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시사IN〉 인터뷰 쇼가 열린 날은 12월6일. 국회의 탄핵 표결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인터뷰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였다. 독자들의 질문을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대신 묻는 자리에 나와달라고 요청했을 때만 해도 남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고 난 후 남경필 도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했다(11월22일). 무소속 도지사가 된 그는 “탈당 이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린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내 인생의 사진’을 소개해달라.

첫 번째는 한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나오지 않았나. 로마의 검투사처럼(웃음). 이때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도 사진을 찍었는데, 내 사진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슈뢰더 전 총리가 샀다는 거다. 슈뢰더 전 총리가 저 사진을 저에게 선물했다. 두 번째는 2004년 탄핵 이후에 한나라당 천막 당사를 쳤을 때다. 저때와 비교해 체중이 15㎏가량 줄었다. 당시엔 제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이었다. 한나라당 소장파 운동을 할 때 당권과 대권을 분리시켰다. 그때 탈당 상태였던 박근혜 당시 의원이 복당했다. 박근혜 의원이 정치 개혁의 선두에 설 수 있겠다고 (소장파는) 기대했다. 세 번째는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할 때 사진이다. 이렇게 해서 후보가 되었고 도지사가 되었다. 할 말이 없다. 잘못했다(방청객 웃음).

천막 당사 이후 소장파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이가 안 좋았는데.

박근혜 의원이 대표가 되고 나서 17대 국회 때 원내수석부대표를 하게 되었다. 그때 소장파가 박 대표에게 지도자가 되려면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했다. 박형준 당시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한 인터뷰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소장파와 박근혜 대표와 식사할 때 정말 싸늘하게 레이저를 쏘며 박 부소장을 질책했다. 그때 저도 앞으로 줄기차게 이 문제를 제기할 거라고 말했다. 식사 자리는 ‘깽판 났다’. 이후 박형준 부소장이 경질되었고, 소장파와도 사이가 멀어졌다. 저도 원내수석부대표 8개월 만에 사표를 냈고, 그 이후 다른 길을 걸어왔다.

 

 

 

 

ⓒ시사IN 조남진남경필 경기도지사(가운데)는 독일에서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난 것도 새누리당 탈당 결심을 굳힌 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남 지사에게 금수저라는 말이 따라붙는데.

그 질문에는 할 말이 없는데… 그런데 흙수저라고 흙수저 마음을 다 아는 건 아니고, 흙수저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더라. 금수저 문제는 금수저라서가 아닌 것 같다. 금수저는 삽만 한데, 삽을 가지고 자기 가족만 챙기니 문제가 되는 거다. 그 금수저로 같이 나누려고 마음먹으면 더 큰일을 많이 할 수 있다.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보는지?

헌법을 지키는 게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인데,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고 범죄를 저질렀다. 죄를 지었으면 대통령이든 아니든 거기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 이게 이번 기회에 확립되었으면 좋겠다.

11월26일 광화문 촛불집회 때 본 사람이 있다.

탈당한 후 첫 번째 토요일이었다. 그 전에도 가고 싶었는데 새누리당 소속으로는 못 가겠더라. 촛불집회에 가면 혹시 욕하진 않을까, 쭈뼛쭈뼛 갔는데 시민들이 저를 품어주시더라. 축복을 받는 느낌이었다. 촛불에는 좌우나 보수·진보가 없더라. 아들딸에게 민주주의 교육하러 오신 분들이 많았다.

 

 

 

 

ⓒ경기도청 제공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선물한 사진


왜 새누리당을 탈당했나?

대통령이 민심을 모르면 당 지도부가 얘기해야 한다. 그게 제 역할이다. 그런데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으니, 이제는 ‘끝났구나’ 싶었다. 여러 사람과 상의했다. 도지사 한 번 더 하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번 확 뒤집어보고 싶다. 지금의 정치가 무너진 후에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탈당을 생각하고 있을 때 독일을 다녀왔다.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났다. 슈뢰더는 좌파 총리인데 2000년대 초반에 재임하면서 우파 개혁을 했다. 그러다 선거에서 지고 은퇴를 했다. 국민들이 선거에서 떨어트렸는데 섭섭하지 않냐 했더니 ‘나도 인간인데 왜 섭섭하지 않겠느냐’ 하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슈뢰더 덕분에 독일이 그나마 경제위기를 잘 버티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는 거다. 국익을 위해서 정당과 개인의 이익을 포기한 정치인으로 기록된다면 나는 행복하다고 하더라. 아, 멋있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싶었다. 거기에서 탈당의 마음을 확 잡고서 돌아왔다.

탈당한다고 하자 친박 쪽은 뭐라 했나?

