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환자들의 병력을 듣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목 디스크 손상 치료법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짧은 역사의 신대륙인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논문에서도 가끔 “수많은 치료법(a myriad oftreatments)”이라는 표현이 나와 헛웃음을 짓는다. 목 디스크 손상으로 심하게 고생하며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던 사례를 보자.

올해 초 장문의 편지를 보낸 43세 주부가 있었다. 필자에게 진료 예약은 되어 있는데 “짧은 진료 시간에 병력을 다 전달하기 어려울 거 같아 미리 편지를 보낸다”라고 했다. 내용을 보니 목 디스크 파열 진단을 받은 후 여러 곳을 전전하며 여섯 가지 치료를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다고 한다. 이토록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토록 많은 치료법이 있는데도 왜 해결되지 않는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척추 통증 치료에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떤 치료가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혈압, 혈당 혹은 암 조직의 크기 등은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통증은 아픈 사람의 주관적인 느낌이라 측정이 쉽지 않다. ‘10점 만점에 몇 점 아프다’는 방식으로 계량화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지만 주관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당연히 동물실험도 어렵다.

ⓒ시사IN 조남진정선근 서울대학병원 교수는 목 디스크 손상을 받으면 바로 아픈 게 아니라서 손상받을 행동을 무심코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중눈가림, 무작위 배정 대조군 임상시험’이다. 말이 좀 어렵다. ‘대조군 임상시험’이란 진짜 치료를 받는 사람과, 위약(placebo) 혹은 가짜(sham)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무작위 배정’이란 누가 진짜 치료를 받고 누가 가짜 치료를 받을지를 속된 말로 ‘복불복’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주로 난수표를 이용한다. ‘이중눈가림’이란 치료를 받은 사람도, 치료 효과를 판정하는 사람도 누가 진짜 치료를 받았는지 가짜 치료를 받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효과를 평가한다는 뜻이다.

위약효과와 자연경과로 치료법 범람

충분히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중눈가림, 무작위 배정 대조군 임상시험’을 하면 어떤 치료가 진짜 효과가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척추 통증 치료법에 대해서는 이런 엄격한 임상시험이 발표된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연구의 우선순위에서 떨어지고, 가짜 치료에 대한 눈가림이 어렵고, 가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조군을 모집하기 힘들고, 호전 여부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치료를 했더니 통증이 좋아지더라’라는 정보는 단편적 결과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별로 의미가 없고 때로는 위험하다. 척추 통증은 아무 효과가 없는 치료를 해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로 위약효과와 자연경과 때문이다.

위약효과란 가짜 약 혹은 가짜 치료를 받았는데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상황에 따라서는 부작용)를 보이는 것이다. 198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 신경과 러바인 박사는 치과에서 어금니를 뽑은 사람들에게 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진짜 약) 또는 생리식염수(가짜 약)를 주사했다. 놀랍게도 생리식염수를 맞은 사람들 중 39%에서 통증 호전이 있더라는 것이다. 모르핀을 4㎎ 맞은 사람 중 36%, 6㎎ 맞은 사람 중에는 50%에서 호전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큰 효과 아닌가? 통증에 대한 가짜 약의 효과가 이렇게 크다.

듀크 대학의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교수는 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정상 성인 82명을 반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는 ‘2.5달러짜리 효과 좋은 최신 진통제’라는 설명서를 보여주며 약을 먹였고, 다른 그룹에는 ‘10센트’라는 약값만 표시된 설명서를 보여주면서 약을 먹였다. 물론 둘 다 똑같은 가짜 약이었다. 비싼 약을 먹은 그룹에서는 85%, 싼 약을 먹은 그룹에서는 61%가 진통 효과를 보였다. 똑같은 밀가루 경단인데도 가격이 비싸니 가짜 약 효과가 더 좋더라는 것이다.

위약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약이나 치료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뇌 속의 내인성 통증 조절 장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심리적인 효과가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위약효과가 의미 없는 치료의 단기적인 통증 호전을 설명한다면 자연경과는 장기적인 효과를 담당한다. 지난 연재에서 줄기차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목 디스크 병의 자연경과이다. 넘어져서 까진 정강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아무는 것처럼, 수백 시간 스마트폰을 보다가 찢어진 목 디스크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낫는다.

강력한 위약효과와 자연경과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치료를 해도 통증이 잘 낫는 환자들이 꽤 많다. 그토록 다양한 치료법이 범람하는 이유다. 심한 목 디스크 탈출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목 디스크 물러가라’고 쓴 10만원짜리 부적을 사서 방문에 붙여놓기만 해도 통증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애리얼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만원짜리 부적이 더 좋은 효과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아무런 의미 없는 치료를 하면서도 자신의 치료법을 맹신하는 치료자들이 많다. 통증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 존재하는 ‘과장된 긍정적 피드백’ 구조 때문이다. 효과를 못 본 환자는 대부분 다른 병원이나 치료법을 찾아가므로 치료자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다시 찾아오는 환자들은 어떤 이유로든 (위약효과와 자연경과를 포함) 긍정적 효과를 보았던 환자다. 치료자 처지에서는 ‘당신의 치료로 효과를 보았소’라는 말을 들을 확률이 그 반대보다 훨씬 높다. 자신의 치료법에 대해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위약효과, 저절로 호전되는 자연경과, 치료자에 대한 과장된 긍정적 피드백, 이 셋이 맞물리면 어이없는 치료 행위가 비싼 가격에 널리 시행될 토양이 된다.

