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은 뭐가 됐든 힘들다. 짝꿍·모둠·학급·학과·팀플(팀플레이)·직장, 또 가족까지.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내가 선택했지만, 내 힘으로는 도대체 어쩔 수 없는 크고 작은 팀을 꾸리고 살아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묶인 팀이 있다. 이들은 팀 결성 3일 후, 전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팀 이름도 촌스러운 ‘폭풍(あらし·아라시)’이었다. 멤버 다섯 중 셋은 회사를 나가려고 생각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본인들이 꿈꾸던 미래야 어찌 됐건, 일단 팀이 구성됐으니 당장은 어쩔 수 없이 같이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망망대해에 배를 띄워놓고 바닷바람에 머리를 날려가며 치른 기자회견 장면은 당시 멤버들의 심정을 짐작하게 하는 훌륭한 메타포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16년, ‘아라시’는 폭풍처럼 일본의 국민 아이돌이 되었다. 오리콘 스타일에서 조사한 ‘일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2016’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닛케이에서 매년 발표하는 ‘탤런트 파워 랭킹’에서는 7년째 1위 혹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멤버 다섯 명 전원이 10위권 내에 개인 순위를 보유하고 있다. 10대에서 60대까지 고른 인기를 보이기까지 하니 괜히 국민 아이돌이 아니다. 아라시가 사랑받는 데에는 이웃 청년 같은 친근한 이미지도 있지만, 같이 여행을 가고 생일 선물을 챙기는 등 멤버 간 사이가 매우 좋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우일 그림
조급하게 만들어진 팀이지만 오래 순항하고 있는 ‘아라시호’의 비결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딱 한 가지만 꼽자면 바로 리더 오노 사토시다.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는 법이 없는 선장, 오노는 요상한 리더십을 가졌다. 어머니가 지원서를 보낸 탓에 기획사에 들어갔고, 멤버들과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오노는 리더가 되었다. 방송에 출연하면 먼저 나서서 소개를 하는 이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도 모두 다른 멤버들 몫이다. 오노는 멍하니 있다가 다른 멤버들이 던진 이야기를 받아내는 등 리액션만 했다. 먼저 나서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취미 생활마저도 오노답다. 그의 취미는 낚시, 그림, 서도(서예), 도예 등이다.

“어머니, 기획사에 지원서 넣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낚시가 어떤 취미 활동인가. 매우 단조롭고 한가해 보이지만 실은 매우 기민한 신체능력을 요구한다. 동시에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노는 매년 오키나와 낚시 원정길에 오른다. 그림이나 서도, 도예 역시 예민한 손끝과 창의력·집중력 등이 필요한 예술이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서도 4단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의 실력자다. 본업 또한 놓치지 않는다. 아라시의 리드 보컬이며, 연습생 시절부터 선배들에게 춤을 알려줄 정도로 춤 실력도 뛰어났다. 그럼에도 자랑하거나 내세우는 일 없이 겸손하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하나하나 귀담아듣는 자상한 성격이다.

멤버 사쿠라이가 캐스터로 진행하는 뉴스를 챙겨 보고 종종 “오늘도 멋져”라는 문자를 보낸다. 여기저기 해외 촬영이 많은 멤버 아이바가 선물로 사오는 티셔츠를 꼭 챙겨 입는다. 오노는 멤버들을 위한 작은 배려 역시 놓치지 않는다. 물론 그에게도 리더로서 고민이 있다. 멤버들과 회의를 할 때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럴 때 한 번에 정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인 오노를 두고 멤버 니노미야는 “현장에서건 이동 중이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마쓰모토는 “여러 의견을 듣고 그건 그렇게 해보자는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두 다른 각자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하고, 사려 깊게 들은 뒤에는 마무리를 지어주는 리더. 먼저 나서지 않는 오노 사토시는 그렇게 17년간 아라시를 무탈히 이끌어왔다.

11월26일은 오노 사토시의 36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여느 해처럼 “엄마, 낳아줘서 언제나 고마워”라는 인사를 전했다. 나는 팬들을 대신해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어머니, 기획사에 지원서 넣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자명 중림로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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