탈당 전에 연락받았다. 친박 쪽 사람들을 여의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서청원 의원이 저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말을 하더라. 나중에 전화가 오기에 ‘당 해체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해놓고 우리 다 잘라내려는 걸 모를 줄 알아?’ 하더라. 이런 생각을 하니까 안 물러나겠구나 싶었다.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이고 별건 아니지만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면 초선·비례 의원들에게 어떻게 했을까 짐작이 간다. 그게 새누리당 문화다. 바꿔야 한다.

 

 

 

 

ⓒ경기도청 제공한나라당 천막 당사 시절 모습


탄핵 후 새누리당은 어떻게 될까?

탄핵 가결 이후에 새누리당은 스스로 해체할 능력이 있느냐, 아니면 적당히 이름 바꾸고 간판 좀 칠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생명력을 다했다. 국민의 뜻에 걸맞게 해체와 재창당을 하려면 1000억원가량 되는 당의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고, 그런 다음에 같이할 사람과 같이하지 않을 사람을 구분해내야 한다.

나중에 새누리당 간판을 내리고 ‘헤쳐 모여’식으로 도로 새누리당 계열 정당으로 들어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안 하려고 한다. 국회의원 숫자에 연연해할 필요 없다. 20명이 넘어야 국고 보조가 많이 들어오는데, 국민들의 생각이 실시간으로 모이고 집계되는 플랫폼을 가진 정당 구조라면 돈도 별로 필요 없을 듯하다. 요즘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국회의원 말고 그런 분들과 같이하고 싶다. 저는 정치의 구체제를 확 뒤집어보고 싶고 그런 사람으로 기록됐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대적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다. 바닥까지 보여주면서 싹 다 쓸고 가려고 하는구나, 아무도 못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방청객 웃음).

정치하길 잘했다 혹은 그만해야겠다 하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방청객 질문)

‘도지사 좀 만납시다’라는 프로그램을 금요일마다 운영한다. 국민들이 어떤 문제로 고통받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까지 오는 민원은 대개 ‘악성 민원’이다. 절반 정도는 해결이 어렵다. 민원인에게 ‘이건 대통령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민원인들은 그 문제로 인해 일상을 제쳐놓는 경우가 많다.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게 그분들을 그런 고민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드리는 일이다. 정치는 무엇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공감하고 솔직하게 한계를 털어놓는 것임을 깨닫는다. 정치를 그만두고 싶을 때는 세월호 참사 때였다. 그때 2주 동안 현장에 가 있었다. 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내가 정치를 왜 하나’ 싶었다.

 

 

 

 

ⓒ경기도청 제공2014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할 때 장면


경기도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 배당 등 3대 복지사업에 대해 법원에 제소를 했는데.(방청객 질문)

지자체마다 재정 상태가 다 다르다. 성남시는 재정 수입 면에서 경기도의 다른 시·군과 차이가 크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성남에 있는데 지난해 매출이 70조원이다. 여기에서 들어오는 세수가 무척 크다. (경기도가 성남시를 제소한 그 정책들은) 다른 시·군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경기도지사로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은 이미 국민들의 판단을 받았다. 국민적 합의가 있다. 그래서 어려워도 해야 한다. 그런데 새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모병제를 주장했는데.

예전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현 국회의원)가 모병제를 이야기할 때 약간 종북으로 몰렸다. 그런데 금수저가 이야기하니까 빨갱이니 이런 소리를 못하죠. 금수저의 역할이 충분히 있다는 걸 알아주시라(웃음). 2023년이 되면 인구가 줄어서 현재와 같은 군대 수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 숫자를 계속 유지하려면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징병률을 100%로 늘려야 한다. 그러면 문제가 될 거다. 보수나 우파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모병제의 문제점만 말하지 말고 (모병제가 싫다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존경하는 인물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롤모델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을 했다. 그리고 금수저다. 돈도 무지막지하게 많고 친척 중에 대통령을 한 분도 있다. 그런데 이 금수저가 대통령이 된 후에 요즘 말로 하면 흙수저를 위한 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존경한다. (‘왠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자) 눈치채셨구나(웃음).

남경필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개인이 행복한 나라다. 그러려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일자리가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복지도 만들어주는 근본이다. 일자리가 많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선거에 뛰어드나?

고민을 하다 요새는 아예 생각 자체를 지웠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말자고. 지금은 판을 갈아엎자는 생각을 한다. 판을 갈아엎다가 제가 같이 쓸려갈 수도 있다. 요즘은 스페인의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에 관심이 많다. 또 전 세계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 블록체인,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두 개를 접목하면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시사IN 조남진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새로운 구조를 가진 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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