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염복규 지음, 이데아 펴냄현대 서울은 식민지 시기 경성의 ‘청사진’에서 비롯한다. 일제는 식민통치 기구가 밀집한 경성의 도시 공간 개조를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이 과정에서 남대문∼을지로 구간 개발을 둘러싼 일본인 지주의 저항, 종묘통 조성을 둘러싼 조선 황실과 경성 거주민 간의 의견 차이, 종로 개발을 둘러싼 토착 조선 상인과 일본인 상인 간 이해 충돌 등이 벌어진다. 도시 중산층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부상한 안암동과 한남동, 이태원의 기원도 엿볼 수 있다.영등포를 거점으로 인천까지 이어진 경인지역은 만주 침략을 위한 병참기지로 개발됐다. 전쟁 수행을 위해 경성 중심의 광역도시권 개발이 진행됐으나 전쟁의 결과로 왜곡된 형태만 남겼다.

미국 남북전쟁김형곤 지음, 살림 펴냄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미국 남북전쟁’을 링컨의 리더십과 연관시켜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링컨은 단지 노예해방을 갈구하는 휴머니스트이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주장한 민주주의자만은 아니었다. 당시 링컨이 가장 중시했던 목표가 ‘미국 연방의 유지’였기 때문에 남부연합과는 타협이 아니라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연방국가 형태를 띤 하나의 국민국가’로 통합될 수 있었던 이유를, 저자는 링컨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용과 칭찬, 배려를 실천하는 링컨의 리더십이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발현되었다는 설명이다.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마크 블라이스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펴냄부채는 죄악으로 취급된다. 국가의 빚도 마찬가지다. 긴축·균형재정은 이 시대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다. 그러나 저자는 긴축이라는 ‘믿음’이 결코 합리적이거나 일관된 경제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역사와 실증 연구가 뒷받침한다. 긴축이 서구 경제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다. 국가 재정 문제를 일으킨 주범은 잘못된 은행 시스템이지만,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며 건드리는 것은 사회복지 예산 같은 대규모 공공 지출이다. 결국 재정건전성의 책임을 경제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긴축은 우리에게 아직 낯선 말이지만, 곧 다가올 거대한 잠재 갈등이기도 하다. 박근혜 게이트 이후의 중요한 참고서다.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브룩 보렐 지음, 김정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미국이나 유럽 여행 경험자들은 흔히 ‘베드 버그(bed bug)’를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빈대를 이르는 말이다. 뉴욕의 집에서 빈대에 물려 한바탕 소란을 겪었던 저자가 과학자들을 쫓아다니며 ‘빈대의 모든 것’을 총정리했다.빈대는 고대 이집트부터 기록이 남아 있고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경전에 등장하는 오래된 벌레다. 한국에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잘 숨는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도 아니다. 한때 살충제의 발달로 박멸됐다고 알려졌던 빈대는 2010년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고 돌아왔다. 다시 시작된 빈대와 인간의 싸움, 그 안에서 형성되는 ‘빈대 경제학’과 빈대 공포증을 깊이 있게 다룬다.

사이언스 빌리지김병민 지음, 김지희 그림, 동아시아 펴냄어느 날 아들이 끙끙대며 문제집 푸는 모습을 봤다. 모르는 문제는 물어보라 했더니 대답이 ‘질문할 시간도 없어요’였다. 책을 쓴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의 아들을 비롯한 세상 많은 아이들이 질문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이 책은 아빠와 아들이 나눈 일상 속 대화를 재구성한 책이다. ‘왜 노을은 빨갛고 무지개는 둥글까?’ ‘미용실 파마 냄새는 왜 지독할까?’ ‘빛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하며 세상을 채울까?’ 등 스물여섯 가지 질문과 탐구 과정이 담겼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과학적 이유와 근거를 가진 이야기들이다. 저자가 직접 그린 주기율표는 예쁘기까지 하다. ‘그림 용어’도 따로 정리해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

#혐오_주의박권일 외 지음, 알마 펴냄책에 고리를 끼울 수 있는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마치 학습지 같다. 알마가 내놓은 해시태그 시리즈는 소셜 키워드를 통해 사회 현상을 읽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 첫 번째 키워드는 ‘혐오’. 혐오가 난무하는 지금을, 단순히 ‘혐오사회’라고 단정 짓고 끝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혐오의 다양한 결을 파헤치는 글들을 묶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박권일씨가 혐오의 메커니즘을,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김학준씨가 ‘촛불집회’를 코드로 정치혐오를 훑어나간다. 여성학자 허윤씨는 ‘메갈리아’와 여성혐오를, 웹진 〈아이즈〉 위근우 기자는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를 살펴본다. 법학자 이준일씨가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제재에 관해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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