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0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되어 당시 삼성물산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5900억원 손실을 봤다는 계산도 나왔다. 이 결정을 두고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고가의 말 등을 지원한 대가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2월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의 가장 큰 투자자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국민연금 측의 요청으로 홍완선 본부장을 포함한 실무자 몇 명과 만났다”라고 말했다.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문제의 홍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사퇴해야만 했다. 12월6일, 박근혜 게이트 1차 청문회에 최광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되면서, 최 전 이사장은 준비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A4 용지 11쪽에 걸쳐 정리해 청문회에 나갔다. 12월9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밝혔다.
 

ⓒ연합뉴스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한테 언제 인사 관련 압박을 받았나?

지난해 10월1일 장관 집무실에서 면담을 했다. 홍완선 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게 된 이유를 설명했더니, 첫마디가 “아, 기금 이사(홍완선 본부장) 연임은 BH(청와대)의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9일에 한 번 더 만났고, 10월11일 서울시내 호텔에서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함께 정 장관을 세 번째로 만났다. 이때 정 장관이 홍 본부장을 연임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중에는 정부가 추진 예정인 기금운용공사 독립에 홍 본부장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은 안 되고 홍 본부장이어야만 하는지 의문이었다. 다른 이유도 납득할 수 없어서, 반대 근거 자료를 보내드렸다.

근거 자료를 받은 정 장관의 반응은?

지난해 11월20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오히려 내 사퇴 기한을 제시하면서 사퇴를 해라, 안 하면 대통령에게 면직 권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홍 본부장을 누가 어여삐 여겼기에 그리 싸고돌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홍완선 본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논란이 됐다. 홍 본부장이 삼성을 도와줬기 때문에 비호를 받았다고 보나?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그 부분은 청문회보다 특검에서 밝혀야 한다.

당시 홍 본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고 이사장에게 보고했나?

지난해 9월14일 국정감사 정무위원회에서 홍 본부장이 이 부회장을 만났느냐고 추궁을 받았고, 결국 만났다고 인정했다(한숨). 만나기 전에 보고를 안 했으면 갔다 온 다음에 지나가는 식으로라도 내게 보고할 수 있었다. 매주 두어 번 이상 보는 사이였는데, 갔다 온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보고를 안 했다.

홍 본부장이 민감한 시기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만나는 것 자체는 불법도 아니고 규정 위반도 아니다. 그러나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나라면 안 만났다.

보건복지부는 12월9일 국민연금법 제30조 ‘기금운용본부장을 포함한 상임이사는 이사장이 제청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면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인사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광 이사장이 단독으로 홍 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해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 이사장이 자진사퇴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홍 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두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이사장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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