그런데 생각하니 좀 이상하다. 밀가루 경단만 먹어도 통증이 좋아지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경과로 저절로 낫는 것이 척추 통증이라고 했는데 몇 년 동안 고생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장문의 편지를 쓴 주부는 수많은 치료를 받으면서 1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되고 있지 않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유는 이러하다. 디스크 손상이나 탈출은 자연경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낫지만, 그 기간이 매우 길다. 길게는 2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 아물어가는 시간이 길다 보니 그 와중에 다시 손상되는 일이 흔하다. 손상을 받으면 금방 더 아파지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후, 혹은 이튿날 아침에야 아픈 것을 느끼게 되므로 손상받을 행동을 무심코 계속하는 것이다.

다시 ‘까진 정강이’를 예로 들어본다. 까진 정강이가 낫는 데 2년 정도 걸리고 그 과정에서 양반다리로 앉으면 상처가 덧나게 되는데, 통증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야 느끼게 된다고 해보자. 양반다리가 해로운지 모르거나 심지어 상처를 낫게 하는 행동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처를 덧나게 하는 행동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을 치게 될 것이다. 상처를 치료한답시고 딱지를 떼어내어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경우도 많다. 상처를 덧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잘 나을 텐데.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 아닌가? 목 디스크 손상과 탈출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분들이 바로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양한 비수술적 척추 치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비수술적 치료에는 약, 물리치료, 시술 등

약:크게 소염제와 진통제로 나눌 수 있다. 소염제는 스테로이드와 비스테로이드성으로 나뉜다. 염증을 줄이는 효과는 전자가 훨씬 강력하나 부작용도 더 많다. 대부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사용한다. 디스크가 탈출되어 신경뿌리에 염증이 생기는 상황처럼 문제가 될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염증이 해소되면 중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 유무 판단은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경막 외 스테로이드 주사(왼쪽), 후방 관절 스테로이드 주사(가운데), 수핵성형술(오른쪽).
진통제는 마약성과 비마약성으로 나뉘고 후자는 여러 계통의 약물이 있다. 통증을 낫게 하여 자연경과를 기다리는 동안 일상생활을 가능케 하고 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며 운동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당연히 통증 호전과 더불어 적절한 시기에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

물리치료:단순한 찜질부터 초음파·극초단파 등 열발생 치료기도 있고 저주파 치료기 등의 전기자극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를 받는 동안 그리고 치료 후 몇 시간 동안 통증을 줄여준다.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머리를 잡아당겨 목을 늘여주는 견인 치료는 이론상 디스크 탈출을 기계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임상시험이 보고된 게 별로 없다. 아마도 대조군에 사용할 가짜 치료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볼 수는 있다. 견인 자체로 통증이 심해지면 중지하는 것이 좋다.

시술(위 사진 참조):척추 시술 중 족보에 있는 것들만 살펴본다. 경막 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디스크 탈출로 염증이 생긴 신경뿌리에 스테로이드를 묻혀 염증을 줄인다. 신경블록, 신경차단술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신경이 마취되는 효과’라고 믿었던 과거에 잘못 붙여진 이름이다. 2~3개월 동안 방사통이 약해진다. 약효가 떨어지는 2~3개월 후 다시 염증이 생기면 재시술할 수 있다. 허리에 비해 목 신경뿌리에 대한 스테로이드 주사는 아주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후방 관절 스테로이드 주사는 후방 관절의 활액막에 염증이 있을 때 효과가 있다.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후방 관절에서 나오는 감각신경(내측분지신경)을 고주파로 태워 파괴하는 시술도 한다. 효과가 더러 보고되지만 기본 원칙에 입각하면 추천할 만한 치료는 아니다. 척추를 잡아주는 가장 중심 근육인 다열근으로 가는 운동신경도 같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수핵성형술 혹은 수핵감압술이라는 시술은 디스크 내부에 바늘 혹은 카테터를 넣어 전류나 고주파 등의 에너지를 이용해 디스크 내부를 태우거나 깎아내는 시술이다. 1990년대 말부터 시도된 비교적 새로운 시술인데 엄격한 임상시험 결과 대조군에 비해 뚜렷한 효과가 없더라는 보고(프리먼, 2005)가 있다. 미국 국가의료보험 기구인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에서는 이 시술을 인정하지 않는다(맨치캔티, 2013). 필자의 저서 〈백년허리〉에 소개했던 ‘디스크에 바늘을 찌르기만 해도 10년이 지나면 퇴행도 심해지고 탈출도 더 생긴다’는 캐러기 박사의 연구를 고려한다면 권할 만한 치료는 아니라고 본다.

몇 가지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에 대해 설명했으나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치료 방법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 치료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면 〈시사IN〉 편집국 전화기에 불이 날 것 같으니 일단 크게 네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것만 밝힌다. 도움이 되는 치료,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도 있는 치료, 도움도 안 되고 부작용도 별로 없는 치료,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몸에 해로운 치료가 그것이다. 목 디스크 문제로 고생하는 분들은 지금 받고 있는 치료가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이후 오프라인 강좌 등에서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기자명 정선근 (서울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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