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최민아 지음, 효형출판 펴냄도시는 벌판이 아닌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다. 집과 카페, 서점, 공원, 백화점 그리고 영화관. 도시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여섯 공간을 골라 서울과 파리를 비교했다. 메트로폴리스 파리의 고풍스러워 보이는 주택은 임대사업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수익 창구였다. 숲이 우거진 파리의 공원은 ‘악의 근원’이라 불리던 도시의 음습함을 덜어내기 위한 공공재였다. 파리는 낭만적이고 서울은 개성이 없다는 편견에 반박하는 이야기다. 시인 이상이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 ‘제비다방’,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들과 모인 동화시장 ‘은하수다방’처럼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못한 도시 공간의 다른 이면을 들려준다. 손쉬운 도시 입문서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책이다.

황금 족쇄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박복영 옮김, 미지북스 펴냄‘금본위제(금 중심의 고정환율제)’를 중심으로 1930년대 대공황의 기원을 추적한, 이 분야의 고전이다. 제1차 대전 이전의 세계경제는 당대의 중심부 국가들(영국·프랑스·독일)이 금본위제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로 작동되었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으로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금본위제는 동요하기 시작한다. 고용을 위해 팽창적 거시 경제정책을 운용하면 해당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져 당대의 고정환율 체계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각국이 서로 감시하면서 금본위제를 지키려던 긴축정책의 결과가 1930년대 대공황이다. 한때 잘 작동하던 금본위제가 세계경제에 ‘족쇄’를 채운 인류사적 경험이다.

지위경쟁사회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펴냄부제에 먼저 눈이 간다. ‘왜 우리는 최선을 다해 불행해지는가?’ 그렇잖아도 묻고 싶다. GDP 순위 세계 11위국에 살면서 우리는 왜 ‘헬조선’이라는 말에 공감하나? 도시경제를 전공한 저자는 소득 불균형이 심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통계에 주목한다. 1970년대만 해도 엇비슷했던 미국과 독일의 노동시간은 오늘날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소득 균형이 무너진 미국에서 노동시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내가’보다는 ‘남보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지위 경쟁이 노동·소비·교육·결혼 4대 영역을 어떻게 파행으로 치닫게 했는지 추적한 책이다.

쫓겨난 사람들매튜 데스몬드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가난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모두 얽혀 있는 ‘관계’다. 가난을 이해하려면 그 관계를 이해해야 했다. 저자는 밀워키의 빈민가에서 전일제 현장 연구자로 1년6개월을 보냈다. 삶의 밑바닥까지 간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들에겐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자신의 인생은 “펼쳐진 책이나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와 고난을 전리품처럼 수집하는 내 자신이 추잡하게 느껴진다”라고 적는다. 그러나 그 덕분에 독자는 통계가 다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과 삶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도시의 빈곤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에게도 큰 숙제를 던지는 묵직한 책이다.

아내 가뭄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동양북스 펴냄성공한 기혼 여성은 늘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가정과 일, 두 가지 영역에서 균형을 잡으셨나요?” 누구도 성공한 기혼 남성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여성과 남성이 꽤 동등하게 대우받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사 노동의 불평등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다.저자는 여성이 남성만큼 일터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추적하다가 ‘가정’의 영향으로만 설명되는 부분을 만났다. 풍부한 통계와 사례를 기운차게 설명하며 아주 평범한 성차별을 짚어낸다. 특히 성차별주의자가 되기 싫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남성들에게 매우 친절한 책이다. 워킹맘 ‘동지’들에게도 차별에 맞서는 실용적인 팁을 준다.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바트 어만 지음, 이화인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근본주의적 복음주의자였던 저자는 성서를 연구하면서 그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강간당하고, 고문당하고, 살해된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삶이 당면한 고통은 너무나 강렬했다. 도대체 신앙은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근본주의적 신앙이 옳지 않다고 보고 고통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은 인류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 성서가 고통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고통에는 해답이 없다. 저자는 이웃의 고통을 무시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사는 것뿐이다. 그것만이 고통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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