시 타고 오라고 했다. 안 간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고영태씨 이야기대로 청문회가 진행됐다.

맞다. 그런데 사주 받은 적 없다. 태블릿PC와 관련해서 내가 원래 알고 있는 게 있어, 예전에 정 이사장과 ‘고영태가 충전기를 뭐 사오라고 했다’ ‘고영태 책상 안에 마지막으로 들어있었다’ ‘고영태가 한두 번 들고 다니는 걸 봤다’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 이사장이 이완영 의원 만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 의원이 ‘그럼 너희들이 그걸 언론에 내보내든지 해라’고 했다더라. 자기는 국회의원이라서 그런 거 관여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그래서 정 이사장이 내게 ‘언론에 내볼래?’라고 물어 거절했다. 그 과정을 담배 태우면서 동료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전했고, 그 말을 노 부장이 친구 고영태씨에게 옮긴 걸로 안다(박 과장은 음성 녹취 하나를 들려줬다. 고영태씨의 언론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노승일 부장과 자신과 통화한 내용이었다. 노 부장은 “영태도 (청문회) 봤단다. 니가 애기한 거 맞단다, 인정했다고”라고 말한다)

그 증언은 태블릿PC가 고영태씨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긴 한다.

청문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이 없으니깐, 앞부분만 잘려 돌아다녀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고영태씨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닌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분만 부각돼 오해살 수 있다는 걱정을 나도 했다. 그럴까봐 청문회 때 일부러 태블릿PC는 최순실씨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고영태씨는 청문회에서 최순실씨는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정말 웃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를 요만큼이라고 쓸 줄 알면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최순실씨도 컴퓨터를 사용한다. 스마트폰도 사용한다. 고영태씨가 그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까진 보지 못했지만, 들고 다닌 걸 본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또 내게 충전기를 사오라고도 했다.

ⓒ시사IN 이명익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그럼 고영태씨가 왜 그렇게 말한다고 보나?

태블릿PC에 대해 고영태씨가 한 말이 있지 않나. 자신은 모르는 태블릿PC고 최순실씨는 사용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고영태씨가 들고 다닌 걸 본적이 있다는 말을 미리 들었으니, 자신이 위증할 판이 되어버린 거다. 그래서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해 그 사실을 알렸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자기가 빠져나가려고. 고영태씨의 위증은 또 있다.

어떤 부분인가?

청문회에서 의원이 고영태에게 ‘고민우라는 이름을 사용한 적 있냐’고 묻자 아니라고 했다. 위증이다. 기업 관계자들 만날 때 ‘더블루케이 고민우 상무’라고 명함을 파고 다녔다. 심지어 정동춘 이사장은 고영태씨가 언론에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그의 이름을 고민우로 알고 있었다. 그 명함을 들고 다니며 측근 노릇을 했는데, 나에게 위증한다면서 기업 사람은 내가 다 만나고 일은 내가 했다고 하니 너무 괘씸하다.

고영태씨와 일을 많이 했나?

지난 3월 롯데 1차 미팅에는 소진세 사장과 이석환 상무를 정현식 사무총장이 만났다. 이후 롯데 2차 미팅을 나와 고영태 상무가 갔다. 최순실씨 지시였다. 포스코는 고영태 상무와 노승일 부장이 미팅을 했다. 황은연 사장을 만나고 온 다음 고영태는 ‘(포스코가)우리를 완전 장사꾼 외판원 취급을 한다. 이 XX 안되겠네, 다 보고하겠다’ 이렇게 화를 냈다. 그 내용을 노 부장이 정리해 최순실씨에게 전달했고, 그게 안종범 전 수석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이) 봤겠죠. 그게 다시 피드백이 내려와서 인지 이후에 포스코가 엄청나게 저자세로 나왔다고 들었다.

SK만날 때는 고영태씨가 같이 안 갔나?

그때는 아니었다. 두 번 만났는데, 첫 번째는 정현식 사무총장과 비덱의 장순호씨가 함께했다. 그때 비덱으로 바로 돈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는데, SK가 선을 그었다. 차라리 재단에 추가 기부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하고 자리를 파했는데, 그 사이에 독일에 있는 박재희(독일에 있는 최순실씨의 측근)라는 사람이 SK 박영춘 전무에게 이메일을 두 번이나 보냈다고 한다. 첫 번째 메일은 언제까지 지원이 확정되냐, 두 번째는 지원을 할 거냐 말거냐는 내용이었다. 최순실씨에게 전화해서 확인하니 자기가 지시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 애매하게 말하면서 빨리 기부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 우리 쪽에서 제안한 게 50억원이었는데, SK가 20억원을 역제안했다. 이를 최순실씨에게 보고하자 “아, 20억 가지고 짠 XX들. 안돼, 안 된다. 짠 놈들이라고. 오, SK 짠놈들이야”라면서 30억 원을 받아보라고 했다. 결국 두해에 걸쳐 20억 원, 10억 원 받기로 결정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 그 이유는 정말 모른다.

그렇게 같이 일을 했던 고영태씨가 최순실씨와 멀어지게 된 계기에 대해, 고씨는 지난번 청문회에서는 2014년 개 때문에 싸웠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청문회에서 처음 들었다. 돈 문제가 좀 끼여 있다는 말도 나오더라. 2014년 이후 2015년에도 한번, 2016년에도 한번 두 사람은 크게 싸운 걸로 안다. 2015년에는 고영태‧노승일씨가 최순실‧정유라‧신주평씨와 개 30여마리 등과 함께 독일에 갔다. 그때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엄청 크게 싸워서 고씨가 바로 귀국했다.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 전무이사 때문이라고 들었다. 고영태씨가 내게 말하기로는 ‘박 이사가 사기를 치려고 해서 내가 반대했는데 자꾸 그런 식으로 진행되면 일 못한다면서 박차고 나와 한국으로 갔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최순실-고영태씨 사이는 몇 번씩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 한 건가.

고영태씨는 최씨와 사이가 좋을 때 렌지 로버같은 1억원 넘는 차를 끌고 다니다가, 사이가 안 좋을 땐 차 없이 다녔다. 그때 차은택씨가 치고 들어 와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안다. 나중에 고영태씨가 최순실씨에게 다시 돌아오면서 “OO이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영혼이 탁해졌어요. 제가 영혼이 맑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용서를 빌며 최순실씨에게 다시 돌아왔다. 최순실씨는 영혼이 맑은 사람을 강조했다. 뭐를 해도 사람은 영혼이 맑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게도 영혼이 맑은 사람 같다고 했다.

고영태씨와는 연락하지 않나?

안한다. 나를 그렇게 몰고 가는 사람이랑 대화할 이유가 없다. 그 전까지는 고영태씨가 내가 개설해준 대포폰을 들고 다녀서, 그걸 회수해야 했다. 회사를 접은 후에도 전화비는 계속 나왔다. 그래서 계속 연락했는데 모든 연락을 씹었다. 그러다 검찰에서 만났다. 해외에 있다 귀국해서 2박3일동안 밤샘 조사 받았다고 뉴스에 뜨지 않았나. 나도 그때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는데, 민원인 대기실 같은 곳에서 100만 원짜리 스키복 입고 자고 있었다.

기자명 주진우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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